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들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26살의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냈습니다.
그는 그림 속에서 번쩍이는 비단 모자와 옷을 입고, 손에는 회색 염소 가죽 장갑을 꼈어요. 이 회색 염소 가죽 장갑은 당시에 사회 상류 계층들만이 구매할 수 있는 값 비싼 것이었다고 해요. 이러한 차림새를 통해 뒤러는 화가를 하류 계층에 속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그들의 그림은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여요. 당시 르네상스가 진행되던 이탈리아에서 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대하는 것처럼요.
뒤러가 살았던 시기의 독일 사회에서 화가는 신, 왕실 그리고 귀족의 니즈를 그림에 재현하는 기술자였어요. 이렇다보니, 그림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인을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뒤러는 거의 모든 그림에서 자신의 서명을 남겨요. 이 그림에도 보입니다.
뒤러 뒤에 있는 창틀 하단에 무언가 쓰여있죠? 그게 “1498년, 내 모습대로 나를 그렸습니다. 나는 26살이고, 알브레히트 뒤러죠.” 라고 쓴 거예요. 그리고 그 밑에 알파벳 에이가 쓰여있고, 그 사이에 알파벳 디가 끼어 있어요. 화가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딴 화가의 서명이에요.
그는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통해서, 그림을 창조한 사람으로서의 자신감 혹은 책임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뒤러는 이 그림을 그리고 2년 뒤에 자화상을 하나 더 그립니다. 현재 뮌헨의 알테 피나코텍(Alte Pinakothec) 전시되어 있어요. 바로 이 그림입니다.
앞서 본 자화상에서 뒤러가 우리를 흘끔 보고 있었다면, 이제는 자신에 찬 눈빛으로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한쪽 손을 들고 있죠. 근데 이 모습, 예수가 그려진 그림에서 그가 취한 손의 모양과 상당히 유사해요. 그렇죠? 이것때문에 그림이 공개된 후 크게 화제가 됩니다. 뒤러가 자신을 예수처럼 그려냈다고요.
뒤러의 미술 세계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르네상스. 이 시기에 인간은 신과 닮은 창조자로 여겨졌어요. 예수가 신의 아들로서 의무를 받았던 것처럼요. 그래서 뒤러는 당시 화가에게 주어진 기술자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화폭 속 세계를 창조하는 창조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이렇게 자화상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