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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Sep 05. 2023

파이어족에게 우울감이란..

파이어족이 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회사에 출근하기 싫어서...

회사에 출근 하기 싫은 이유는? 

상사가 싫어서, 

회사라는 곳이 싫어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그냥,,,,회사는 가기 싫어서... 


하지만 이성적으로 따지면 회사는 나에게 돈을 주는 고마운 곳인데, 감정적으로는 도망치고 싶은 곳일까? 

나는 일을 즐겼고 상사와의 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가고 싶지 않은 곳임은 똑같았다. 

Unsplash의Adrian Swancar

나는 파이어족이 되고 노동에서 벗어나서 좋을 지 알았다. 

하지만 노동이 없는 삶은 하루 하루는 편함을 떠나서 지루했고 마지막으로는 삶의 이유를 상실하게 되었다.  


물론, 나가서 돈을 쓰면서 즐기는 법도 있지만, 대체 돈을 쓰면서 무엇을 즐기는게 좋을까? 

놀이공원을 가는 것도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3일동안 반복되면 지루하다. 

매일 술을 마시는 것 만큼 허탈한 것 들이 또 있을까? 

술을 마시는 행동은 나에게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무슨 말을 했었는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다음날 아침이 되어 있다. 

몸도 안 좋고 속도 안 좋고 머리도 아프고 카드 값을 보면 마음도 아프다. 

미술을 배울까? 피아노를 배울까? 이 것들은 무엇을 위해 배우는 거지?

목적을 가지고 살았던 삶이라 목적이 없으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직장이 없으면 만날 사람이 적어진다. 

직장생활 10년이면 친구들도 일과 가족때문에 안 본지도 오래다.

함께 시간을 즐길 사람은 가족밖에 없는데, 가족이랑 함께 있는 것도 행복한 마음은 하루 이틀이다.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은 것이 간사한 사람 마음이다. 


옛날에는 싫은 사람도 함께 해야하니 거짓 웃음을 보이며 참았는데, 인간관계의 자유가 생겨 보기 싫은 사람을 다 쳐내니 함께 할 사람이 없다.  돈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 할 필요가 없어지니 나 스스로 고립시켰다. 나름 넓고 얕은 관계로 한 인맥 했던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은 많아도 함께 할 사람이 없다. 


집에 앉아서 책만 보니 살만 찐다. 운동을 해보기도 했는데, 대체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건지 뭔가 허전하다. 

Unsplash의ÉMILE SÉGUIN ✳️✳️✳️

파이어족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있는 돈으로 평생을 살아야할 것 같아서 씀씀이가 줄어드고 소비에 더욱 민감해진다. 참치먹어도 소고기를 먹어도 행복하지 않다. 인생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 같다. 


회사와 집만 오가느라 취미도 없었다. 

취미를 가지고자하니 어떻게 시작하는 지도 모르겠고 흥미있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자니 그것도 싫다. 


2년 사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은 반으로 줄었다. 

미국 주식이라 2억정도는 세금으로 냈고, 1억은 멍청하게 코인으로 날렸고, 1억은 이민을 기다리면서 생활비로 썼고 나머지는 주식이 떨어졌다. 생활도 럭셔리하게 한 것 없이, 원래 맞벌이때 쓰던 것만큼 썼을 뿐이다. 

그래도 그 돈이면 평생 모아도 못 모을 돈이었는데... 돈이 있는데 허무하다. 

이런 말을 한다면 배부른 소리 한다면서 욕할 수도 있다.

내가 평생을 일 해도 모으지 못할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불안하다는게 이해가 안가지만 모든 것이 불안하다. 


내 생에 이처럼 불안하고 외로웠던 적이 있었나? 


아침에 어린이집가는 아이들이 부럽다. 

무엇인가 루틴이 있는 삶이 부럽다.

그럼 회사에 취직을 하면 되는데, 그것은 또 싫다. 

그래서 식당 사업을 했는데, 도망치고 싶지만 이건 쉽게 도망 칠 수도 없다.  


웃긴건 모든것에서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소속감이 필요하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것 같지 않게 붕 떠 있는 것 같다. 


30년 넘게 내 인생 목표의 잣대는 돈이었는데 어떤 잣대로 살아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길잡이가 되어 줄 사람이 주위에 없다. 


회사에서 나온 덕분에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잘나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주위 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 나가는 식당들도 적자에 허덕이다가 망하는 것을 보았다. 

잘 나가는거 같던 의사도 한방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대체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인생의 승자에서 패자가 되었을까? 

아니, 인생의 승자는 뭐고 패자는 뭐지? 

우리가 살 이유가 있는가? 

내가 오늘 죽는다고 해도 아무일도 없이 세계는 흘러갈텐데... 

내가 죽어서 우는 사람은 남편과 아이들일텐데.. 

그것이 죽은 나를 위해서 우는 것일까? 아내와 엄마의 자리가 없어져서 우는 것일까?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Unsplash의Adrian Swancar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 있었으면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못했을 생각들이 밀려왔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나에게 질문을 수없이 던지고 또 던진다. 

아무리 찾아봐도 살 이유가 없다. 


누군가가 말하는 돈이 충분히 없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일까? 

30억이 있으면 이런 우울한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럼 30억을 만들기 위해서 또 다시 돈의 쳇바퀴에 들어가야하나? 


그래서 결정 했다. 


세상에 좋은 일을 하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재미있게 살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것 같다. 

그럼 이제 돈을 버는것이 목적이 아닌,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어떨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생각 되는 한가지는.. 글을 쓰는 일이 좋다. 

생각과 경험을 글로 쓰는 행동은 뇌가 배설하는 것 처럼 머리가 시원해 진다. 

 

남편은 음식일 빼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식당을 운영하는 것 처럼 책임감이 있어야하는 일은 피하고, 

이나라 저나라 다니면서 식당일을 몇개월 하다 몇개월 쉬다 하는 방법도 있다. 

돈을 많이 벌 목적이 아니면 굳이 책임감의 무게를 견딜필요가 있을까?? 

조금 더 세상 구경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어차피 중요하지도 않은 인생, 여러 경험이나 하고 이야기나 하면서 살아야겠다. 


이상의 '날개' 처럼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Unsplash의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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