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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Mar 03. 2022

킹메이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한 사람

킹메이커 – 수단이 목적을 삼켜서는 안 되지


[정보]

개요: 드라마. 한국

개봉: 2022. 01. 26.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김운범), 이선균(서창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체내용]

 1970년 신민당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옵니다. 열세인 상황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그 덕분에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됩니다.


 제7대 대통령 선거를 향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게 되고, 이 사건의 용의자로 ‘서창대’가 자작극을 벌였다고 지목됩니다. 그러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줄거리와 소감]

 서창대가 글을 쓰고 있는 자리 옆에 마을 사람이 와서 하소연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왜 이 장면이 처음에 나왔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걸 다 담은 것 같았습니다.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자신이 집에 닭을 키우고 있는데, 매일 달걀이 없어져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옆집에 사는 박창식이가 새벽마다 계란을 훔쳐갔던 것이었습니다. 뻔히 현장에서 들켰음에도 자신은 아니라며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걸 이장에게 이야기 했는데, 이장은 박창식과 오촌간이라 그를 감싸고 도는 바람에 오히려 동네 사람들에게 욕만 먹었다는 겁니다.


 그러자 서창대는 글을 써다 말고는 그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비법을 알려줍니다. 그건 바로 빨간 실을 주면서 그걸 당신네 닭 발에다 묶어 표시를 해두고, 새벽에 몰래 박창식의 닭에도 묶어두라 합니다. 그리고는 동네사람들을 데리고 박창식의 집으로 몰려가 내 닭을 훔쳐갔다고 소리치라 합니다. 내가 우리 닭 발에 다 표시를 해 놨는데, 그게 여기 와 있다는 거지요. 그러면 이장이 아니라 그 할애비가 와도 그를 구해주지 못할 거라고 조언합니다.  


 그러자 달걀 몇 개 훔친 걸 가지고 그래도 되려나 하고 망설입니다. 이때 서창대가 중요한 말을 합니다.

 “사악한 방법이죠. 아니면 평생 착한 호구로 사는 방법도 있고요”


 그렇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이 영화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악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가 목적한 바를 얻어야 하느냐? 아니면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악한 방법은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서창대가 김운범에게 똑 같은 질문을 합니다. 닭을 훔쳐가는 이웃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거지요. 이건 뒤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서창대는 김운범 선거 사무실을 찾아가 자신이 선거를 돕고 싶다며 일을 시켜달라고 합니다. 김운범과 그의 보좌관들은 안 된다며 그를 내쳤지만 그는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이때도 중요한 대사가 있습니다. 서창대가 먼저 말을 합니다.


 “돈을 벌든 표를 벌든 그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다르지. 장사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어도, 정치는 표를 버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 되지”


 이렇게 서창대는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고, 김운범은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무 수단이나 사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여하튼 서창대는 김운범을 설득해 결국 선거캠프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놀라운 지략을 발휘해 선거에서 이기게 만듭니다. 이때 서창대가 멋진 명언을 합니다.


“이 서창대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슈? 졌지만 잘 싸웠다입니다”


 그렇습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말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지 뒤에서 깨닫게 됩니다.


 서창대가 김운범의 자택에 폭탄을 터트렸다는 자작금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김운범의 조치로 인해 풀려난다. 이때 김운범은 서창대에게 이제 그만두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러자 서창대는 누가 그 자리에 올려줬는지 아느냐며 바로 자기가 올려줬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김운범이 말합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건 자네도 아니고 나도 아니여. 그건 바로 국민이지”


 “국민! 으하하하하. 그런 허울좋은 이야기는 연설 때나 하십시오. 국민들이라구요. 그들이 대체 누군데요? 그들은 그냥 구슬리면 믿고 말하면 듣고, 시키면 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은 다 허상입니다”


 그러자 김운범은 매우 놀라면서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면서 말합니다.

 “자네 어찌 그리 오만한가? 419때 자유당 무너뜨린 것은 누구여? 3.1운동때 목숨걸고 만세 운동했던 건 누구고?”


 “그래서 세상이 바뀌었습니까? 독재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고요, 친일 했던 사람들은 떵떵거리면서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저들이 그럴 수 있는 게 그 잘난 국민들 때문이라고요”


 “그럼 우리는 저들이랑 뭐가 다른가? 자네 같은 생각으로 수단이 목적을 삼켜버리면 나라 팔아먹는 것도 독재하는 것마냥 합리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 자넨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 절대로”


 그리곤 어머니와 아이가 있던 집에 폭탄을 터트린 것도 자네가 그랬냐고 묻습니다. 서창대는 자신이 그랬다고 하자, 김운범은 이제 자네를 마음 편히 내 보낼 수 있어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제7대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 둔 그 때, 그 길로 뛰쳐나간 서창대는 상대편 후보 박정희 선거캠프에 큰 아이디어를 줍니다. 그게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겪고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입니다. 교묘하게 전라도 범죄자들만 TV에 부각되도록 만들고, TV와 신문 그리고 현수막까지 동원해 전라도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에게 대항하자는 형식의 말을 퍼트립니다. 그러자 경상도 사람들과 전라도 사람들이 자연스레 지역감정이 생기는 바람에, 김운범 입장에서는 다 이겨 놓은 선거를 패하게 됩니다. 전라도 인구가 경상도에 비해 적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이 땅의 민주화는 그만큼 또 뒤로 미뤄지게 되고,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또 겪어야 했습니다. 이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들 가슴에 새겨놓은 지역감정이 2022년을 살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니 참 통탄할 일입니다. 여하튼 서창대는 그 대가로 박정희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공천은 포기합니다. 그래도 양심의 가책은 있었는가 봅니다.


 17년 후, 1988년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던 해, 김운범과 서창대는 한 식당에서 만납니다. 이때 서창대는 김운범이 납치를 당했던 것, 옥살이를 했던 것, 사형선고를 당한 것, 이번 선거에서 또 진 것 등에 대해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서창대는 닭 이야기를 꺼냅니다.

 “자신이 어릴 때 닭을 키웠는데 어느 날부터 알을 낳지 않아서 보니까 옆집 놈이 달걀 훔쳐가는 걸 목격하고 이장에게 말했는데, 이장은 그 아이와 친척이라 감싸고 도는 겁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김운범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 날, 새로 낳은 달걀을 그 놈에게 선물로 줘야지. ‘의심해서 미안했습니다’하고. 양심이 있는 놈이라면 뭔가 느끼는 것이 있겠지”


 “만약에 양심이 없는 놈이라면요?”


 “아마 자넬 찾아가서 방법을 묻지 않겠는가?”


 “아마 선생님이 원치 않는 방법을 제시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처음과 끝에 이 달걀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제일 중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양심이 없는 사람의 비열한 방법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해 승리를 거머쥐는 선거 판에서 끝까지 양심을 지켜야 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던져주네요. 엄청난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양심을 버리지 않은 김운범님의 대의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참 멋있습니다.


[키워드]

1. 목적이 먼저지 수단이 우선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잘 못 된 것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상대 진영에서 그렇게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는 게 싫어서 내가 선거에 나섰는데, 나도 그들을 이기기 위해 똑같이 행동한다면 그들과 다를 것이 뭐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 됩니다.

달걀을 훔쳐간 사람에게, 닭을 훔쳐간 것으로 덮어 씌워서 그에게 복수를 한다면 그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호구로 사는 게 낫습니다. 만약 악을 악으로 갚다보면 이 세상에 악 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천사와 악마가 있듯, 인간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천사와 악마가 있습니다. 그래도 호구 같은 천사가 더 많기 때문에 이 세상이 평화롭게 굴러가는 겁니다. 악마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나도 악마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3. 악마와 천사를 구별하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선거철이 되면 흔히 국민들을 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목숨 걸고 일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지금 하는 말을 믿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했던 것을 봐야 합니다. 과거에 그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일을 했는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는가를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그걸 구별하는 눈이 없으면 머슴으로 일하겠다던 사람들이 모두 상전이 되어 국민들을 개돼지 취급하며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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