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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03. 2023

1년 만에 상가 구매/판매, 식당 오픈/폐업한 이유

나는 안정 지향적인 성격이다. 

월세가 높아지거나 내 식당이 너무 잘 되어 주인이 나가라고 하는 것이 무서워서 상가를 구매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가를 구매할까?라는 물음에 우리 아파트 상가를 구매하기로 했다. 

출퇴근 편하고, 아이들이 어려서 집에 무슨 일 있으면 뛰어갈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거기다 약 8,000세대의 항아리 상권이고 다른 상권과 떨어져 있어서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집 앞 부동산에 가서 초짜인 티 확확 내며 부동산을 구매했다. 

초짜는 여유가 없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도 모른다. 어떤 것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부동산 업자가 뜯어먹기 가장 좋은 사람이다. 

멍청한데 돈까지 있고 경험이 전무하다면 최고의 먹잇감이다. 


우리는 상가 가격을 한 푼도 깎을 생각도 못했고, 전 주인이 세금 환급받은 부분을 아무것도 받지 못했고, 

마이너스 계약서까지 썼다.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마음이 더 급하다는 것을 생각도 못해봤다. 

그리고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어려운지도 몰랐다. 


그렇게 2층, 16평에 5억짜리 상가를 덥석 구매해 버렸다. 물론 반은 우리 돈이었고 반은 은행 돈이었다. 

그때에는 월 40만 원씩 이자만 내면 되었기에, 부담도 없었다. 


월세 40만 원을 내고 장사 연습을 해본다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에 상가를 구매했다. 

 

그 후 식당을 하려고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받고 1억 정도를 들여서 개인 식당을 차렸다. 

세세한 식당 창업 과정부터 폐업 과정을 알고 싶으면 내 브런치북을 참고하면 된다. 

매출과 직원등 많은 스토리가 들어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ikdong


1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다. 


내가 원하던 길이 이게 맞나? 


돈에서 졸업하는 파이어족이 되고 싶었는데, 욕심을 못 버리고 또 돈만 탐하고 있다니. 


그것도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하면 회사일은 잊을 수 있었고 주 2일 쉬고 빨간 휴일은 다 쉴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하루 종일 신경 쓰고, 회사 다닐 때는 일이 없으면 신났는데, 자영업을 하니 일이 없으면 걱정과 두려움, 고민에 빠진다. 


집에 와도 매출 걱정, 여행 가서도 매출 걱정,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도 식당 걱정.... 


우리는 나름 운영이 잘 되었지만, 순수익도 맞벌이할 때랑 비슷했다. 

사업은 확장했을 때,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던데 확장을 하기에는 내 에너지가 크지 않았다. 

다른 큰 식당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곳들이 많았다. 

월 매출이 5천만 원이 넘어도 차 떼고 포 떼면 직장인 월급이 고작이다. 더 한 곳은 직원이 사장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곳도 있다. 


우리가 식당을 한 곳은 2차 아파트였는데, 1차 아파트 상가 식당들은 대부분 망했다. 

아파트 상권이 약 8천 세대나 되어 월세는 비싼데, 배달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다른 곳에서 배달로 시켜 먹는다.  즉 상권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외부 손님을 끌어오는데 초점을 맞추어서 조금 나았지만 다른 곳은 아파트 상권만 바라보고 식당을 운영했기에 1년도 안되어 폐업하는 곳들이 생겼다. 2억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지만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원상복구를 하고 폐업하는 식당들을 보고서는 사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또한 직원 관리 문제도 지쳤다. 

롭 무어의 《레버리지》를 읽고서는 다른 사람을 나 대신에 일 시킨다는 시스템이 세상 신기했던 일들이었는데,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변한 것인지, 스마트폰 앞이 있는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그 책이 탁상공론적으로만 쓰여 있던 것인지, 직원들은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고, 일하기 싫어했고 모든 것은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업은 재미있었지만 스트레스도 많았고, 나는 아이들 핑계로 집에서만 있었다. 

낮에는 내가 일하면 되고 밤에만 아르바이트를 써도 되었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식당에 나가기도 싫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지고 열었던 식당인데, 그렇게 좋아하던 참치와 연어도 먹기 싫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으면 짐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책임감의 무게를 몰랐던 우리 부부에게 사장이라는 책임의 무게는 삶을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부부는 일심동체인가, 남편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마침 호주에서 유학을 하던 친구가 우리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었다. 

친구는 코로나만 풀리면 호주로 다시 것이라고 굳은 다짐을 하며 지내고 있는 것을 남편은 흥미롭게 생각했다.  한 가지 일이 아닌, 3 Jobs을 하는데도 호주가 좋다고 한다. 청소하고 요리하고 3D 업무를 해도 호주가 좋다고 한다. 좋은가?라는 물음에 그냥 다 좋다고 한다. 


그럼 우리도 외국에 가서 살아볼까? 


이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이들 교육이다. 한국에서 몇백만 원씩 내면서 공부시키는 것보다는 외국에서 영어 하나만 잡자!라는 의미도 외국에서 살기로 했다.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가게를 내놓고 상가도 내놓았다.  

혹시 몰라 식당 창업이 꿈인 직원에게 가게 인수 의향을 물어보니 바로 인수하기로 했고, 상가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큰 금액의 피를 붙이고 팔 수 있었다. 

결국 투자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고, 1년 동안 돈을 벌며 재미있는 경험을 한 셈이 되었다. 


우리가 상가를 판매한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 

상가를 팔던, 식당을 팔던... 안 팔리는 것들이 많다. 

많은 식당들이 매물을 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일 매출 3백 이상 나오는 곳도 몸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데 안 팔려서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을 하고 있는 곳도 많았다. 

Unsplash의 UX Indonesia

식당을 할 때 배운 경험을 공유해 보자면, 


1. 권리금이 적은 식당을 찾아 저렴하게 시작이 가능하다. 

빈 상가에 들어가서 인테리어 하는 것보다. 식당을 하던 곳에 들어가면 적은 돈으로 모든 것을 인수할 수 있다. 무권리에 나온 곳도 꽤 되는데, 안에 인테리어는 바로 들어가서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식당 주인은 원상복구비 1~2천을 아끼는 셈이 되니 무권리로 주는 곳도 있다. 나중에는 혹시 식당을 한다면 이런 곳에서 초기비용 2~3천만 들고 식당을 할 것이다. 


2. 인테리어 비용은 최소로 들게 해야 한다. 

처음 한 식당이고 무게가 가벼운 돈이었어서 인테리어 비용 지출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반 인테리어의 2배가 들었던 것 같다. 멍청하기도 했지만 내가 해 보고 싶은 것을 해 봤고, 어떤 부분을 빼도 되는지 알았으니 후회하지는 않는다. 


3. 사장이 식당에 있어야 한다. 

오토로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모든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 한다. 내가 식당에 없으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일은 이제 하지 않을 것이다. 간혹 나에게 돈 2~3억이 있어서 굴리고 싶은데, 오토로 식당을 하는 것이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절대 비추다. 2~3억이 이자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생돈 날린다. 


4.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라. 

처음에 소주를 팔지 않고 사케만 판매했었는데, 손님들은 욕까지 했다. 아무리 나의 취지가 좋다고 해도 내 취향은 접고 고객 취향에 맞춰야 한다. 


5. 식당이름에는 판매하는 것이 들어가야 한다. 

뜬 구름을 잡고 이름을 지으면 안 된다. 우리도 뜬 구름을 잡고 높은 맛의 식당이라고 '고미당'이라고 지었는데, 무엇을 파는지에 대해 모르니 손님은 오지 않는다. 최강 숙성 참치 연어. 같이 무엇을 파는지만 들어가면 식당이름 완성이다. 


6. 뭐든 깎아달라고 해봐야 한다. 

상가가격을 몇천 깎을 수도 있다. 내가 집을 내놨을 때는 집 값을 3천 깎아달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판매할까?" 생각도 했었다. 파는 사람은 항상 마음이 급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 부부는 30대 중반에 폐업을 했고, 잃은 것 없이 얻은 것만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는 실패한 식당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앞으로 인생 여정에 좋은 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1년 만에 식당을 폐업하고 상가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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