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가 건네는 축복

Kako si, Na zdravje - 낯선 언어의 다정함

by 슬로하라


내가 먼저 자신 있게 건넬 수 있는 인사가 있다.

Kako si?


크지 않은 동네라, 가끔 마트에서나 산책길에서 우연히 친구를 마주칠 때가 있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은 얼굴들이지만, 그마저도 종종 불쑥 마주친다.

그럴 때 내가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반가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곳의 언어도, 영어로도 그 이상을 유창하게 건넬 수는 없지만, 뜻하지 않은 만남의 순간, 나는 미소와 함께 이 말을 내민다.


"잘 지냈어?"


형식적인 그 짧은 물음이지만, 잠시의 반가움과 따뜻함이 함께 담긴다.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단순하다.


"Dobro." (좋아.)

"V redu." (괜찮아.)


그 뒤에는 어김없이 그들 역시 내 안부를 되묻는다.

사소한 대화지만, 그 짧은 한마디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건넨다.


그때마다 언어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게 말이 마음이 되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Na zdravje.


혼자 수업을 듣던 중, 갑작스레 튀어나온 재채기가 민망했던 순간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한 여성이 웃으며 건넨 말이었다.


처음엔 무슨 뜻인가 싶었지만, 그 미소에 담긴 따뜻한 제스처 덕에 금방 의미를 알아챘다.

그 말에는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영어의 Bless you와도 닮은, 다정한 축복의 말이었다.


재미있게도 이 표현은 술자리에서도 쓰인다.

사람들은 잔을 맞대며 같은 말을 외친다.


"Na zdravje!"

"Cheers!"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위해.

우리말의 '건배'처럼 건강과 행운, 오늘의 순간을 함께 축하한다.

술좌석에서 서로 잔을 들어 건강과 행운을 비는 그 마음,

그 따뜻한 뜻이 이 한 단어 안에도 스며 있었다.


재채기에도, 술잔에도, 같은 단어가 쓰인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에 와닿았다.

그들의 언어에서 '건강'은 단순히 몸의 상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마음의 인사였다.


그 한마디가 나를 교실의 한 사람으로 포함시켜 준 순간이기도 했다.

언어는 그렇게 사소한 순간마다 작은 축복의 얼굴로 다가왔다.


이렇게 하나씩 경험으로 겹쳐 오는 순간들이,

낯선 언어를 조금씩 내 쪽으로 당겨오는 힘이 될 테다.


이제는 가까운 이의 재채기에도,

지인과 모인 환한 웃음의 자리에서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Na zdrav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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