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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선동자 Jun 23. 2020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3가지 이유

2020년 봄 부모교육에서 강의했던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숙제도 열심히 하고, 제일 열정적으로 배우는 분야가 뭔 줄 아세요? 게임이에요. 숙제는 지지리도 안 하면서 게임에서 미션 내주면 그건 기를 쓰고 깨려고 하죠.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 배워야 될 게 있으면 몇 분만에 다 배웁니다. 근데 아이들이 왜 그렇게 딴 건 대충대충 하더라도 게임만큼은 열심히 하는 줄 아세요? 그 이유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어요.


첫 번째는 정해진 시간만큼만 하고 중간에 끊어야 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됐든 하던 일이 됐든 맥을 쭉 이어나가다가 중간에 끊기면 어떤 줄 아세요?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요. 만약 드라마를 아주 재밌게 보고 있는데, 중요한 순간에 끝나버린다면 기분이 어떠세요? 아마 다음 이야기가 엄청 궁금하겠죠. 다음 화가 방영되는 날까지 손꼽아 기다릴 겁니다. 아이들한테 게임은 그런 드라마 같은 존재예요. 열심히 게임을 하면서 게임 안에 스토리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그만하래요. 아이 입장에서 얼마나 아깝겠어요. 그리고 드라마는 끝나면 다음 날이나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게임은 자기가 멈추지 않으면 계속할 수 있죠. 그러니까 쉽게 끝내지 못하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거나 큰 소리 듣고서 기분 나쁘게 게임을 끄게 되죠. 


두 번째는 부모님이 잘하라고 닦달을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이 아이한테 너 이거 잘 좀 해 하고 닦달하는 것 중에 아이가 잘하게 된 게 있나요?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특히 공부가 그렇죠. 공부 잘하라고 아무리 닦달해도 아이가 공부 잘하게 되던가요? 뭐 부모님이 스파르타식으로 아주 엄격하고 체계적이게 공부를 시킨다면 아이는 무서워서 그 순간만큼은 공부를 잘할 수는 있겠죠. 근데 그게 얼마나 가나요. 또 무섭게 안 시키면 공부 안 하잖아요. 그렇게 억지로 시켜서 공부 잘했던 아이들이 성인 되면 공부랑 손절합니다. 그건 시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빠져들 수가 없어요. 아마 아이가 어렸을 때 공부 잘하라고 닦달하듯이 게임 잘하라고 닦달하고, 너 오늘까지 이 미션 못 깨면 혼날 줄 알아 하고 협박하고, 너 쟤한테 졌어? 쟤보다 못해? 하고 비교하고 그러면 아이들이 게임에 흥미를 잃고, 게임 좀 하라고 시켜도 안 하려고 할 겁니다. 굳이 잘해야 될 필요 없으니까, 못한다고 엄마가 혼내는 거 아니니까, 그러니까 순전히 나의 재미만 가지고 즐길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재밌게 즐기다 보니까 깊이 빠져드는 거고, 그래서 한참 즐기고 있는데 그만하라 그러면 중간에 끊지를 못하는 거죠.


세 번째는 또래 친구들이나 사촌들하고 함께 즐기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주제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서 주로 친구들하고 뭐 하고 노나요? 대부분은 게임하고 놀죠. 우리 어렸을 때야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탈출도 하고 딱지치기도 하고 놀았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다 학원 다니느라 취미생활을 하거나 밖에서 놀 시간이 없죠. 그래서 친구랑 짬날 때 게임하고 노는 게 대부분이에요. 친구뿐만 아니라, 사촌들하고 모이면 뭐하나요? 대부분은 친척집에서 눈 빨개질 때까지 게임합니다. 친구나 사촌 하고 같이 즐기거나 같이 대화를 나눌 테마가 게임이 제일 만만한 거예요. 그러니까 옛날엔 골목에서 하던 놀이나 스포츠 활동이 교우관계를 이어줬다면, 지금은 게임이 그 역할을 대체한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이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대표적인 매개체가 게임인 거죠. 게임을 통해서 친해지고, 친구와의 추억이 같이 게임했던 추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죠. 그러니까 게임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남을 수밖에 없고, 게임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많은 부모님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한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 정신으로 공부를 해, 그 정신으로 공부를 하면 만점을 받겠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게임을 대하듯이 공부를 대하게끔 해주세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과정이랑 비슷하게, 공부에 빠지는 환경을 제공해주시면 됩니다. 절대 공부 잘하라고 닦달하시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즐길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에게 배우는 것은 능동적인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오히려 반대로, 조금만 가르치고 아이가 더 배우고 싶어 할 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거야, 다음 시간에 배우자”하고 다음에 배울 거에 대한 열망을 남겨두세요. 그러면 아이는 그다음에 공부할 날을 손꼽아 기다릴 겁니다. 어른들이 드라마 다음 화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그리고 아이의 주변에 공부를 재밌게 하는 사람을 곁에 두세요. 그리고 함께 공부한 내용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주신다면 금상첨화겠죠. 아이들이 친구들이나 사촌들 만나면 게임 얘기하면서 친해지듯이, 공부하고 배운 내용을 이야기하고 나누면서 친해질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주시라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은 게임을 할 때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배우려고 할 것이고,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여길 것이고, 배운 걸 함께 나누면 더 즐거워진다는 걸 느낄 거예요. 공부를 잘하게 되진 못하더라도, 공부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자세는 갖추게 되는 거죠.

오해가 있으실까 봐 덧붙이자면, 제가 말씀드린 부분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되는 과정이라, 이미 공부에 흥미를 잃거나, 이미 게임에 푹 빠진 아이한테는 잘 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참고해주세요.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다 잘할 순 없습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공부머리가 천성적으로 발달한 사람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한테 공부 잘하라고 닦달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진 못하더라도, 공부와 담을 쌓지 않게 하려면, 아이가 적어도 공부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게끔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오늘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과정, 아이들이 공부와 담을 쌓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과정처럼 공부에 빠지게 한다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공부를 천천히 꾸준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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