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을 하게 되면 딜레마를 겪게 된다. 이 학생을 어디까지 지도하고 어디까지 모르는 척해야 하는지 스스로 여러 번 타협의 과정을 거친다.
출결 용어 중 '인정결석'이 있다. 이는 학교장이 허락만 하면 학교에 오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보통 교외체험학습 신청, 대회 출전, 경조사 등에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허점이 있는 법이기에 영악한 아이들은 이를 잘도 이용해먹는다.
고등학생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악랄한 학생들이 속출했다. 학교에서는 토요일에 백신 접종하도록 권장했으나, 강제가 아니므로 보호자나 학생의 의사에 따라 평일 언제든지 접종할 수 있다. 학교에 잠을 자러 오는 학생들은 '이때다!'하고 출결 규정을 살핀다. 접종일부터 접종 후 2일까지 출석이 인정된다는 걸 알고는 월요일에 접종하고 수요일까지 백신 휴가를 즐긴다. 보호자가 아침에 전화를 해서 “애가 아파서 등교하기 힘들다네요.”라고 하면 “알겠습니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신 부작용 등으로 세상이 시끄러운데 “진짜 아픈가요? 애 말만 믿지 말고 학교 보내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부터 두통이 시작된다. 이미 3명은 백신 휴가를 즐기고 있다. 이 3명의 출석 인정을 위한 기안문을 작성해야 하고, 필요한 서류는 4개나 된다. 3일 동안 우리 반 수업을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의 놀란 눈이 예상되고, 이와 똑같은 짓을 3주 뒤에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다시 지끈거린다. 화이자 2차를 맞고 또 3일간의 백신 휴가를 즐기고 오시겠지.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을 몇 달 하다 보면 1년이 지나있고, 3월이면 또 비슷한 학생들의 담임이 되어 있다.
‘늦잠은 자버렸고 지금 가면 미인정지각이니 그냥 아파서 늦는다고 하자.’
‘병원에 들러 처방전 가져가야지.’
“엄마, 샘한테 아파서 못 간다고 전화해줘.”
“백신 안 맞을래요.” 일주일 뒤
“○월 ○일에 백신 예약했어요. 백신 맞으면 3일까지 안 나와도 되죠?”
“저 내일 백신 2차 맞아요. 히히.” “좋냐?”
“아뇨~ 히히. 아빠가 저한테 그럴 거면 뭐하러 학교 다니냐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