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아나운서의 닭백숙
한 때 홍삼을 직접 달여 마시기에 심취한 적이 있다. 홍삼 마시기보다는 홍삼 만드는 과정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행위를 통해 언젠가 건강원을 차리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언가 보양을 하기보다는 몸에 안 좋은 음식을 줄이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실천 방안인데, 건강원까지 떠올렸던 시절이 다소 오버스러웠단 생각이 든다.
이렇듯 한 때는 건강을 생각한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했지만, 어느덧 일상의 고단함으로 쉽게 단념하는 끼니가 되어버리곤 한다. 피곤하고 지쳐서 외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때우곤 한다. 물론, 맛집 탐방도 삶의 기쁨 중 하나이긴 하다.
닭백숙은 내게 음식 보약이란 말의 대표 격 음식 중 하나이다. 정기적으로 닭백숙을 먹으면 왠지 힘이 나는 것 같다.
닭백숙은 재료 손질만 하면 비교적 간단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쉽게 가지는 않았다.
< 대세 김대호 아나운서 >
어느 날, 김대호 아나운서라는 사람의 일상을 다룬 유튜브를 우연히 보았다. 지금은 대세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우연히 본 영상으로 인해 난 한 때 김대호 아나운서 덕질을 했다. 이런 내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시장에 가서 직접 닭을 사고, 각종 약재를 고르고, 산에 올라 약수를 떠서 들통에 끓여 먹는 닭백숙을 보고 말았다. 나도 따라 만들어 먹기로 했다.
< 일반적인 닭백숙 재료 >
1. 닭백숙 (가능하면 냉장이면서 영계가 좋은 것 같다.)
2. 각종 약재 재료 (경동시장 가서 직접 사면 좋겠지만, 요즘 묶음으로 편하게 파는 것이 많다.)
3. 영지버섯 (생략가능하나, 가끔 몸보신으로 넣어주면 힘이 나는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4. 생마늘 여러 알 (새해에 참다운 인간이 되고자 아주 듬뿍 넣었다. 마늘 먹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거야!)
< 김대호 아나운서 비법 - 덕질은 무서운 거다! >
5. 누룽지 (보통 찹쌀을 불려 넣으나, 그는 누룽지를 넣었다. 그에게 한 껏 반한 나는 모든 것을 따라 하려고 누룽지를 구입했다.)
6. 쪽파 (요즘 쪽파는 비싸지만 그가 이 쪽파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한 단을 사게 되었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공구했다면 몇 단을 사서 친구들에게 강제로 나누어 줄 기세다.)
7. 약수 혹은 생수 (김대호 님은 배낭을 메고 산에 올라가 약수 한 통을 받아온다. 이거까지는 차마 따라 하지 못했다. 산에 가는 것까지는 따라 했으나, 내가 가는 산의 약수는 안타깝게도 음용 불가였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 에피소드 >
어느 날 식재료 쇼핑몰에서 닭백숙 세일을 하는 거다. 그것도 엄청난 할인 공세였다. 그래서, 평소 소탐대실을 일삼는 난 과감하게 4개를 샀다. 새벽배송을 받아 보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기대하던 4마리 영계백숙이 아닌, 속재료 모음 4개가 도착했다. 꼼꼼히 안 읽어 본 날 탓하지 않기로 했다. 선전을 위한 사진에서 백숙 사진을 보고, 닭과 속재료가 함께 오는 것인 줄 알았다. 어쩐지 세상에 터무니없이 가격이 싸다면서 득템 한 줄 알고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새벽 배송을 받아 닭백숙을 해 먹고야 만다는 생각으로 잠든 난, 그야말로 야무진 꿈을 꾸었다는 것을 눈뜨고 알게 되어 허무했다.
< 다시 도전, 그리고 마법 >
인생엔 뜻하지 않게 실수를 하기도 한다. 잠시 놀랬지만, 다시 재료를 주문하고 심기 일전하여 마음먹은 나의 백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엔 김대호 아나운서의 요리법에 친구가 알려준 필살기를 추가했다.
바로 쌍화탕! 이걸 부으면 모든 것은 마법과 같이 근사해졌다. 마법사의 비밀 약과 다름없었다.
1. 모든 재료를 씻고 다듬어 준비한다.
2. 압력솥을 준비한다. 전기밥솥, 큰 솥도 가능하나 나의 경험상 압력솥이 최고였다.
3. 약재 재료는 부직포 주머니에 담아 넣는다.
4. 닭백숙을 깨끗이 씻어 포즈를 취해서 담아준다.
5.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는다.
6. 소금 간을 하고, 마늘을 넣는다.
7. 쌍화탕을 집어넣는다.
8. 영지버섯에 나의 마음을 담아 차곡차곡 쌓인 재료에 떨군다.
9. 압력솥을 한 시간 가까이 푹 가동한다.
10. 압력솥의 김을 충분히 빼고, 누룽지와 쪽파를 넣고 끓인다.
< 정성으로 마음을 우린다 >
사실 엄청난 요리 솜씨를 요하는 음식이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 번거롭게 느껴진다. 아마도 나름 재료 손질을 해야 하고,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어서 그런가 싶다.
그런데, 이리 좋은 재료와 시간의 정성을 다하면 함께 먹는 이들이 보양식을 맛보게 된다. 음식 보약인 양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다. 누룽지까지 싹싹 긁어먹는 모습이 흐뭇하다.
지금은 많은 규제가 있지만, 계곡 식당에서 먹는 닭백숙의 맛은 일품이었다.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물놀이를 하고 나면 부모님께서 닭다리를 내어 주신다. 아무 생각 없이 동생과 다리 하나씩 부여잡고 야무지게 먹어치우던 그 시절 행복을 다시 소환해 본다.
음식을 통해 몸을 보양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행복을 맛보는 기쁨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