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개그 전수기
“시크릿 시크릿 주스~
사과주스 포도주스 오렌지주스~”
응???
“아니야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심심해 타령에 못 이겨 각자 원하는 것 두 개씩만 보겠다는 악속 끝에 티브이를 켜고 마침 딸아이가 좋아하는 시크릿 쥬쥬가 방영하길래 신나게 보던 중이었는데 요상한 노래에 이어 딸내미의 악다구니가 들려온다.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든 이 요상한 가사말의 노래는 어느새 우리 집 시크릿 쥬쥬의 주제곡이 되었다. 장거리 차 안에서 노래를 틀어주거나 캐릭터를 보거나 누군가 한 명이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아빠와 두 아이에 이어 나까지 모두 저 우스운 가사로 합창을 하니 말이다.
유치원에서 나라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각 나라별 특징이나 유명한 것들, 국기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큰 아이가 아빠로부터 국기 카드와 지구본, 세계지도를 선물 받더니 매일 펼쳐놓고 아빠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엄마한테도 관련 질문들이 많아지고 가끔은 대답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아이와 함께 공부해나가야겠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뭔가 뿌듯한 기분이었는데 어디서 또 요상한 소리가 들린다.
“한대 칠래, 두대 칠래?”
“감자 케냐 고구마 케냐”
“오세아니아 육 세야”
“인도네시 아니야 아홉 시야”
지도를 펴놓고 부자가 한참을 키드득 대더니 저러고 있다.
연애 때부터 어이없는 아재 개그를 시전 하던 신랑은 여전히 그 개그사랑을 멈추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도전을 하고 있다.
내 눈에 하트가 뿅뿅하던 시절에는 그 시도들이 먹혀 웃음이 잘도 터졌지만 살림에 치이고 육아에 찌든 7년 차 주부에게 아재 개그가 웬 말.
개그 시도가 무색하게 뚱한 얼굴로 어이없어하는 내 모습이 서운하다면서도 자신은 실력이 부족해 그렇지 본인의 아재 개그 롤 모델 격인 지인에게 직접 들으면 빵빵 터질 거라고, 아무래도 더 노력을 해야겠다던 이 아저씨가…
아무래도 그 대상을 바꾼 모양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의 슬랩스틱 몸개그에 깔깔대며 넘어가라 웃어대던 아들은 아재 개그도 코드에 맞는지 참으로 죽이 잘 맞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내 아들이라며 뿌듯해하던 남편이 오늘은 본인이 전수한 아재 개그를 통해 크게 한방 먹었다.
“아빠~ 오세아니아 오십 세야”
아빠의 시답잖은 개그에 오래도록 무반응이었던 엄마가 아주 박장대소를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