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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Mar 26. 2022

페인티드 베일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하는 영화


페인티드 베일 


[정보]

개요: 멜로 드라마, 중국, 미국, 캐나다

개봉: 2007. 03. 15.

감독: 존 커랜

출연: 나오미 왓츠(키티 페인), 에드워드 노튼(월터 페인), 리브 슈라이버(찰리 타운센트)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줄거리와 소감]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키티 페인(나오미 왓츠)은 성격이 활발하고 도도한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사교모임과 댄스파티를 즐기는 아가씨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빨리 결혼을 하라고 성화를 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한 명의 남자 주인공은 ‘월터 페인(에드워드 노튼)’입니다. 그는 현재 세균을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학자답게 그의 성격은 냉철하고 진지하고 조용하고 연구와 독서를 즐기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키티의 아버지 초청으로 파티에 왔다가 키티에게 반해 청혼을 하기에 이릅니다.

키티는 갑작스런 그의 청혼에 당황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이런 기회도 없다’ 싶어서 그냥 그의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결혼을 한 후에 둘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둘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자 ‘월터’는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여자 ‘키티’는 사람들 만나서 떠들고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요청에 의해 남자가 마지못해 수다를 떨고 노는 곳에 함께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키티는 사교모임에서 만난 남자 외교관 ‘찰리 타운센트’와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급격히 뜨거운 사이가 되고 결국 집에까지 끌어들여 바람까지 피우게 됩니다.


어느 날 남편이 집에 들어왔을 때, 둘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 ‘월터’는 모른척하고 자리를 피해줍니다. 둘은 방 안에서 남편이 왔다 갔는지도 모릅니다.


며칠 후 남편 ‘월터’는 세균 연구를 위해 중국의 오지에 콜레라가 퍼져 있는 지역에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키티는 당연히 자신은 안 가겠거니 생각하며, 그런 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고 묻습니다. 월터는 연구를 위해 더 없는 좋은 기회라며 꼭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같이 가자고 합니다.


키티는 무슨 소리 하느냐며 펄쩍 뜁니다. 그러자 남편 ‘월터’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합니다. 같이 안 갈 거면 이혼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의 불륜을 알고 있으니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 남자가 당신을 데리고 논 것을 모르겠냐고 답답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여자는 당연히 그 남자가 자신을 뜨겁게 사랑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결혼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 말대로 혹시 자신이 속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겠지요.


부인 키티는 정신이 혼란스럽습니다. 남편이 자신의 불륜을 알고 있다는 것도 충격이고, 이혼하자는 말도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당장 바람피우던 남자 ‘찰리 타운센트’를 만납니다.


억수로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던 그를 불러내,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남편이 우리의 불륜을 알고 있다. 이혼하자고 하더라. 이혼하면 나와 결혼하겠느냐?’ 뭐 이런 내용입니다.


‘타운센트’는 키티에게 끝까지 바람피운 적 없다고 발뺌을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자기 아내와 이혼하기 어렵다며 뒤꽁무니를 뺍니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의 비겁함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키티’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콜레라가 있는 중국 오지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마을까지 가는 데 며칠이 걸립니다. 가마꾼들이 그들을 태우고 가는데 이 특이한 장면을 보는 것도 하나의 큰 재미입니다. 한 명에 가마꾼 4명이 붙어서 들고 가는데, 거기 타고 가는 것이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도 흔들어 대니 멀미가 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고생을 해서 도착한 곳은 아주 허름한 집이었습니다. 청소도 안 돼 있고 아주 낡은 집과 가구가 앞으로의 고생 길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여하튼 그곳에서 이제 생활이 시작됩니다.


남편 월터는 매일 병원으로 출근해서 환자를 보며 연구를 계속하고, 집에 와서도 늘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한순간도 아내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업무 대화가 아니면 서로 말도 하지 않습니다.


키티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있기에, 갑갑했지만 참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 지 계속되는 그의 무관심에 그녀는 미쳐버릴 지경이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집 주변의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국 수녀원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까지 합니다.


남편이 콜레라 때문에 밖은 위험하다며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여기서 갑갑해 죽는 것이나 콜레라 걸려 죽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수녀원에 가기 시작합니다.


수녀원 원장님은 그녀의 남편 ‘월터’에 대해서 아주 훌륭한 분이라 칭찬을 합니다. 그러자 ‘키티’는 그때부터 남편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갑자기 아주 멋있게 보입니다.


키티는 자신도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수녀원에 나와서 아이들을 돌보며 피아노 치고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자기 이익만 위해 움직이려고 하면 아무 재미도 없고 점점 불만이 많아지고 부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하다 보면 마음이 긍정적이 되고 인생도 훨씬 더 즐겁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렇게 마음이 변하게 된 ‘키티’는 남편이 저녁에 퇴근해 오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수녀들이 하는 일도 훌륭하지만, 당신이 하는 일이 훨씬 더 훌륭한 것 같아요”

“날 경멸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

“월터. 당신 같이 훌륭한 사람이 꽉 막히게 구는 건 이해가 안 돼요. 우리 인간은 세균보다 복잡한 존재예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실망을 하기도 하죠. 미안해요. 당신이 바라는 완벽한 여자가 아니라서요. 난 지극히 평범해요. 아닌 척해 본 적도 없고요”


이렇게 서로 대화를 해야 마음이 풀립니다. 그동안 쌓여 있던 오해도 풀리고, 마음에 남아있던 앙금도 사라지게 되지요.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나갑니다.

“난 연극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고, 테니스랑 카드 게임이랑 카드 하는 남자도 좋아해요. 어쩔 수 없죠. 그렇게 자랐는걸요. 당신은 날 끌고 베니스의 화랑이란 화랑은 다 다녔죠. 운하며 석호의 구조를 침이 마르게 칭찬하면서요. 난 사실 골프나 치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서로 상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알아주겠지 하고 기다려서도 안 됩니다. 말 안 하면 절대 모릅니다. 그러면서 키티는 또 말을 합니다.


“당신이 옳아요. 서로에게 없는 것만 찾으려고 애썼으니”

“예, 그랬죠”

“월터. 찰리랑 있는 거 알면서 왜 문을 안 부쉈어요? 흠씬 패주기라도 하지”

“그걸 가치도 없었어요. 그러기엔 내가 너무 오만한 가봐”


이렇게 자신의 단점,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하면 이야기가 아주 쉬워집니다. 우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상대는 그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할 때까지 그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요. 이게 나중에는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다음날부터 둘은 아주 친해집니다. 키티는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남편이 일하는 곳에 가게 됩니다. 남편은 기꺼이 그녀를 뗏목에 태우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신의 계획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줍니다. 아랫마을 사람들이 먹을 물이 없으니 상류에서 물을 퍼 올려 아랫마을까지 나무로 만든 수로를 통해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이죠. 이 말을 들은 키티는 기뻐하고 진정으로 ‘월터’가 멋있게 보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키티가 수녀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갑자기 쓰러집니다. 콜레라가 아니라 그녀가 임신을 한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월터’도 상당히 기뻐합니다. 하지만 키티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그 아이가 ‘월터’의 아이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죠. 임신한 지 2개월쯤 됐는데 누구 아이인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남편 ‘월터’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달래 줍니다. 그러자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수녀원에서 원장 수녀님이 키티에게 말하는 내용이 아주 인상 깊습니다.

“전 17살 때 사랑을 했어요. 하느님을요. 수녀 생활이 낭만적일 거란 어리석은 생각을 했죠. 하나 사랑만큼은 열정적이었어요. 세월은 흘러 제 감정은 변했죠. 주님은 절 실망시키고 무시하셨어요. 그리고 이제는 무관심 속에 평온히 지내고 있죠. 노부부가 말없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듯이. 그분은 제가 못 떠날 걸 아세요. 제가 응당할 일이니까요. 허나 사랑과 의무가 하나가 된다면 축복받은 거예요"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 기대를 하면, 크게 실망을 하고 나만 괴롭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한다면 그저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게 내가 응당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축복받은 거라는 말이지요. 내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참 행운이 것 같습니다. 혹시 이런 사람이 있다면 꼭 잡으시기 바랍니다.


남편 월터는 콜레라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다가 결국 자신도 콜레라에 걸려 죽게 됩니다. 이제 진정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제대로 사랑해 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더 없는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키티는 홀로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세월이 지나 뱃속에 있던 아기가 5살이 되었습니다. 둘은 꽃집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이 대화에서도 배울 것이 있네요. 엄마가 아들에게 묻습니다.


“일주일 후면 시들 텐데 돈이 아깝지 않을까?”

“그래도 예쁘잖아요”


그렇습니다. 오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예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곧 그렇게 시드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지금 현재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내용 중에 이 대사가 왜 들어갔을까요? 그건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꽃인데, 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돈을 아까워하는 것이지요. 입을 즐겁게 하는 커피 한 잔은 돈 주고 쉽게 마시면서도 눈을 즐겁게 하는 꽃에는 돈 쓰기를 주저하는 것이지요. 눈이 있으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말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꽃을 사서 밖으로 나왔는데, 우연히 예전에 바람을 피웠던 남자 ‘타운센트’를 만납니다. 남자는 무척 반가워하면서 그녀에 대한 근황을 묻고, 아이게 대해서도 묻습니다.


하지만 키티는 그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죽었다든지, 이 아이가 당신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든지. 그러고는 빨리 인사하고 헤어집니다. 죽은 남편을 진정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키티의 그런 마음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졌습니다.




[키워드]

1. 남을 위할 줄 알 때 사랑하는 마음도 생긴다.

키티가 수녀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받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늘 더 많이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생기고 거기에 대해 불만이 생깁니다. 그러니 마음이 늘 부정적이 되지요. 그래서 받기만 하는 사람은 많이 받으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는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주고자 할 때, 마음이 긍정적이 되고, 더 많이 못 준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고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 나보다 더 많이 주고 있는 남편을 보자 더 크게 보이고 멋있게 보인 겁니다. 그러니 진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거지요.


2.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걸 서로 이야기해야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싫어하는 걸 피하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상대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니까 상대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것만 잘해도 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3. 아름다움을 보고 즐길 줄 아는 눈

일주일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 꽃을 돈 주고 사는 건 돈이 아깝지 않을까요? 여기서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편인가요? 돈이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은 인생의 보는 즐거움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동안 자신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거기에 투자하는 걸 아깝다고 생각하니까요. 이제 자꾸 아름다운 걸 보고 즐기는 것에도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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