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앤킴 Feb 19. 2023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영화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임시완 주연, 2023 대한민국 스릴러 >


일본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 이 영화는 어느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소름 돋는 사이버 범죄와 연쇄 살인을 다룬 스릴러 영화이다.


주인공 나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몹시 취해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그만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 내린다. 그 후 상상도 못 할 끔찍한 일에 휘말린다. 단지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 되돌려 받았을 뿐인데 아버지와 나미는 목숨마저 잃을 뻔한다.


언젠가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독일의 전직 기자 우베부제라는 사람은 범죄형 해킹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자신은 자신을 방어할 테니 해킹으로 자신을 공격해 보라는 제안을 했다. 그의 이런 체험은 무참히 실패했고, 그 파괴력은 그가 상상한 이상이었다.

이 영화를 보니 오래전 본 다큐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가 떠올랐다.


스마트폰에는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악의적 의도를 가진 범죄자에 의해 나의 삶이 조작되고 짓밣히고 파괴될 수도 있으며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다룬 영화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소름 돋는다.

이런 범죄가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경찰의 대응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해킹당했다는 것을 피해자한테 물증을 확보하라면서 수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만약 실제 현실에서의 수사 매뉴얼이라면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는 뜻밖의 반전을 안겼다. 이런 반전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남자 주인공이 생각보다 더 냉혹하고 광기 가득한 집착을 보이는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오미자, 참나물에 철저히 속아 넘어갔다. 임시완 배우의 연기와 그 선한 얼굴 덕분에 생긴 의외 반전이기도 하다.


어떤 끔찍한 사건과 사고를 접하고 난 후 피해자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원망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때 그 일을 하지 않았으면", "만약 그때 그 일을 했더라면"

슬프지만 그 어떤 자책도 의미가 없다.

범죄 피해자가 범죄자로 인해 삶이 망가지고, 남은 삶도 자신을 자책하며 산다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악마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날 수 있길 바라본다.

이 영화는 일면식도 없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런 범죄로부터 모두가 보호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공권력의 올바른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과도한 음주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절주와 금주를 실천하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물건을 검색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조금은 한심해지기도 했다. 내가 검색한 쇼핑 품목은 스마트폰을 목에 걸 수 있는 줄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5일간의 사랑으로 25년을 기다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