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서로 다른 빛이 포개지는 자리에서

by 슬로하라


구름 걸친 수평선에 붉은 점 하나. 저녁노을이 하늘을 물들인다. 그 붉은 점은 사라지는 태양, 오늘을 마무리하는 고요한 인사였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려진다. 분홍빛과 연보랏빛이 겹쳐지고, 어스름한 푸른 기운이 그 사이를 부드럽게 덮는다. 그 순간, 세상은 빛을 잃어가지만 빛보다 더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해진다.


하늘이라는 품에 파고들 수만 있다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 만큼 황홀한 광경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일까. 프랑스에서는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져 개와 늑대를 구분하기 어려운 때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빛과 어둠이 뒤섞이며 세상의 색이 변하는 시간, 낮의 명료함이 사라지고 밤의 그림자가 아직 완전히 내려앉지 않은 순간.


바람은 거의 멎었지만, 공기에는 온기가 남아 있다. 나는 종종 하루를 마무리하는 숨을 천천히 내다본다. 아무 말도 없지만, 모든 것이 이어져 있는 듯한 순간.


들쑥날쑥한 빛과 어둠 속에서, 서로 다른 하루들이 같은 빛 아래 놓여 있다.


이 시간의 빛은 곧 사라지지만, 그 틈의 색이 남긴 여운은 쉽게 지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들은 늘 부드럽게 마음을 건드린다.


낮과 밤의 경계처럼,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하나의 색으로만 남을 수 있을까.


오늘의 빛이 저물면, 또 다른 빛이 시작된다. 잠시 머물렀던 붉은 점 하나가 조용히 내 안에 하루를 남겼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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