작은 의식이 밀어낸 긴장
이곳과 맞닿은 국경을 넘나드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그때마다 여전히 긴장을 동반한다.
국경마다 그 풍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EU 내에서 국경을 넘는 일은 보통 톨게이트 같은 곳을 거쳐 지나간다. 아니면 다를 바 없이 이어진 도로 곁에, 파란 바탕에 별 12개가 원을 이룬 유럽기에 해당 나라 이름이 적힌 표지판만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주 넘나드는 그곳은 달랐다.
꺼릴 것도, 잘못한 것도 없지만, 넘어야만 하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자칫하면 끝 모를 확인에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우측 길가 옆에는 낡은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고, 주차된 군용 트럭은 내 마음만큼이나 묵직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허리춤에 총을 찬 경찰들이 종종 밖으로 나와 서 있고, 가끔은 무장한 군인들까지 합류해 묵묵히 시선을 주곤 했다.
그 긴장은 단지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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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처음 왔을 무렵,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다가 국경에서 붙잡힌 적이 있었다. 비자 카드조차 나오기 전이라 여권 검사만으로 한참을 머물러야 했다. 국제 정세에 따라 난민 문제가 불거지던 시기였는지, 그날은 어김없이 여러 대의 차들이 옆으로 세워져 있었다.
그 기억은 이후로도 오래 남아, 국경 앞에 서는 순간마다 다시 긴장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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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 무장한 경찰들 너머로 줄지어 선 차들이 보였다. 붉은 브레이크등이 차례로 점멸하는 그 줄에 합류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심장이 그 불빛의 간격에 맞춰 졸아드는 것 같았다.
그 선 앞에서 나는 차 안의 볼륨을 줄이고, 시선은 선글라스에 감춘 채 속도를 낮춘다.
50. 40. 30. 20. 10.
속도계 숫자가 떨어질 때마다 어깨는 굳어지고, 숨도 함께 눌려 내려앉았다.
선글라스 너머로도 그들을 똑바로 보기가 망설여졌고, 태연한 척 눈길을 돌리다 다시 맞부딪히는 내 모습이 어정쩡하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무사히 그 선을 넘고 나면 조여 두었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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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껌을 씹고 있었다. 씹고, 부풀리고, 조용히 터뜨린다. 아무도 모르게 불어대는, 비밀스러운 가벼움. 그건 나만의 신호탄이었다.
입 안을 메운 상쾌한 알싸함이, 때로는 단내로 번지며 긴장을 밀어냈다. 불안을 지나 안도에 이르렀다는, 아주 사소한 해방의 의식.
말없이 삼킨 긴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안정을 되찾게 했다. 누군가 본다면 조금 이상해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내 안에서만 작동하는, 조용한 복원이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그러나 지극히 의도적인 소란. 그렇게 내 안의 긴장을 하나씩 터뜨려낸다.
오늘도 나는, 입 안에서 조용히 하나를 터뜨린다. 그 소란은 여전히 내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