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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02. 2023

갑자기 파이어족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백수가 되었다.

파이어족이란, "Finacial Independence Rerire Ealy" 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경제적 자립을 하여 조기 은퇴를 한 사람을 파이어족이라고 일컫는다. 


얼마가 있어야 파이어족이 될까?

누군가에게는 10억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50억, 또 누군가는 100억이 있어야 은퇴를 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부모님께 물려 받은 것 이라고는 시댁에서 준 5천만원이 전부인 흙수저 집안이라 적은 금액만 이라도 있으면 지긋지긋한 일을 그만 두고 싶었다. 

Unsplash의Elisa Ventur

근데, 그건 나만이 아니었나보다. 주식이 10억을 찍고 2달 후 남편도 휴직을 쓰고 왔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해 보지 않았고 책은 더 읽고 싶은데, Cash Flow 가 없다. 

즉, 주식을 갉아먹고 살아야한다. 


몇개월 만에 파이어족이 되고 몇개월만에 부부 백수가 되었다. 

돈의 변동이 커서 얼떨떨한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 부부는 집에 있게 되었다. 

내일 -5억이 된다고 해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어쩜 저리 태평하게 집에 있을까? 

남편 얼굴을 본 때마다 한 숨이 나왔다. 


어찌보면 남편도 10년 동안 새벽 4시에 출근하며 함께 달려왔으니, 나와 비슷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책 없이 휴직을 써버리면 어쩌자는 말인가. 

주식은 내려갔다 올라갔다 난리인데... 언제까지 우리가 10억이라는 돈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이것을 그냥 빼 버려서 현실에 있는 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지. 

더 오르겠지 하면서 놔두어야 할지... 우리의 미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렸다. 


남편이 집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도 꼴보기 싫었다. 

어쩜 저렇게 책임감이 없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저런 남자를 믿고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인지까지 의문이 들었다.  

본인 직업이 요리사였으면, 집에 있을때 밥이나 할 것이지, 밥도 안하고 식사시간이 되면 내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럼 못이긴척 외식을 하러 나갔다. 


돈이 생기면 행복 할 지 알았는데, 우울증이 더 커져갔다. 


난 그동안 무엇을 쫓아서 살았던 거지? 


내 인생의 목적이 모조리 무너졌다. 

무엇이든 돈과 연결되어 생각했었는데, 한번에 그것이 몰려오니 삶의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 삶의 이유가 없어졌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가? 


노동의 굴레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회사를 나와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고 행복한 일인지를 몸소 체험 한 후 아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 되었다. 


남편은 나보다 심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목표도 없고, 눈뜨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했다. 

내 눈치를 보면서 책을 보는게 하루일과의 전부였다. 


너 하고 싶은거 없어? 


속이 터져서 던지는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실은 나도 그랬다. 멍청이 부부였다. 


우리 부부는 버킷리스트를 써보기로 했다. 

Unsplash의Glenn Carstens-Peters

먼저 남편의 버킷리스트는 

1. 한달간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 (여행)

2. 외국인 친구 사귀기 (여행)

3. 식당 운영해 보기  (사업)

4. 제주도 한달 살기  (여행)

5. 운동해서 몸 좋아지기 (건강)

6. 크루즈 여행 하기  (여행)

7. 상가 사서 월세 받기 (사업)


나의 버킷 리스트는 

1. 책 출판 하기 (사업)

2. 사업 해 보기  (사업)

3. 외국에서 몇년동안 살기  (여행)

4. 배낭여행 가보기  (여행)

5. 바디프로필 찍기 (건강)


이정도 였다. 

버켓 리스트라는 건 환상적이고 꿈에 부푼 의미가 아니다.  내가 자살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다. 내 발 밑에 있는 양동이를 걷어 차기 전에 하는 것이다. 부자되기 같은 것은 버킷 리스트에 오를 수 없다. 

Unsplash의Eva Blue

 Kick the Bucket or DIE. 

(bucket list is an itemized list of goals people want to accomplish before they “kick the bucket” — or die.)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먼저 우리의 인생을
 살 수 있는 버킷을 먼저 해보자. 


만약 그 때 코로나가 없었으면 순서가 여행으로 바뀌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은 갈 수 없기에 남편과 나의 공통적인 '식당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인생 최악의 상황은 회사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서로 위로를 하며, 

돈이 있을 때, 사업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먼저 상가를 사보기로 했다. 

처음에 걱정 한 것 보다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기에, 돈이 있던 우리에게는 모든 일이 쉬웠다.

그렇게 집 앞에 있는 새로 지어진 상가를 사려고 부동산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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