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절 연휴 기간에 별 보러 가자고 떠난 곳이 얼둬스(鄂尔多斯)였다. 시안과 베이징 중간 정도에 있는지라 거리도 적당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가족과 시안지사에 근무하는 동기네 가족, 이렇게 세 가족이 함께 했다. 별 만 볼 줄 알았는데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도시였다.
도착하자마자 놀랐다. 공항이 얼마나 깨끗하고 정돈이 잘 돼 있던지, 심지어 화장실도 훌륭했고 음료대까지 있다! 몽골 전통 거주공간인 ‘빠오’를 형상화해 만든 듯한 공항 벽면엔 360도 전체에 징기스칸 탄생 설화 그림까지 화려하게 그려져 있고 디즈니 공식 인형 판매점까지 있다.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니 중국에 몇 안 되는 4성급 공항이란다.
국제평가기관인 스카이트랙스(Skytrax)는 매년 전세계 공항을 ‘1스타’에서 ‘5스타’까지 평가하는데 중국에는 아직 5스타 공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중국내에서는 최고등급 공항인 셈이다. 물론 규모는 작지만 중국 국내공항 중에서는 3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얼둬스 공항은 국제공항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것도 한국으로의 항공편을 이용해서. 공항에는 한국관광 홍보 스크린이 꽤 크게 자리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한국행 전세기가 뜨고 있다. 첫 전세기 출항 행사에는 우리 지사에서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공항에는 한국 잡화 판매점까지 있다. 얼둬스 시정부로서는 전략적인 선택이라 한다.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제노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나마 가능성 있는 노선이 한국행이란 것이다. 그 덕에 전세기이고 출국편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단다. 우리나라 지방공항들이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처럼 이곳도 마찬가지 상황일 듯싶다.
이렇게 공을 들일 수 있는 것도 시 재정이 넉넉하니 가능할 것이다. 실제 얼둬스시의 2014년 기준 1인당 총생산액은 33,126US$에 달한다. 2016년도 우리나라 GDP 25,990$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풍부한 자원에서 나오는 재력으로 공항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상당히 깔끔하다. 도시 건물들은 중국 느낌이라기보다는 어느 유럽 도시에 와있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얼둬스 시내에 있는 건물들은 전세계 유명 건축가들 작품이란다. 가로등조차 다양한 디자인을 가미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얼둬스는 유령도시(鬼城)로도 유명하다. 실제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며 지나쳤던 ‘캉바스’(지명) 신시가지에는 길가에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정말 없다. 아파트도 매우 번듯하게 잘 지어져 있지만 음산하기까지 하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매우 적단다. 당초 100만 규모로 신도시를 조성했지만 현재까지 거주하는 인구는 몇 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해 버렸으니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전기세만 내면 거주할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도시계획 실패의 전형인 셈이다.
그래도 얼둬스는 훌륭했다. 하늘만 봐도 그저 뿌듯했다. 베이징 공기가 물론 예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청명한 날이 많지 않지만 얼둬스 하늘은 구름마저 예뻤다. 미세먼지 수치는 머무르는 내내 20 언저리였다. 구름이 많아 밤 하늘에 별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었지만.
얼둬스에서 세 번째 놀란 것은 ‘어설프게’ 개발된 초원의 모습 때문이었다. 초원을 찾은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초원을 기대했던 것인데 여기 초원은 개발이랍시고 빠오를 시멘트 벽으로 지어놓고 조잡한 놀이공원 마냥 만들어 놓았다. 글쎄 그 초원이 그나마 개발이 덜 된 곳이라지만 아직 이 곳은 ‘개발=발전’의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개발을 하더라도 자연과 어울리게 개발하고 세심하고 세련되게 개발한다면 발전일 테지만.
중국 대도시도 여전히 개발 시대이지만 그래도 그 개념이 점차 변해가고 있다. 토건족식 무조건 짓고 보자는 게 아니라, 불도저마냥 부시고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이제는 기존 건축물을 가급적 활용해서 재활용하자는 도시재개발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일종의 ‘도시재생’이다. 베이징의 798이나 상하이 티엔즈팡이 대표적이다. 이런 모습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먼저 태동했던 게 아닌가 싶다.
둘째날 갔던 쿠부치 사막의 시앙샤완(向沙湾). 중국은 돈 쓰게 만드는 게 어쩜 이렇게 발달돼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돈을 쓰게 만드는 사막이었다. 중국에서 7번째, 세계에서 9번째로 크다는 쿠부치 사막의 시앙샤완은 크게 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인공적으로 개발돼 있는 섬들은 케이블카로 연결돼 있다. 섬에 들어가려면 일종의 ‘자유이용권’을 구입해야 한다. 그 자유이용권으로는 그 섬안에 있는 여러 가지 놀이시설이나 이동수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섬까지 걸어갈 수는 만무이므로.
하지만 투덜대는 것도 잠시. 모래사막을 달리는 4륜구동차를 타고 도착한 섬은 상상 이상이었다. 중국은 관광지를 1A에서 5A로 나누고 있는데 최고등급인 5A를 받은 관광지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던 것은 수영장. 사막 한 가운데 정말 뛰어들고픈 수영장을 만들어 놓았다. 하룻밤 묵고 가고 싶을 정도로 만들어놓은 호텔부터 해서 낙타 투어, 모래 놀이터, 각종 공연 등까지 하루는 그냥 지나갔다. 짓푸른 하늘과 , 수영장의 옅푸른 물, 황색의 모래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카메라 속 모습은 어디든 작품이 될 것 같았다.
다섯 번째 놀라움은 의외로 도시내 호텔에 있었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간 식당에 한복을 곱게 있는 종업원들이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김일성, 김정일 뱃지를 달고 있는 종업원이다. 평양류성식당에서 파견나와 있단다. 이 호텔은 북한과 어떤 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 종업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북한 자본이 투자된 호텔은 아닐진대, 종업원만 파견된 듯 싶다. 한창 북한 식당 종업원의 탈북 사태로 민감해 있는 시기인지라 한국인을 바라보는 그네들의 눈초리나 우리들의 시선이나 편하지는 못했다. 뭐가 그리 서로 경계해야 하는지 말이다.
돌아오는 날 오전에 방문했던 또다른 초원은 우리가 생각했던 초원이었다. 개발이 되지 않은 초원. 중국인들은 아무래도 불편해서 그런지 많이 찾지 않는 듯 했으나 우리로서는 있는 그대로의 초원을 그나마 볼 수 있기에 즐거워했다. 초원까지 가는 길은 꼭 아프리카 사파리 코스 마냥 이색적이라 초원 깊숙이 들어가기까지 탔던 짚차조차 색다른 경험이라 불편함을 감수할 만했다. 말과 소, 양이 그대로 풀어져 있다는 사실이 초원답다고나 할까. 천박한 개발보다는 개발되지 않은 거칠음이 더 맘에 든다.
아이들은 이번 여행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그저 돌아오는 길 잠든 민선이를 바라보며 동기가 한 말을 떠올려 본다. “비싸더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좋은 추억 많이 갖고 별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별자리를 찾느라 목이 아플 정도로 밤하늘 바라볼 수 있었으니 일단 아이들은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나 베이징이란 공간에서 보낸 3년(2016-2019) 가운데 첫해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과 관찰, 위안의 느낌을 나누려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