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똘맘 May 25. 2023

고성 여행 스토리 있는 맛집
우마우마

사람들에게 무엇을 소개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난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것보다 자본주의를 탈피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람이라...
내 돈도 아깝고 다른 사람 돈도 아깝다. 그래서 양심 상 아무 식당이나 추천하지 못한다. 
글을 쓰면서 식당에 오라는 연락을 종종 받지만, 만약 맛이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 
 
하지만 오늘은 식당 홍보보다는 좋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람을 만난 것은 우리가 식당을 차리고 음식에 대해 조금 더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한남동에 있는 쿠킹클래스를 방문했을 때이다. 

우리 나이 또래처럼 보이는 남자 혼자 쿠킹 클래스에 참여를 했는데, 칼 놀림이 예사롭지 않아서 눈길이 갔다.  몇 주간 함께 배우는 거라 자연스레 본인의 직업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쿠킹클래스의 마지막 날에는 함께 커피를 마시며 수업에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말들을 함께 했다.

나이는 85년생, 남편과 동갑이었고 숙명여대 쪽에 김밥 집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전참시에서 이영자가 추천하는 김밥 집으로 나와서 너무 바쁘고 여자 동료는 링거까지 맞고 일할 정도라는 말에 의아했다.

Unsplash의Wallace Wang


왜 그런 곳에서
일하세요??


휴식할 시간도 없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안 좋을까봐 걱정해서 말을 했는데..


우리 부부의 말에 눈빛이 반짝이며 김밥 집 사장님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여장부 스타일인 사장님이 얼마나 사업 수완이 좋으신지, 식당이 잘되어 프랜차이즈 하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김치도 맛있게 담그셔서 김치 공장까지 사업을 넓혔다고 마치 자신의 어머니를 자랑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사장님 이야기를 했다. 

매장이 엄청 바쁘다면서 흐뭇해하는 그를 보며 그때는 우리는 돈을 생각하고 쫓았던 시기라 그 사람이 신기해 보였다. 주 6일제를 하는데 하루 쉬는 날, 요리를 배우러 왔다고 했다. 

자신의 고향은 강원도 고성이라, 자신의 꿈은 바닷가 앞에 2층 집에 살면서 1층은 식당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이야기다. 
그렇게 헤어지고 생일 축하 정도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고성에 식당을 오픈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오래 걸릴지 알았던 그의 꿈을 우리에게 말한 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었는지 궁금하고 축하해 주고 싶어서 하루빨리 가보고 싶었는데, 거리가 거리 인지라... 바로 갈 수는 없었지만. 
Jab Approval 이 나오고 남편이 일을 그만두자마자 고성으로 향했다.


식당 바로 앞 거진해수욕장

평택에서 5시간이 걸려 고성 거진 해변 앞, 그가 오픈 한 식당에 도착했다. 


고성 명태 홍보 지원센터 안에 있는 큰 식당이었다.

귀여운 고양이가 그릇을 뒤집어쓴 그림이 웃긴 간판이다. 
식당에 들어서니, 변함없이 해맑은 미소로 앞치마를 입은 그와 그의 어머니가 맞이해 주셨다. 

 카운터 앞, 1인 식당 운영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 부부가 식당을 접은 이유가 다른 사람 쓰기가 쉽지 않아서였는데.... 식당 사장이 되면 을이 아니라 병이 된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혼밥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탁 트인  멋진 테이블과 함께 규모가 큰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 초록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진 식당 인테리어를 보며 그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는 데 5시간이나 걸렸지만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인 아이들에게 친구네 도착해서 먹어야 한다고 강제로 참게 하여 배가죽이 허리에 붙은 상태라 간단히 인사를 하고 메뉴판 먼저 찾았다. 




안심 돈가스 
치즈 돈가스
나가사끼우동
모둠 초밥

이렇게 4개의 메뉴를 시켰다. 

사장님이 요리를 하러 간 사이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여행을 갈 때 구매하거나 지인이 고양이 그림이나 피규어를 선물해 준 것을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전시해 놓았다.  그래서 간판에 고양이 그림이 있었구나... 

지인이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는 바다 분위기 물씬 나는 멋진 식탁 또한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처음 보는 먹음직스러운 술이 많았다.
한잔하고 싶었지만, 아이들과 통일 전망대를 가볼 예정이라 꾸욱~  참았다. 

이곳저곳을 서성이다가 욘짱네꼬에 대한 그림과 감사장을 봤다. 


어? 이런 걸 손님이 준다고??



신기한 마음에 빨리 이것저것 질문하고 싶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식사 먼저 했다. 

이 한 상이 49,000원!! 5만 원이 안된다! 

평택에서 점심에 간단히 먹으러 가도 둘이 4만 원은 넘게 나오는데 수도권에서는 상상도 못 할 금액이다!!  서비스를 주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사히 고로케를 주셨다. 

돈가스 집을 5년 동안 했었다는 말을 듣고 기대했는데, 음식 맛은 내가 먹어 본 돈가스 중에 단연 최고다!
프랜차이즈에서 느낄 수 없는 가성비의 맛이다.

수제 문어 고로케! 맛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 부부의 마지막 종착 꿈은 윤 식당처럼 바닷가 앞에서 둘이서만 소소히 식당을 하는 것이 꿈이라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이 있어서 식사를 한 후 그에게 폭풍 질문을 했다.  

일단 꿈이 앞당겨진 이유는 갑자기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셔서 어머님을 모시는 문제로 어머님이 홀로 계시는 시골에 정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세상사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모른다.  
고성에서 사업을 하면 자기가 자라온 곳이라 문제가 없을지 알았는데도 힘든 점이 많다고 했다.

 한번은 다른 식당에서 우마우마에서 냉동 생선을 쓴다고 소문을 내서 손님들이 물어봤다고 한다.

참치는 당연히 냉동이고(참치집은 95%가 냉동이다. 기생충 때문에 냉동이 더 안전할 수도 있고 숙성 잘 한 참치는 생참치보다 더 비싸다.)  다른 생선들은 친구가 경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싱싱한 상태로 받는다고 했다.  바닷가 앞에서 냉동 쓰는 게 더 비싸겠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은 항상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소문을 낸 그 사장님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잘 되시기를 바란다.

직원은 뽑아도 안 뽑혀서 어머니께서 시간이 있으실 때 오셔서 설거지를 해주시고 전주에서 돈가스 집을 할 때부터 혼자 하는 게 익숙해서 그냥 혼자 하고 있다고 했다. 

 욘짱네꼬에 대해 물어보니, 자기가 5년 동안 했던 전주에 돈가스집 이름이라고....
요리를 하고 싶어 대학에 갔다가 아는 형님을 따라 처음 가보는 전주에 내려갔는데, 형님과 마찰이 있어서 함께하던 동업을 접고 혼자 돈가스집 '욘짱네꼬'를 시작했다고 한다. 

잠깐 쉬는 동안 청년 야시장 같은 곳에서 포장마차로 고로케도 팔았는데 벌이가 쏠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음식을 준비할 곳이 없어서 쩔쩔매는데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교회 주방을 내주고 권사님과 목사님이 고로케를 함께 만들어 주셨고 포장마차에서 판매할 때는 여장부 같은 권사님이 함께 판매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었다는 기분 좋은 말까지 함께 들었다. 

욘짱네꼬를 하면서 손님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좋은 건물 주를 만나서 건물주 님이 식사하러 왔다가 설거지도 도와주고 갔다는 말에 웃음이 뻥 터졌다. 단골손님이 그려준 그림과 감사패를 보며 참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붙는다는 말이 다시 한번 실감이 났다.
숙소는 식당 안에 방이 있는 곳에서 생활해서 식당과 방이 연결되어 있는 문을 닫으면 퇴근, 열면 출근이라 어떻게 생각하면 교통비 안 들고 편안한 삶인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퇴근을 해도 가게에 있는 힘든 삶이었을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의 첫 식당인 욘짱네꼬를 닫고, 서울로 올라와 일식당에서 잠시 일했는데, 거기서도 좋은 분들을 만나고 김밥 집으로 옮겨서 3년을 일하다가 어머님을 모시러 고성에 왔다는데... 

자신의 요리와 일을 사랑하는 이 남자의 다음 인생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좋은 분 만나실 거예요!



잘생긴 외모로 아직까지 솔로인 게 의문인 사장님이다. 주 6일제를 열심히 하고 쉬는 날 음식 교육까지 듣는 성실한 청년이라 여자 만날 일이 많이 없었을 것 같다. 많은 역사는 술과 함께 이루어지는데... 하하하

그렇게 마음 따듯한 이야기를 듣고  식당 바로 앞에 있는 바다로 향했다. 

에메랄드빛 녹색인 너무 이쁜 바다에서 놀고 싶었지만 아직은 쌀쌀한 5월의 바다라 바닷가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통일 전망대를 방문했다. 

통일전망대, DMZ에 방문하려면 출입 신고를 해야 한다.


 안보를 준수하라는 안내문을 받고 DMZ로 고고!! 군인 아저씨들과 군인 차를 보고 아들이 좋아했다. 

북한이 무엇이고 남한이 무엇이고가 아닌 아이스크림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소귀에 경 읽기로 전쟁에 대해서 설명해 준 뒤 북한 땅을 구경했다. 

옛날 회사에서 주말 관광 가이드를 할 때 (무역 업무, 주말은 관광 특근) 터키에서 온 할아버지가 전쟁기념관에서 터키 사람들 이름이 쓰인 돌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었는데... 나는 왜 이러시나 했다... 언젠가는 벅차오르는 감성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전망대 앞에 6.25 전쟁체험 전시관도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가볼 만하다.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체험하는 것이 있었다. 아쉽지만 준비를 못 해서 그냥 왔다. 


DMZ 박물관도 있는데, 월요일이라 휴관! 
다시 발길을 돌려서 저녁 식사 거리를 찾으러 거진항으로 왔다. 

아들은 물고기 구경을 좋아하고 딸은 물고기 먹는 것을 좋아해서 저녁은 회를 먹기로 하고 거진 해산물 판매장을 들렸다. 호객하는 이모들 사이에서 3만 원 원치 회를 시키니 이렇게 많은 물고기를 주셨다. 

사진으로는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양이 어마어마했다.


다음날 아침은 고등어랑! 
아침 먹을 곳을 찾다가 후기가 좋아서 우마우마 사장님께 물어보니 잘 나온다고 해서 방문했다.  


5만 원짜리 중짜리를 시켰는데... 생선 양과 질이 너무 좋아서 4명이서 아침 식사를 배부르게 하고도 남은 2마리를 포장해 왔다. 생선구이는 겉바속촉으로 이런 생선구이 처음 먹어 봤다. 나올 때 아이들에게 사탕도 건네주는 친절한 사장님! 진짜 추천한다. 

아침밥을 먹고, 강원도를 왔으니 속초 관광 시장을 한번 가보자고 하며 길을 나섰다. 
우리 부부가 사랑하는 곳 중에 하나가 시장이라 현금을 두둑이 챙겨서 갔다.  


아이들은 시장 이야기에 슬러시 꼭 사달라고 차 안에서부터 슬러시 노래를 시작했다.
도착해서 슬러시를 안겨주고 시장 한 바퀴를 구경했다. 


슬러시, 오징어 전, 수수부꾸미, 아이스크림, **닭강정, 떡, 술빵까지 가득 쇼핑을 했다. 

시장 구경을 하며 정말 놀랜 것이 시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태국어인지 베트남어인지 서로 수다를 떨며 일하는 모습에 내가 방콕을 온 건지 다낭을 온 건지 착각할 정도로 외국인이 많았다. 한국에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성공은 노동으로부터 나오는데, 노동을 기피하는 경향이 만연하니.... 
한국의 20년 후가 걱정이 되지만, 나 또한 이민을 준비하니.... 무엇인가 바뀌어야 할 타이밍인 것 같다.  

우리도 우마우마 사장님처럼 우리의 일과 노동을 더 사랑하는 다음 인생을 꿈꾸며 따듯하고 가슴 벅찬 이야기가 가득한 그를 우리의 추억에 한 곳에 놓는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아스파라거스 증후군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