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전단지가 남기는 생활의 온기
한 주가 시작되는 아침 무렵, 우편함을 내다보면 여지없이 꽂혀 있는 뭉치가 있다. 한데 묶인 채, 우편배달부가 툭 꽂아두고 가는 전단지들이다.
동네의 여러 마트에서 새로 내놓은 상품들, 그 주의 할인 품목, 필요하면 오려 쓸 수 있는 쿠폰까지 묶여 있다.
한국의 큰 도시에서는 점점 옅어지고 있는 풍경인데, 이곳에서는 아직도 이런 방식의 생활 정보가 한 주의 시작을 알리듯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종이 재질도 제각각이고, 인쇄 색감도 들쑥날쑥하지만
묘하게 이 동네의 시간이 한데 섞여 있는 듯한 어울림이 있다.
SPAR, Tuš, Lidl, Hofer, Mercator, Eurospin,
여러 가구점 전단지들까지.
상점 이름만으로도 이 동네의 생활 반경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전단지들을 식탁 위에 펼쳐놓고 있으면 의도치 않은 동네 지도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전단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가게는 과일과 정육 코너의 할인 품목을, 어느 가게는 치약이나 휴지와 같은 생필품을, 또 다른 곳은 계절에 맞춰 겨울 침구나 마당, 캠핑 용품 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디선가는 블랙프라이데이 문구로 이맘때를 크게 알린다.
특별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 종이들이 묶여 도착하는 아날로그적 방식 자체가 이곳의 느린 생활 속도와 같은 박자로 움직인다.
종이 전단지는 그저 광고의 묶음이 아니라, 이 동네의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었다. 앱 알림보다 한 박자 느리고, 손으로 넘기는 수고로움을 더해야 비로소 열리는 속도.
우편함을 채우는 이 종이들이 묘하게 정겹다. 어쩌면 이 아날로그적인 느린 템포를 나의 하루도 어느새 닮아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향한 우편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모든 이웃들과 함께 똑같이 꽂히는 이 전단지들은 어느 순간, 작은 위안이 됐다.
격간인지 월간인지 함께 꽂히는 잡지의 마지막 장에는 숫자 퍼즐(스도쿠)도 있다.
글자를 다 해석하지 못해도, 익숙한 숫자들과 사진으로 안내된 판매 품목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일은 이곳에서의 긴 오후와 지루함을 견디게 해 주는 작은 일상이었다.
어느 날엔 뭉치째로 버리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도착하는 한 주의 기척은 느리지만 꾸준히, 정겹게 찾아와 반가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