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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koya Jun 24. 2022

오늘부터 에세이를 쓴다

나로 살아가기 그 첫번째

어떤 이야기를 쓸지 한참을 고민했다. 나름 나의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 같았고, 미국 생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평생을 다른 사람들이 흥미로울만한 소재들로 머리를 쥐어짜내며 글을 써왔는데, 이번 기회만큼은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내 맘대로 써보면 안될까 싶었다. 내가 느끼는 해방감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져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


대학생 시절 우연히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에세이는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당시엔 '내 본업 외에 어깨 힘 탁 풀고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기회가 된다면 꼭 써봐야지'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내 인생에 본업이라는 게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우롱차'를 만드는 일은 더욱 요원해보였다.


그래서 더 마음에 두고두고 남았던 걸까. 어찌저찌 세월은 흘러 감사하게도 본업 외에 짧은 글을 쓸 정도의 여유가 생겼고, 하루키가 독자에게 심어둔 작은 씨앗이 드디어 싹을 틔울 순간이 온 것 같았다. 내 글이 하루키 에세이만큼 인상적이진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선 정해진 카테고리나 일관된 주제 없이 일상에서 내가 경험하고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한 짧은 소회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다만 몇가지 룰을 정해보자면 첫째, 나 자신에게 솔직할 것. 둘째, 내가 행복한 글쓰기를 할 것. 셋째, 꾸준히 써나갈 것.


오랜만에 머리가 가볍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글쓰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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