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보다 더 나쁜 놈들
개요: 드라마, 프랑스, 영국, 독일
개봉: 2017. 04. 06.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출연: 미하일 고미아쉬빌리(독재자), 다치 오르벨라쉬빌리(어린 손자)
평점: 9.4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권력은 중독이라고 했습니다. 한 번 권력의 맛을 보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이 영화의 주인공 독재자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명령 한 마디로 도시 전체의 불이 꺼지고, 다시 켜지는 쾌감을 느낍니다. 그러고는 그걸 6살쯤 된 손자에게 명령을 내려보라고 하면서 권력이 뭔지를 알게 해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게 불을 몇 번 껐다 켰다 하다가 다시 손자가 불을 켜라고 명령했는데 불이 켜지지 않는 겁니다. 폐하는 화가 나서 자신이 전화기를 들고 어찌 된 일이냐고 소리칩니다.
이때 전화기 속에서 대답은 없고, 시내 곳곳에서 총소리와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납니다. 독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지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독재자와 가족들은 해외 순방을 핑계로 해외로 도망을 가려 합니다. 자신의 관용차를 타고 공항까지 갔지만 독재자는 가족들만 보내고 자신은 남습니다. 그러자 손자도 남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손자와 독재자 둘만 남고, 다른 가족은 모두 비행기를 타고 떠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벌어집니다. 다시 관저로 돌아가야 하는데 시내 거리마다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서 길거리에 걸린 대통령 초상화는 모두 불타고 있는 상황이고, 시위대로 인해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합니다. 비서관이 총을 쏘며 길을 뚫어보려 했지만 오히려 시위대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비서관은 총에 맞고 죽게 됩니다.
관저로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운전기사와 함께 차를 돌려 시골 마을로 들어갑니다.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뉴스에는 시위대가 완전히 국가를 장악했으며, 독재자를 잡아 죽여야 한다며 포상금이 내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독재자와 손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 차를 몰고 혼자 도망가 버립니다. 이때부터 독재자는 고생길이 시작됩니다. 시골에 있는 허름한 이발소에 들어가 그 노인에게 머리를 깎도록 만들고, 입고 있던 옷까지 뺏어 입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옷은 난로에 태워버리라고 명령합니다. 거기다 다른 집에서 기타까지 훔쳐서 도망을 갑니다.
그렇게 손자와 함께 아주 누추한 복장으로 기타 하나 들고, 거리의 악사인 것처럼 위장하고 국경을 넘어 도망갈 계획을 세웁니다. 이렇게 손자와 둘이 계속 험난한 여정을 뚫고 도망 다니는 것이 이 영화의 주를 이룹니다.
도망을 다니다, 겨우 버스를 얻어 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던 도중 무장을 한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를 만납니다. 독재자는 자신의 신분이 들킬까 봐 더욱 긴장을 하고 있는데, 군인들은 버스에 탄 사람들을 모두 내리게 한 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금품을 빼앗습니다.
옛날로 말하면 산적 같은 놈들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결혼식을 올리러 가는 신부를 강간하기까지 합니다. 강간 당하고 나온 신부가 사람들을 향해 왜 가만히 있느냐고 소리치면서 자신을 죽여보라고 대듭니다. 그러자 군인들은 사정없이 그녀에게 총격을 가해 죽여버립니다.
독재자에 의해 그렇게 억눌려 사는 것에 울분이 터져 시위를 했고, 그렇게 정권을 잡았으면 이제 똑바로 제대로 올바르게 그 권력을 사용해야 할 텐데, 오히려 독재자보다 더 못한 나쁜 행위가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이러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재 때가 더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독재자는 손자와 함께 도망을 다니다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합니다. 거기에 있으면 미리 전화해 둔 자신의 심복들이 배를 타고 태우러 오기로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총을 든 군인들과 각종 농기구를 든 농민들 무리들이 그들을 향해 쫓아옵니다.
독재자는 바다로 흘러드는 하수구 관 속에 숨어 있다가 그들에게 붙잡힙니다. 그들은 독재자와 손자를 바닷가에 세워두고 총을 쏴 죽이려고 합니다. 이때 한 사람이 소리칩니다. 그냥 이렇게 죽이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며, 독재자도 고통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면서 교수형에 처하자는 겁니다. 자신의 손자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죽었다며, 손자부터 먼저 죽는 걸 보게 하고 죽이자고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말에 동의를 하고, 수레를 높게 세워 거기에 줄을 매달고 목에 겁니다. 이때 한 사람이 나서서 외칩니다. 손자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손자는 풀어주자고 합니다. 이때 흰 수염을 한 노인이 다가가서 손자의 목에서 줄을 걷어내고 그를 데리고 바닷가로 데리고 갑니다. 그렇습니다. 손자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다행히 손자의 목숨은 구했는데, 다른 한 사람이 또 소리칩니다. 교수형을 하는 것보다는 화형에 처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신의 가족이 화형을 당해 죽었는데 독재자도 그렇게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거지요.
결국 바닷가에 불이 피워지고 독재자는 그 위에 던져질 판입니다. 그러다 다시 누군가 독재자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많으니까 그의 시체를 잘라서 가지고 가 돈을 나눠 받자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또 우르르 달려들어 독재자를 눕히고 도끼로 그의 목을 치려 합니다.
이때 독재자에 의해 감옥에 있었다고 외치는 정치범은, 그럴 거면 자신의 목부터 치라고 하면서 독재자 옆에 드러눕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을 향해 소리칩니다. 당신들은 독재자의 명에 따라 길에서 사람을 죽이고 고문을 했지 않느냐, 어찌 독재자 혼자서 그걸 했겠느냐? 이렇게 복수를 하게 되면 또다시 복수를 부르게 되고 끝이 없게 된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은 우왕좌왕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냥 살려주자는 말이냐며 서로를 쳐다봅니다. 이때 그는 독재자에게 춤을 추게 하자고 합니다. 무슨 춤을 추느냐고 하자 민주주의를 위한 춤을 추게 하자고 합니다. 이때 해변에 있던 손자가 기타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감옥에 있었던 정치범의 말이 옳습니다. 화가 나서 독재자를 잔인하게 죽인다고 한들 죽었던 가족이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생활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복수를 하는 것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이제 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또다시 권력의 맛을 알게 되면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 만한 사람들을 복수라는 명목으로 다 처단하고 지난 독재자보다 더 못한 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정치권력 경쟁을 하는 사람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제발 정신 차리라고 큰 경종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감옥에 5년이나 갇혀 있으면서 온갖 고문으로 발을 못 쓰게 된 한 사람이, 다른 동료들과 함께 독재자의 등에 업혀 자신이 정말 사랑했던 애인의 집을 찾아갑니다. 자신이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여자 때문이라며, 서로 너무 사랑하는 사이라 동네에서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동료들 모두가 밖에서 그를 지켜보고, 그가 애인의 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자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애인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보자 반가워하는 게 아니라 경악합니다. 죽은 줄 알았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남자가 나옵니다.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3개월이 된 아기가 있었던 겁니다. 그 남자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마음에 바로 옆에 있던 쇠스랑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죽음을 택합니다.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애인을 생각하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그렇게 힘든 고초를 겪고 살아왔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애인은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는 겁니다.
시민들이 독재자에 맞서 엄청나게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겨우겨우 독재자를 몰아내고 이제 평정을 되찾나 했는데, 다른 독재자들이 총을 들고 그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몰입해서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모두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1. 권력은 마약이다.
독재자는 가족들과 함께 떠날 기회가 있었음에도 권력을 놓기 싫은 욕심 때문에 결국 화를 자초한 것입니다. 그 정도로 권력은 중독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말로는 늘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손자와 함께 힘들게 도망 다니다가 비참하게 인생을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걸 보면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훌륭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독재자
독재자는 어떤 위기에 처해도 한 번도 사과하지 않습니다. 자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충을 이야기하고 욕을 하는데도 말이지요. 자신은 그저 운이 나빠서, 나쁜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 생각하는 그 자체가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리더가 되는 사람들은 마인드 교육, 인성 교육을 먼저 철저하게 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철저하게 국민들을 위한 것임을 언제든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린 이걸 제일 하찮게 여기면서 권력을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니 자신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3.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다른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이제 내가 당했던 만큼 복수를 하고 싶어집니다. 또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자고 우리가 독재와 투쟁하고 싸워온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해주기 위함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부분을 제일 많이 강조해서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또 다른 독재자들이 우르르 생겨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