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의 현실
수업 시수가 부족한 탓에 다른 학교로 순회를 나갔다. 30분 가까이 달려 도착한 곳은 시골 내음 가득한 소규모 학교. 학년별 학급이 하나밖에 없으며 학급당 학생수가 6명인 이곳은 말로만 듣던 소규모 학교였다. 수업을 들어가서 놀랐던 것은 직업 위탁생을 빼면 가르쳐야 할 학생수가 5명인 것과 입시를 앞둔 3학년이 주당 3시간의 일본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소인수 학급이므로 엄청난 집중력과 열정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 일주일 만에 현타가 왔다. 한 명의 감정을 나머지 네 명이 똑같이 공유할 줄이야! 한 명이 자면 너 나할 거 없이 다 같이 자고(수업이 시작돼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그냥 오늘 드라마나 보죠?) 전 수업시간에 기분이 안 좋은 일 있었으면 다 같이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요상한 곳에서 협동심이 발휘되는 모습이 생경하기만 했다.
어느 날은 수업이 시작되어도 엎드려 일어나지 않는 학생이 있어 책상에 노크하며 깨웠다. 미동도 없이 잠에 빠진 학생을 보고 "얘, 기절한 거 아니냐?" 했더니 "자는 거예요. 걔 잘 때 깨우는 거 싫어해요." 라며 친구를 깨우면 안 된다는 어느 학생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잘 때 깨우는 걸 누구 좋아하겠는가.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일어날 생각도 안 하는 게 한편으로 이해는 되면서 괘씸했다. 그런데 웬걸? 이 학생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라 눈만 감고 있는 게 아닌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이 상태의 학생을 억지로 깨우면 99.9% 빡쳐하며 교실을 뛰쳐나간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겠다 '선택'한 학생을 '존중'해주고 모든 행동을 과세특에 친절하게 넣어주기로 결심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자기 합리화하는 내 모습이 한심한 한편, 이 일 하나로 그 하루 전체가 망가지는 초임 교사는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튿날 다시 방문했을 때 그 학생은 고개를 들고 있었고, 표정은 안 좋았지만 수업에 참여했다. 여기서 충격적이고 아이러니한 학생의 행동! 수업 끝난 후 출석부 담당인지 말을 걸어왔다.
"せんせい(센세-)~!~! 출석부 サインおねがいします(사인 오네가이시마스)~~히히"

せんせい - 선생님
サインおねがいします - 사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