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마다 다른 작별의 온도

Se vidimo, 다시 봄의 인사

by 슬로하라


그들의 작별 인사에는 온도가 있다.



"Se vidimo!"


수업이 끝난 교실 문 앞에서, 친구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때로는 "Čao!"와 같은 짧은 인사로,

우리는 다음을 자연스레 기약한다.


그 말 속에는 곧 다시 만날 거라는

소박한 신뢰가 깃들어 있다.


'또 봐요'라는 뜻의 짧은 문장이,

어느새 '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처럼 들렸다.


그런데 같은 작별 인사라도

낯선 사람에게는 'Se vidimo' 대신 'Nasvidenje'를 쓴다.

집에 수리를 하러 온 기술자나, 식당의 점원에게 인사할 때.


수업을 끝낸 선생님께는

두 인사를 함께 건넨다.


"Se vidimo. Nasvidenje."

[세 비디모. 나스비덴예.]


'다시 봄'의 다정함과,

'지금의 작별'의 정중함이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놓인다.

언어가 만들어 내는 거리감과 예의의 온도가,

그 짧은 순간에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Se vidimo는 '다시 봄'을 전제한 인사다.

관계의 지속을 약속하고, 재회를 가정한다.

그래서 이별의 기운보다 '계속됨'의 온기가 깃든다.


반면 Nasvidenje는

지금 이 순간의 작별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인사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사람에게,

예의를 담아 건네는 일정한 거리의 말인 셈이다.


둘 다 '잘 가요'라는 뜻이지만,

그 사이에는 언어가 만들어 내는 관계의 온도가 다르다.

영어의 See you again과 Goodbye,

한국어의 '또 봐요'와 '안녕히 가세요'처럼.


같은 인사라도 그 안에는

'다시 만날 사람'과 '지금 이별하는 사람'의 구분이 있다.


나는 이상하게도 Goodbye보다 Nasvidenje가 더 입에 붙는다.

굿바이는 완전히 닫히는 묵직한 인사처럼 느껴지지만,

Nasvidenje는 언젠가 다시 볼 것 같은 살가운 여운이 있다.


음의 온도.

소리의 끝이 부드럽게 흘러서,

작별 속에서 다정함이 남는다.


언어를 배우며 알게 된 건,

단어마다 다시 만날 사람에 대한 마음의 방향이 담겨 있었다.


'Se vidimo'는 내일의 약속처럼 가볍고 다정했지만,

그 짧은 한마디가 오늘의 관계를 이어 주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많은 단어를 익히는 것보다,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그 말 속에 담긴 마음만은

매번 진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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