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4억, 식당 매매 합니다.

똘맘의 식당창업일기

by 똘맘


코로나때에 창업을 했어도 매출은 꽤나 잘 나왔다.
내 글에 지지리궁상처럼 힘들고 힘들고 힘들다 라고 떠들었지만 15평짜리, 인원 3명의 작은 식당에서
코로나 때문에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매출은 약 4억이 나왔다.

텔레비젼에 나오던 연매출 몇억하는 식당, 그렇게 부러워하던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자영업의 사장은 백조와도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하고 평화롭게, 힘들지 않게 물위에 떠있는 것 같은데,
발 밑으로는 빠져 죽지 않도록 쉬지 않고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식당을 시작한 것은 좀 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였는데, 아빠의 퇴근은 아이들의 취침 시간이였고 회사 다닐때는 손꼽아 기다리던 빨간날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behnam-norouzi-PDVwLzOxKQE-unsplash.jpg Photo by Behnam Norouzi on Unsplash

그렇다고 돈을 무진장 벌지도 못한다. 연매출 4억이라는 걸 나누어 보면 우리 부부의 맞벌이 시절 보너스 합친 급여와 식당 순수익이 비슷하다. 대신 둘중에 한명이 집에서 아이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한명은 12시간 이상 식당에 붙어있어야 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놀던 소소한 시간들이 사라지고 나의 독박 육아와 남편의 늦은 퇴근만 남았다.
직장 생활 때 주 5일 근무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일에서 해방 되었던 시간은 사라지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식당을 오픈하니 몸은 아이들과 함께여도 모든 정신은 식당으로 향했다.

한마디로 내가 원하던 삶과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cdd20-HQH-GOZ6K2c-unsplash.jpg Photo by 愚木混株 cdd20 on Unsplash


누군가에겐 배 부른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6일 근무를 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고 오던 남편은 당연히 나보다 훨씬 식당을 그만 두고 싶어 했다.


문제는 그 후 다시 회사에 복귀한다면 남편의 외벌이 수입으로는 우리 가족이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위에 사람들을 보면 5살인데도 벌써 한달에 100만원의 학원비를 쓰고 있었다.
커가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걱정, 맞벌이와 외벌이의 갈림길, 가족의 시간...
토론 수업을 하는 공부방을 오픈 할까? 영어 공부방을 오픈할까?
시골로 가서 민박운영하며 농사나 지으며 살까?

맞벌이를 한다면 아이를 돌봐주지 못하는 시간을 학원으로 채워야 하기에 유난떠는 엄마는 아니지만
한명당 100만원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요새 학원은 왜 그리 비싼지, 또 우리 시절때같이 한달 내내 가는 속셈 학원은 없다. 대부분의 학원이 쪼개져 있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 가면서 10만원 20만원을 받는다. 수영은 일주일에 2일 가면 20만원, 피아노는 일주일에 2일 가면 18만원, 미술은 일주일에 2일 가면 18만원, 논술(국어)는 일주일에 2일 가면 20만원, 수학은 일주일에 2일 가면 16만원, 과학은 일주일에 2일 가면 20만원(실험포함), 영어는 일주일에 3일 가는데 30만원, 기본으로 깔아주는 태권도는 일주일 내내 가는데 13만원으로 가장 가성비 좋은 학원이다.
칼퇴근을 해서 집에 온다는 전제하에 아이의 학원 하원 시간과 내 퇴근 시간을 고려 했을 때, 약 100만원의 금액은 기본이었다. 아이가 둘이니 200만원은 기본이다. (이전 회사에서 보너스 뺀, 세후 내 월급과 비슷하다.)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서 영어 공부방을 오픈한다는 생각을 하니 10년 무역을 했지만 여전히 영어는 내 발목을 잡고 있었기에 모든 것이 막막했다.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돌아갔고 쉽지 않은 결론이 나왔다.


"식당을 할거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해보는게 어떨까?"


이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아이들의 교육 이었다.
아이들이 탐구하고 스스로 깨달으며 뛰어 놀아야하는 시간을 학원에 묶어 놓고 싶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누구보다 걱정해야하는 부모의 입장으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방황하며 할 줄 아는게 없는 우리 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다.

백종원님의 책에서도 마지막에 강조한, 세계는 넓다! 세계로 나아가라. 라는 말을 떠올리며,
어차피 한번 살면서 즐기는 인생, 다른 나라로 가서 즐기면서 일하자!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편과 결정하고 1년만에 창업 했던 식당을 매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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