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부자 코스프레 제주도 여행

똘맘의창업일기

by 똘맘

제주도에 처음 갔던 때는 초등학교 6학년 아람단 여행 때였다.

저렴한 호스텔에 20명씩 숙박하고 단체로 관광하는 여행이었다.
그때 다리에 깁스를 했었는데 엄마는 내가 불편할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돈을 냈는데 못 갈까 봐
걱정했었다. 그때의 여행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좋았었나? 나빴었나?
여행 가면 선물을 사 오는 것이라는 세뇌 때문에 엄마가 이모들한테 선물할 돌하르방만 엄청 사갔었다.

그 후 성인이 돼서는 25살에 가족여행을 간 것이 가족끼리 비행기를 최초로 타본 일이다.
더운 여름휴가 날, 연휴에 가장 저렴한 숙소를 얻기 위해 이모의 콘도 회원권을 빌려 사*리조트에 묵었다.
그래도 즐거웠던 게 우리 가족끼리 텐트가 아닌 펜션 같은 곳을 가는 것이 처음이었다.
퀴퀴하고 오래된 방, 여름휴가 기간이라 렌트차를 비싸게 얻었다고 툴툴대는 엄마.
낚시 장비를 몽땅 챙겨 와서 낚시에만 관심 있는 아빠, 아무런 생각 없는 동생, 여행 계획을 죄다 쿠폰으로 잡은 나 이렇게 4 식구가 제주도에 총출동했다.
첫 시작은 쿠폰으로 산 전복집이었다. 그렇게 많은 전복은 처음으로 먹어봤다.
아니, 전복 우리 돈 주고 사 먹은 게 처음이었다.
아침과 저녁은 숙소에서 직접 해 먹으며 돈을 아끼고 점심에는 내가 쿠폰을 산 곳에서 밥을 먹었고 쿠폰을 산 곳을 가서 체험을 했다. 저렴하고도 알찬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오는 날, 엄마는 이모와 할머니께 드릴 꺼라며 젓갈과 몇몇 기념품을 샀다. 아마 그 돈이 우리가 여행한 비용보다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우리 집이 결코 돈이 없는 집은 아니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저번과 달랐다. 돈이 생기기도 했지만 무거운 마음에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서 도피를 했다. 코로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만석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남편과 이야기 나온 것이 제주도에서 맛 본 고기 국숫집 창업이었다. 제주도에서 먹어 본 고기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우리 지역에서 고기 국숫집을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유명한 고기 국숫집을 가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다.
돈이 생긴 덕분에 이번 제주도 여행은 전과 달랐다. 저렴한 숙소를 찾고 하루에 두 끼를 숙소에서 해 먹었던 때와 다르게 음식을 할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고 떠났다.

숙소는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와 롯데호텔, 나름 비싼 곳을 예약했다. 한국에서 이렇게 비싼 곳을 예약하기는 처음이었다.

제주도에 도착 후 항상 제주도에 처음 가면 하던 일인 귤을 가족들에게 택배를 보내는 일을 생략했다. 아무도 남편이 회사를 휴직했는지 몰랐었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 행동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과시하고 자랑하려는 행동이란 것을 알았기에 자제했다. 기념품이란 게 생각해보면 참 웃기다. 내가 여행을 다녀온 기념을 하기 위해 내 거만 사 오면 되는데 내 여행을 기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선물을 준다. 나의 제주도 여행인데 왜 그렇게 내 돈을 지출해서 남에게 의미도 없는 돌하르방을 사 와서 나눠주었을까. 그걸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았을까? 쓰레기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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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덕분에 처음 가본 비싼 리조트는 시설보다는 서비스가 달랐다.

키즈카페도 있었고 키즈 체험도 있었다. 아이들은 쿠킹클래스를 하면서 뿌듯해했고 나는 그 시간을 쉴 수 있었다. 저녁에는 리조트에서 밥을 먹고 분위기 좋은 뒤뜰에서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들으며 휴식했다.
리조트에는 패키지에 포함되어 무료로 즐길 것들이 많아 2박 3일을 즐겁고 여유롭게 지냈다.
점심때는 인터넷에 나와있는 고기 국숫집을 방문했다.
한 곳은 홍보만 잘한 집이었다. 맛이 없었다. 또 한 곳은 맛이 있는데 국물이 너무 짰지만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었다. 코로나 기간인데 평일 점심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방문객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짠걸 맛있다고 하는 건가? " 웨이팅을 해서 먹을 정도의 음식이 아니었고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 주변도 아닌 곳에 세워진 식당이었는데 역시 인터넷 홍보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두 번째 숙소는 롯데호텔이었다. 입구부터 과도하다 싶게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가 남달랐다.
지나갈 때마다 웃으며 인사하는 직원들,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 한껏 뽐낸 커플들, 대부분 명품 신발을 신고 명품가방을 메었다. 코로나와 불경기는 남의 이야기인 듯한 곳이었다. 저녁은 처음으로 5성급 호텔인 숙소 안에 있는 뷔페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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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급 뷔페는 무엇이 다를까? 항상 동경하던 뷔페 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비슷했다.
하지만 개별 음식의 퀄리티와 분위기, 서빙하는 직원들의 친절함이 달랐다.
또 아이를 위한 키즈룸까지 동화의 나라처럼 꾸민 곳을 보고 "아~ 돈이 꿈과 희망을 키우는구나, 나는 이런 걸 보면서 자라지 않았는데..." 라며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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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처음 가본 롯데호텔 뷔페는 만석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비상인데도 이렇게 비싼 곳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는 꿈에도 상상을 못 했다. 4인 가족이 방문하면 30만 원이 훌쩍 넘을 텐데, 4인은 물론 8인, 10 인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식사를 했다. (2020년)
"못해도 200명은 넘게 온 거 같은데, 이렇게 2바퀴만 돌면 오늘 저녁에만 이 뷔페는 3,000~4,000만 원을 넘게 벌었네... 점심에도 사람들 왔을 텐데... 다른 사람의 연봉을 하루 만에 쉽게 벌 수 있다니, 세상이 요렇게도 돌아가네" 다시 한번 더 씁쓸해졌다.

뷔페에 온 사람들은 상상처럼 음식을 쌓아 놓고 먹지 않았다.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고 조금씩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이쁘게 플레이팅 하여 가져왔다. 뚱뚱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모두들 한껏 꾸미고 멋지게 차려입고 파티장에 온 듯했다. 먹는 것보다는 같이 온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26살 때 4만 원짜리 뷔페에 가서 음식 값을 뽕뽑겠다고 쌓아 놓고 먹다가 마지막에 토를 하고 급체를 해서 약을 먹던 때가 갑자기 떠오르며 참 내가 살던 세상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식당을 하면 신랑과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결혼 전 28살 때, 종로 탑클라우드에 남편이 예약을 했었는데 난 경기도민이라 그곳이 그냥 식당인지 알고 갔다. 메뉴판을 펼쳤을 때 금액을 보고 너무 비싸서 뒷걸음쳐 나온 적이 있다. 직원이 예약까지 한 고객이 뒷걸음쳐서 나가는 걸 보고 자기네가 무슨 잘못을 한 게 있냐며 죄송해하며 뒤쫓아 나오는데.... 신발에 구멍이 나서 눈이 발에 들어온다고 투덜대던 남자 친구가 그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나를 위해 이 비싼 식당을 예약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고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이질감에 심장이 쪼그라들어 숨을 못 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왜 우는지도 모르게 펑펑 울었었다.

생전 그렇게 비싼 곳은 처음이기에.... 비싼 곳에 가서 좋아하기보다는 무서웠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뒤 난감해하는 남편에게 사과를 하고 곱창집에 가서 소주를 먹었었다.

2020년 7월, 제주도 여행은 돈도 많이 들었지만 부자들의 세계를 처음으로 겉핥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업 아이템 계획인 고기국수를 먹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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