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위 고양이가 전한 묘한 위로
고요하고 정돈된 골목. 깨끗이 쓸린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주인과 나란히 걷는 개들은 제법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고양이는 이상할 만큼 잘 보이지 않는다.내가 놓친 걸까.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고양이들이 오히려 다행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적어도 이곳의 고양이들은 길 위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되니까. 덥고 추운 계절의 변덕을 버티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돌봄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 그 점이 이 소박한 풍경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안도 중 하나다.
⸻
그러다 골목 어귀에서 느닷없이 마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반쯤 열린 대문이나 창가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망설임 없이 되돌아가는 것처럼.
길의 소음과 풍경 속 어딘가에 섞여 있다가도, 돌아갈 곳이 있는 고양이들. 그것은 낯설면서도, 묘한 위로로 다가왔다.
⸻
가끔 골목 벽면에 전단지가 붙어 있다. 바로 알아차릴 만한 큼직한 사진, 반려인의 애정 어린 기록, 전화번호. 그 안에 고양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단지는 고양이가 돌아갈 자리가 있음을 보여 주었고, 동시에 그 시간을 스스로 견뎌내야 한다는 모습도 담고 있었다. 나 또한 언젠가 돌아갈 곳은 있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
그런 전단지를 볼 때마다, 내 삶도 겹쳐 보인다. 지금 이 이방인으로서의 삶 역시, 어쩌면 고양이 같은 건 아닐까. 이곳에 스며들었다가도, 마음 둘 곳으로 더디게 돌아가는 중인지도.
나는 이곳의 고양이처럼 돌봄이 있는 하루를 누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한국의 골목을 맴돌던 고양이처럼 그저 견디고 있는 걸까.
지금은 그저, 고양이가 남긴 풍경의 위로와 모호함이 겹치는 자리에서, 이방인의 삶을 조심스레 더듬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