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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Oct 08. 2021

주식, 코인 하는 식당 직원, 큰일이다.

똘맘의 식당창업일기

Photo by Adrian Swancar on Unsplash

아침 출근부터 주방 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다.

자꾸 핸드폰을 보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생각에 잠기다 또다시 핸드폰을 확인하길 반복한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무슨 일 있는지 살짝 던졌다.
"왜? 여자친구랑 싸웠어?? 표정이 안 좋아!"
직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주춤거리며 말을 한다.
"아뇨.. 아빠가..."
나는 순간 아빠가 쓰러지셨는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말이 걸작이었다.
"아빠가 어디 주식이 오늘 오른다고 돈 넣으라고 했는데요... 지금까지 15%가 떨어지고 있어서요."
다시 내 머릿속에는 허탈함과 함께 어떻게 말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곧 질문을 정했다.
"얼마 넣었는데?"
"240만 원이! 아빠한테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
"......................"

직원이 일한 지 3개월 정도 된 시점이니 240만 원이면 2달 동안 모은 금액을 거의 한 번에 아빠가 말한 곳에 넣었을 확률이 크다. 자신의 전 재산 중 36만 원이 몇 시간 만에 없어지다니!!
23살의 직원은 얼마나 화가 나고 갑갑했을까.... 얼굴은 창백해지고 눈시울은 붉어졌다.
전화 통화를 끝나고 온 뒤, 직원은 돈을 다시 뺏다고 말했지만 일하다가 자꾸만 핸드폰으로 손이 갔다.

주방에서 칼을 주로 만지는 직업인데, 자꾸 정신이 딴 데 있고 핸드폰을 만지다가 사고가 나면 어찌할지
걱정이라 한마디 하고 싶지만... 꼰대라고 할까 봐 말도 못 한다.

다음날은 싱글벙글 웃음을 띠며 출근한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말을 하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던 코인이 50% 뛰어서 40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본인은 코인과 주식에 분산투자를 했다며 뿌듯해했다.
주식은 어찌 되었냐는 물음에 엔터테인트먼트 주가 잘 될 것 같아서  'S*'에 투자를 했고 그 또한 오늘 5%가 올랐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잘 됐네~"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직원은 주식, 코인, 여자친구 때문에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핸드폰에 손이 갔고
의 다른세계를 보았고 어디서든 식당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받쳐주어 퇴근시간 10분 전에 집에 가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재고 조사를 엉망으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가락도 다쳤다.
저녁 8시 반부터 본인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핸드폰만 보고 있어서 내일 물회 나갈 채소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마음은 퇴근인데 몸은 일을 해야 하니 몸과 마음이 부조화되어 결국엔 칼이 손을 스쳤다.
손에 피가 나니 갑자기 어지럽다면서 몸을 못 움직였다. 빨리 병원을 보내 처치를 하고 산재처리해 주었다.  


Photo by Diana Polekhina on Unsplash


그렇게 위태롭게 일하는 도중 어느 아침에 헐레벌떡 전화가 온다.

"사장님! 물회 소스가 없어요!"
"왜?? 그건 며칠 전에 말했어야지!"
"깜박하고 잊어버렸어요."
"지금 사가지고 갈게!! 배송도 시킬 때니깐 배송 오면 말해!"
결국엔 배송도 왔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배송 왔어??"
"네, 왔습니다. "
"오면 말하라고 했잖아! 왜 안 했어!"
"제가 다른 일을 하느라 못했습니다."
"............ 다음엔 이런 일 없게 해줘."

또 다음날에
"사장님, 광어가 없어요!"
"무슨 소리야?? 어제 재고 체크할 때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저녁에 퇴근하면서 말해야지 했는데..."
"오픈이 11시 반인데 10시에 말하면 어떻게 해!! 너 어제도 그러더니!!"
"......... 묵묵.........."
"놓치지 말고 잘 좀 하자!"
".......... 네"

다른 인생을 찾아보려고 오토 매장을 바랐던 게 잘못이었을까?
결국에 아쉬운 건 나였고 직원이 그만둘까 봐 아무 말 못 하고 넘어가야 했지만 결국엔 칼을 꺼내 들었다.
내가 꼰대인지, 비정상이고 갑질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내 공간에 주식과 코인, 여자친구로 기분이 좌우되고 자신이 잘못한 것을 미안해하지 않고 본인의 행동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며 자신감만 강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다른 직원 구직을 올려놓았고 마지막 기회라고 강력하게 말을 했더니,
결국에는 자신이 아는 지인이 태국? 배달 음식점을 오픈하였는데 그곳이 확장을 하면서 직원이 필요해서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달 말까지만 일하기로 했지만 다음날 카톡으로 자신이 빨리 합류해야 될 것 같아서 오늘까지만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결국 그 직원은 그만두었고 원래 간다고 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진을 인스타에 게시했다.

아마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싫고 본인이 대단한 무엇인가라고 여겼기 때문 아닐까?

온 나라가 주식, 코인, 부동산에 열광을 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현상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 모두 돈, 욕심, 사람,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 적도 누군가가 말을 해 준 적도 없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되는 돈이 없으면 굶어 죽는 사회에서 태어난 덕분일 것이다.

왜 부모는 아이가 노동에 대해 소중히 여기고 경험과 경력으로 자신의 삶을 쌓아가야 할 때,
널뛰기하는 주식을 권했을까? 자식이 부자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알겠지만 좋은 정보를 들었다고 어린 나이에 전 재산을 주식에 넣게 했을까??
차곡차곡 먼저 모으라고 하거나 돈에 대해 공부시키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달에 300~400만 원 버는 회사원들에게 좋은 정보가 과연 올까??
(생각보다 우리는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

직원이 돈을 벌어서 배 아픈 게 아니다. 노동으로 기쁨을 느껴야 하는데, 그 의미가 돈이 위주가 되어버려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슬프다.

40년 전, 아빠 혼자 돈을 벌어서 집도 사고 온 가족이 먹고살았다.
20년 전, 맞벌이를 하면 조금 더 좋은 집도 사고 온 가족이 먹고살았다.
이제는 맞벌이를 하고 은행의 돈을 빌려야 겨우 집을 산다.
다음에 오는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Photo by Executium on Unsplash


주식과 코인에 열광하고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과연 이다음 미래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렇게 경험과 생각으로 내 인생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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