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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Mar 29. 2022

남영동 1985

군부독재 당시 민주화 운동하던 사람들에 대한 고문


남영동 1985 줄거리 결말


[정보]

개요: 드라마, 한국

개봉: 2012. 11. 22.

감독: 정지영

출연: 박원상(김종태), 이경영(이두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줄거리 결말]

이 영화는 1985년 군부독재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군부독재에 대항해 투쟁을 하던 사람들을 붙잡아 고문을 하고, 거짓 자백을 받아 간첩을 만들어 구속시키면서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해 나가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내내 감옥같이 생긴 좁은 사각 콘크리트 방 안에서 고문하고 고통을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뒤틀리고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지고 마음이 아픕니다. 보는 사람도 이런데 실제로 그 속에서 그 고문을 당한 사람들은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처지는 부분입니다.


예전부터 얼핏 말로만 들었던 이야기가 이렇게 실제처럼 보이는 영화를 통해 접하게 되니 더욱 그때의 처절했던 상황이 내 마음을 송곳을 후벼 파는 느낌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며 고문의 고통을 받는 김종태는, 제43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기 전 ‘김근태’님의 실제 상황을 다룬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좁은 감옥 같은 곳에 사람을 가둬놓고 서너 사람이 모여 계속 고문을 가하며 거짓 진술서를 받아내는 것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군부독재 당시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가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던 투사처럼 느껴집니다.


군부 독재 시절, 그 밑에서 고문하라면 하고, 거짓 진술서라도 받아내라면 받아내던 사람들이 이 영화 속에 나옵니다. 그들은 민주 투사들에게 그렇게 엄청난 고통을 가하면서도 자기네들은 너무나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더 화를 치밀어 오르게 만듭니다.


이 당시 군부 정치권에 활약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버젓이 우리나라의 정치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985년 9월 4일, 민주화 운동을 했던 김종태는 가족들과 목욕탕을 다녀오던 길에 갑자기 경찰에 연행됩니다. 예전부터 자주 경찰에 호출되었기에 이번에도 큰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가볍게 그들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눈이 가려진 채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경찰 공안수사당국이 빨갱이를 밝혀낸다며 온갖 고문을 자행하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김종태도 옷이 다 벗겨지고, 그들에 의해 무릎이 꿇려지고 온갖 폭행과 무릎 눌림 같은 것으로 고문을 시작합니다. 엄청난 고통에 바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말을 할 것 같은데, 김종태는 그래도 끝까지 버팁니다.

그러자 아주 잔인한 고문기술자로 불리는 이두한이 들어옵니다. 그는 ‘장의사’라 불리며 그 세계에서는 악명 높기로 유명한 모양입니다. 그는 무슨 의사처럼 007가방 같은 곳에서 고문 도구들을 차례로 내려놓고 아주 차분하게 천천히 고문을 시작합니다.


이때 ‘장의사’로 불리는 고문기술자가,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구속되었던 ‘이근안’이라고 합니다.

그는 사람을 아주 잔인하게 고문합니다. 사람이 생과 사의 갈림길까지 갔다가 돌아오게끔 하는 아주 악랄한 방법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쓰도록 만듭니다.


그들이 했던 고문은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물고문, 발가락 사이에 전극을 붙이고 하는 전기고문, 얼굴에 물수건을 덮고 물을 부어서 숨을 못 쉬게 만들고, 입과 코로 고춧가루 물을 뿌려서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짓까지 자행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김종태는 그들이 원하는 거짓 진술서를 쓰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경찰들이 만들어 놓은 간첩들의 조직도를 억지로 외우게 하고, 그걸 못 외우면 또 폭행을 합니다. 그러면서 거기에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넣어 그들의 씨를 말리려 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 전기고문으로 몸이 퍼덕거리고 숨을 못 쉬어 숨이 꺽꺽 넘어가는 상황에도, 고문을 하던 경찰들은 그를 버젓이 옆에 두고서도 자신들의 사소한 생활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서 악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애인에게 버림받았다고 하면서 술을 먹고 와서는 그 화풀이를 괜히 이곳에 있던 김종태에게 퍼붓기도 합니다. 이게 인간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곳엔 어떤 누구라도 들어와서 고문을 가하면, 아마도 자신이 간첩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빨리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을 해 주고 이 상황을 빠져나가길 바랐습니다.

고문에서 벗어나  장관이 된 모습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 다시 갑의 입장이 되었을 때, 이때 고문을 했던 사람들을 잡아다가 똑같이 고문을 해서 그들이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유럽에서도 마녀사냥이 유행했을 때, 처녀들을 잡아다가 고문을 해서 멀쩡한 여자들을 마녀로 만들어 화형에 처했습니다. 이때 처녀의 아버지가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자기 딸을 잡아 고문을 한 천주교 신부를 잡아와서 고문을 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사자가 아니라 악마의 사자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 신부는 당연히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마귀요 사탄이라고 고백을 했습니다. 이것이 진실한 고백이라고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당시 한국 경찰들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와 이런 고문을 통해 자신이 간첩이 맞는다는 자백을 받아냅니다.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걸 모른 척해 주는 의사, 검사, 판사까지 모두 권력에 머리를 숙이고 한 통속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사람들은 이곳에서 고문을 당하다가 죽거나 몸이 장애가 되거나 속병이 생기거나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고문기술자로 불리던 ‘이근안’은 체포되어 5년간 옥살이를 합니다. 사람들이 당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처벌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공부를 해 목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도 목사가 될 수 있구나, 악인, 악마들이 살기에 참 좋은 나라고, 참 좋은 교회이구나, 마귀들이 설치기에 참 좋은 종교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람이 목사라니 너무나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예전부터 그냥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이런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를 모르면 이런 분들의 희생도 잊히게 되고, 군사독재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다시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됩니다. 그들은 자기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절대 하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하고 발뺌을 할 것입니다. 보기에는 불편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뜻깊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감독과 배우,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키워드]

 1.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군부 독재를 벗어나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은 그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린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예전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 고문은 이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합니다.

사람의 신체에 가혹한 행위를 해서 진술을 받아내는 건 아주 야만적인 행위입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그들이 시키는대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난 버틸 자신이 있다고요? 그럼 이 영화에 나오는 고문기술자 '장의사'에게 한 번 당해 보면 압니다. 그들의 뜻대로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 이게 어찌 정확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3. 당시 함께 했던 경찰, 검사, 판사, 정치인 모두 공범입니다.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양심을 걸고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그건 불의를 뻔히 알고도 묵인하는 겁니다. 그들과 싸우진 못하더라도 동조는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동조를 했다면, 평생을 죄책감 갖고 조용히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활개를 펴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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