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따뜻한 사랑
개요: 드라마, 한국
개봉: 2015. 04. 09.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성칠), 윤여정(임금님), 조진웅(장수마트사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할아버지입니다. 이름은 김성칠이고 ‘장수 마트’에 근무하면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입니다.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늘 부정적이고 버럭대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그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성칠 할아버지가 사는 집 앞에 누군가 이사를 옵니다. 차가 길을 가로막고 이삿짐을 집 앞에 쌓아두는 바람에 이동에 불편함을 느낀 할아버지는 빨리 차를 빼라며 성질을 버럭 냅니다. 그런데 그 집에 이사를 온 예쁘장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 할머니의 화사한 미소와 다정다감한 말투에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내색은 할 수 없는 터라 속으로 꾹꾹 담아둡니다. 할머니의 이름은 ‘임금님’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특이하죠? 그녀는 동네에서 조그마한 꽃 가게를 운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걸 보고는 도둑 잡았다고 하면서 그 할머니를 끌고 경찰서로 가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도둑이 자기 집에 들어와 밥을 해 놓았다는 겁니다. 경찰들도 어이가 없어 그를 그냥 보냅니다.
임금님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오해한 걸 사과하라고 하면서, 그 의미로 밥을 한 번 사라고 주문합니다. 그러자 성칠 할아버지는 이 기회에 할머니 마음을 사로잡아야 되겠다 싶어서 마트 사장에게 직접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에 대해 노하우를 전수받습니다.
그러고는 양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구두까지 갖춰 신은 다음 임금님 여사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마트 사장이 시킨 대로 잘 마무리하고 나니 ‘임금님’여사는 성칠 할아버지에게 마음이 쏙 뺏긴 듯합니다. 성칠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성칠은 다음 날부터 할머니가 운영하는 꽃 가게 주변을 서성이며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마트 사장과 동네 청년들이 둘의 사랑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줍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곧 이 마을이 재개발이 들어가는데, 할아버지 혼자 동의를 하는 도장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미인계를 통해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는 겁니다.
성칠은 그 후 자주 할머니와 만나 데이트를 합니다.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놀이 기구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요. 그러면서 마트 사장이 시키는 대로 할머니에게 ‘이쁩니다’ 하는 말도 하면서 점점 변해갑니다.
성칠 본인도 자신의 변화에 놀라며 한 번씩 거울을 보며 상념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이렇게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도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할머니를 찾아와 자꾸 못살게 하는 걸 보면서, 자신이 과감하게 나서서 그 노인에게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면서 내가 줄 테니 ‘금님’씨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도 합니다.
남편인 줄 알았던 그 노인은, 금님씨 남편의 동생이라며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 그런 것이라며 오해를 풀어줍니다. 그래도 성칠이 질투가 나서 그 남자를 다그쳤다는 생각에 ‘금님’씨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느 날 집에서 자신이 써 놓은 쪽지를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오늘 오후 1시에 공원에서 ‘금님’씨와 약속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칠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부리나케 공원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은 2시간이나 늦었습니다. 공원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데, 금님씨는 벤치에서 그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동을 한 성칠은 요즘 자신의 건망증이 심해졌다며 미안해합니다. 그러자 ‘금님씨’는 그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면서 다음 날 그를 데리고 병원에 갑니다. 며칠 후 검사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는데, 병원에서 성칠에게 전화가 옵니다.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다는 통보였습니다. 성칠은 뛸 듯이 기뻐합니다.
그러다 금님씨는 성칠에게 토요일에 함께 꽃 축제를 보러 가자고 약속합니다. 성칠도 좋다고 약속하고 잊지 않기 위해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그려 놓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금님은 갑자기 쓰러집니다. 췌장암 말기라 늘 약을 먹으며 겨우겨우 버텨왔던 것입니다.
성칠은 토요일 약속 날이 되어 금님씨를 기다렸지만, 어디 멀리 간다고 하면서 연락을 못 받는다며 미안하다는 문자만 옵니다. 성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다가 혼자 버스를 타고 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찾아갑니다.
마트 사장은 성칠의 집에 찾아갔다가 혼자 꽃 축제에 간 걸 알고 그곳으로 급히 찾아갑니다. 마트 사장은 꽃 축제 장에서 겨우 성칠을 찾아 그를 데리고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갑니다. 거기에서 모든 비밀을 밝힙니다.
알고 보니 그 마트 사장은 자신의 아들이었고, ‘금님’씨도 자신의 아내였던 겁니다. 그리고 금님씨의 딸도 당연히 자신의 딸이었고, 금님씨의 시동생이라는 사람도 자신의 동생이었지만 자신이 치매에 걸려 아들과 아내 딸과 동생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치매환자 시설로 보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가족들은 결국 집 가까이에 함께 살면서 남인 척하면서 보호하고 살았던 것입니다. 주변에서 할아버지가 없을 때 밥과 빨래, 청소까지 해 주면서 도와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는데요, 제 생각에는 이런 반전이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노인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성칠씨가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멀쩡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트 사장이 아들이고, 금님씨가 원래 부인이라고 이야기하니 더욱 놀라웠습니다. 관객을 우롱한다는 느낌까지 받으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1. 나이가 들어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우린 나이가 들면 스스로 다 잘 알고 잘 한다고 착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배우거나 변화되는 걸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 나이가 들어도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그렇게 많이 변하기 때문이죠. 금님씨 때문에 휴대폰을 장만하고, 휴대폰 사용법도 배우고, 레스토랑에서 여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우고, 이렇게 배우고 변하면서 살아야 인생이 더욱 재미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나이가 들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노인네가 주책이다’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노인들도 마음이 설레고 상대를 위해서 자신의 것을 다 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계산하는 기능이 청춘 때보다 훨씬 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손해 보는 짓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가슴은 뛰고 설레는 기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람은 이런 마음이 생길 때 가장 행복하니까요.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상대를 찾고, 그게 계속 유지되도록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어느 것보다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3. 함께 댄스 배우기
성칠씨와 금님씨가 댄스를 추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운동도 되고 즐겁고 재미있기도 한 댄스가 다른 어떤 운동보다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댄스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나도 빨리 댄스에 입문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