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맘의 창업일기
우리 남편은 신상품에 웬지 모를 집착이 있다.
허니버터칩이 처음 나왔을 때, '없으면 안 먹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이마트에 허니버터칩을 판다고 줄 서서 사 오던 사람이었다.
치킨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치킨 사랑이 깊어 새로운 치킨이 출시되면 무조건 사 먹어 보고
새로운 식당이 오픈하면 그 식당을 가고 싶어서 짠순이인 나의 기분을 살피고 몇십 번 그 식당에 대한 어필을 하고 월급날을 기다려 외식을 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별로네~차라리 다른 곳 갈걸."이라고 하며 후회와 함께 허무하게 끝이 났었다. 좋은 말로 하면 얼리어탑터이고 나쁜 말로 하면 새 거 면 다 좋다고 생각하는 줏대 없는 남자다.
집을 이사할 때도 소파에 이 x 고집이 실려 워터 세이브 패브릭이라는 원단을 쓴 비싼 소파를 고집을 부려 샀다가 1년 만에 얼룩과 색바램으로 속을 썩고 있다.
이사한 후 집에 어항을 놓고 싶다는 굳은 일념으로 2자짜리 큰 어항을 샀다가 7개월 동안 수질이 괜찮다는 핑계와 바쁘다는 핑계로 어항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처음부터 작은 것을 사서 작게 키워보자는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항상 저지르고 핑계를 대는 남자랑 살고 있다.
식당을 준비할 때도 x 고집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엔 그 고집이 초음파 식기세척기에 꽂혔다.
무조건 초음파 세척기를 사야 된다고 하며 비린내도 잡아주고 야채의 농약도 없애주고 싱싱한 상태로 유지시켜준다는 내용으로 나를 어필했다. 결국은 인천의 초음파세척기 공장에 방문했다. 시연을 보고 손을 집어넣어 보고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초음파 세척기 공장에서는 방문해 주었으니 600만 원짜리 모델을 500만 원에 준다고 했다. 또한 세정대도 원하는 개수만큼 주고 주방 선반도 무료로 제공해 준다고 했다. '이게 웬 떡이냐'라고 생각하고 남편은 어깨에 잔뜩 힘들 준 채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초음파 세척기를 쓴다고 상상하며 동선과 노동력을 생각해 봤다.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식기세척기는 물에 헹궈서 식기세척기통에 돌려 나오면 건조까지 끝나서 보관해 놓으면 된다. 하지만 초음파 식기세척기를 사면 그릇을 헹궈서 다시 초음파 세척기에 옮겨 넣고 20분 돌린 후 그릇을 꺼내 다시 헹구고 건조를 시켜야 한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식기세척기를 쓰는 게 초음파 세척기를 쓰면 인건비를 더 쓸지도 모르고 건조도 안되기 때문에 시간도 더 들 것 같다. 이를 남편에게 말했더니 초음파 세척기에 대해 유튜브를 보여주며 광고 속에서 허우적댄다. 남편을 광고의 늪에서 꺼내 함께 상상 속으로 들어가 보고 결국 초음파 세척기를 포기하고 일반 업소용 식기세척기를 선택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순간 초음파 세척기를 안 사서 다행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큰일 날뻔했네....
초음파 식기세척기를 살까 말까 하는데 식당 사장님들은 장사하기에 바쁘고 인터넷에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정보를 찾는 것에만 더 익숙하기에 이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에 답변을 해주는 사람은 영업사원일 확률이 많다. 누가 내 식당 운영하기 바빠죽겠는데 내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추천을 해주고 있을까?
나 또한 초음파 식기세척기를 써보지는 않았고 상상만 했기에 초음파 식기세척기가 안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은 식당에는 초음파 세척기가 적당하지 않다. 만약 수십 명의 직원을 쓰는 큰 식당에 설거지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초음파 세척기 + 일반 세척기를 함께 사용하여 일반세척기에서 건조 기능을 쓸 수 있다면 초음파 세척기 사용이 좋을 수도 있다. 신상이고 비싼 것이라고 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깜박하고 식당의 덩치에 맞지 않는 짐을 지고 갈뻔했다.
식당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마지막 메세지를 남긴다.
비싸다고 좋거나 다른 이들이 추천한다고 정답이 아닙니다.
광고에 현혹 되지 마시고 본인이 일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오늘도 남편은 내가 쓴 글을 보고 왜 자꾸 나를 욕하냐고 하겠지만 사실은 인정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