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과 꿈 노트

by KH

스마트워치를 구입하고 매일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수면 점수이다. 수면시간, 수면 단계(렘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코골이 데이터 등을 기상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불안한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며 잠이 드는 사람처럼 얕은 잠을 자는 습관이 있어 자그마한 기척에도 눈을 뜬다. 그래서인지 평균 50점대 이하의 수면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오래간만에 잘 잤다 싶으면 60점대가 나오기도 한다.


일하는 시간에는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고 바랐다가도 퇴근 후의 여유를 즐겨보고자 할 때는 금세 자정이 가까워져 마음이 힘들다. 그럴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 '인간은 왜 잠을 자야 하는가?'이다. 자는 것조차도 칼로리를 소모하는데 왜 살은 그만큼 안 빠지는지 실없는 작은 의문과 함께......


칼로리 소모 원인 중 하나는 꿈이 한몫하지 않을까? 렘수면일 때는 잠을 자고 있지만 대뇌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꿈을 꾸게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1시간 이상의 렘수면을 매일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 꿈을 많이 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잠에서 깨어서도 기억에 남는 특이한 꿈은 ‘꿈 노트’라는 파일에 기록하고 있다. 보통 이런 꿈들을 ‘개꿈’이라고도 한다. 몇 가지 ‘개꿈’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지극히 평범한 제목의 메일을 클릭했는데 피싱이었다. 클럽 조명을 연상케 하는 휘황찬란한 화면에 ‘피싱이지롱~’이라는 조롱 글이 잔뜩 화면을 뒤덮고 있었다. 당황해서 얼른 인터넷 창을 끄고, 해킹으로 인해 웹캠이 멋대로 켜져 있지는 않은 지 한참 노려보다가 잠에서 깼다.


바로 다음 날 꾼 꿈은 재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아파트 단지 앞에 서 있는데 하원하는 유치원생들이 여럿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건물 안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울리고 다들 멀뚱히 서 있기만 하자, 3분 후면 폭탄이 투하된다는 추가 안내 멘트가 이어졌다. 건물 안으로 겨우 들어가 밖을 내다보니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시야에 가득 찼고 이내 폭탄이 날아와 엄청난 소음과 함께 폭발했다. 그 여파로 창문이 깨지고 귀를 막지 못한 아이는 충격에 기절했다. 같은 폭탄 하나가 또다시 투하됐으며, 기절한 아이의 귀를 막아주었다. “헉!” 하며 깨지는 않았지만, 영화 같은 장면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제일 싫은 꿈 중 하나가 ‘수업하는 꿈’이다. 보람찬 수업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항상 악을 지르고 있다. 주의 환기를 위해 인사, 소개 등을 하고 수업을 시작했지만, 학생들의 소음에 내 목소리가 묻혀 목소리를 높여보려 하지만 꿈이어서일까 전혀 커지질 않았다. 어느샌가 학생들은 엎드려 있거나 조용히 자리를 이탈해 사라져갔다. 그럴 때마다 허탈함과 분노가 함께 밀려오고 씁쓸한 마음으로 꿈에서 깬다.


자주 꾸는 꿈 중 하나는 치아가 후드득 빠져버려 손안에 한 움큼 뱉어내는 것이다. 당황하는 와중에도 하는 행동은 ‘치과에 가서 다시 박아주라고 해야지’ 하며 한 개라도 잃어버릴까 열심히 모은다는 것이다. 징그러우면서도 현실적이다. 물론 바다 위를 가뿐히 뛰어다니는 초능력 행사도 심심치 않게 선보인다. 평소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있다.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하며 칼로리 소모를 위해 매일 이불 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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