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렵지만, 캐나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는 아이스하키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에드먼튼에는 Recreation centra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여러 개 있고, 작은 호수 같은 경우에는 기온이 낮아지면,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게 변신한다.
하지만 우리는 스포츠에는 관심이 크게 없는 사람들이라, 언젠가는 가봐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쩡이가 아이스하키장에서 노래를 부른다면서 신나서 하교를 했다.
다시 알아보니, 쩡이가 속해 있는 학교 합창단에서 아이스하키 시작 전에 캐나다 국가인 Oh, Canada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학교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합창부에 스스로 들어간 것도 신기한데, 공연까지 하러 간다니...
사실, 가사도 잘 몰라서 웅얼웅얼 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다니는 신통방통한 아이다.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서 1인당 $20이 되는 티켓을 끊었다. 아이들의 공연 덕분에 저렴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에드먼튼에서 유명한 하키팀은 Oilers라는 프로팀인데, 이번에 가는 공연은 주니어 하키 팀인 Oil kings라는 팀의 경기였다. 학교에서 추천해 주는 옷을 사러 가서 쩡이와 쭌이 모두 Oilers 옷을 입히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주니어 하키 팀의 경기지만, 입구부터 떠들썩했다. 특히, 태권도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쩡아, 쭌아, 혹시 태권도 배워볼 생각 없어?
이단 돌려차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권했더니, 흔쾌히 배우고 싶다고 했다. 쩡이는 한국에서 2년 정도 배웠는데...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끝나면 내년에 시작해 봐야겠다.
아이들을 만나기로 한곳으로 갔더니, 벌써 많은 아이들이 도착해 있었다. 쩡이는 쭈뼛쭈뼛 대는가 싶더니, 이내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서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가 수줍게 나에게 인사를 해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같은 학교에 5학년이라고 하던데.. 쩡이는 한국인이라고 특히 반가워하지도 않고 관심이 없다. 신기하다. 쭌이네 반 참여 시간에 방문했을 때는 노란 머리의 아이들이 없었는데, 합창부는 한눈에 봐도 외국인이 적은 것 같았다. 또다시 엄마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렇게 헤어진 후, 시합 시작 전, 아이스링크에서 합창부들의 모습이 보였고, 멋지게 O-Canada를 불렀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아무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이 땅에 데리고 온 것이 잘 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느끼며, 감동의 눈물이 찐하게 한 방울 떨어진다.
합창을 마친 후, 자리에 앉아서 생전 처음으로 아이스하키를 직관했다.
직관을 하는 중에 학교 친구들끼리 또 짝을 지어 자리를 바꾼다. 쩡이는 친구들을 찾아 우리 품을 떠나가고, 쭌이 친구들은 하나둘씩 우리에게 왔다. 아프리카, 이집트, 이란, 한국 그리고 인도 소녀, 총 5명이 신나게 떠들면서 경기를 관람했다. 노래가 나오면 모두들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하고, 야유를 함께 하기도 하면서 악동들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자꾸 "poopy! poopy! 즉 똥! 똥!"이라고 말을 하지만, 건강하게 아이들처럼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운이 좋게도 육포를 던져 주는 이벤트에서 쭌이가 육포를 받았다. 웃긴 것은 앞에서 쩡이도 육포를 받았다면서 웃으며 자랑하고 있었다. 항상 사진을 못 찍고 흘러가서 아쉽지만 그날의 경험은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 글로 써라도 남겨놔야겠다. 휴식시간에, 슈퍼 영웅? 슈퍼 악당? 들이 사진을 찍어 주고 있어서, 함께 사진도 찍었다.
내년엔 하키를 가르칠까?
캐나다에 와서 학원을 다니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공부 이외의 가르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일단, 쭌이가 조금 더 큰 내년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