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눕는 빛의 속도

아주 조용한 겨울의 입구

by 슬로하라


느즈러지게 포근하던 날씨를 한바탕 요란한 비바람이 몰아냈다.


서머 타임이 해제한 뒤로 빛은 예전보다 훨씬 빨리 눕고 있었다. 그럴수록 어둠은 더 깊고, 더 일찍 내려앉았다.


바람의 결에서도 겨울로 접어드는 시린 입김이 신호탄처럼 조용히 새어 나왔다. 이곳의 밤은 고요하고 짙다. 가로등 불빛과 집집마다 밝힌 불빛은 저마다 자기 자리만 비춘다.


저녁 여섯 시도 되기 전에 한밤의 서늘함이 마치 하늘을 검게 채운 듯하다. 발걸음마저 어둠에 가리어져, 오가는 길목의 인기척은 옅은 불빛에 겨우 드러난다.


마트는 8시면 문을 닫고, 그곳을 채우던 차량들마저 떠난 자리에는 더욱 깊은 고요만 남는다.


크게 요란할 곳도, 환히 불을 밝히는 곳도 드물어, 밖은 어둠과 고요가 가득하다.


그럴수록 식당 안과 집 안의 온기는 조용하지만 더욱 선명하게 밝아진다. 깊어지는 어둠 사이로 사람 사는 내음이 짙게 내려앉는 밤이다.


보드랍고 따뜻하기를, 포근함이 감싸 안기를, 빛을 눕힌 짙은 어둠의 온기가, 그저 그러하기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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