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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Mar 31. 2022

부러진 화살

판사를 향한 석궁테러사건

부러진 화살 


[영화정보]

개요: 드라마, 한국

개봉: 2012. 01. 18.

감독: 정지영

출연: 안성기(김경호 교수), 박원상(박준 변호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줄거리와 결말]

이 영화는 한때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던 석궁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뉴스를 통해 석궁 사건에 대해 접했을 뿐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이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네요.


석궁 사건이 뭐냐고 하면, 어떤 대학교수가 재판에서 패소를 하게 됩니다. 그러자 화가 나서 자신이 취미로 사용하던 석궁을 들고 판사가 사는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러고는 판사를 향해 ‘왜 재판을 똑바로 하지 않냐’고 따지다가 둘이 몸싸움을 하게 됩니다.


 마침 아파트 경비원이 달려와 싸움을 말리게 되고, 이때 판사는 화살이 자신의 배에 꽂혔고, 그 때문에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석궁을 쏜 교수는 당연히 경찰에게 붙잡혀 구속이 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지금까지 대충 알고 있던 석궁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석궁 사건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먼저 석궁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먼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걸 모르고 무조건 석궁을 들고 찾아간 것만 생각하게 되니 그 사람만 악인의 틀을 씌워버리는 겁니다.


석궁을 들고 찾아간 이 영화의 주인공 김경호 교수는 1995년 1월 성균관대학교 대학입시 본고사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조치를 취하자는 의견을 냅니다. 


그런데 문제를 출제한 학교 교수들은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덮자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김경호 교수 혼자 총장에게 이러면 안 된다며 교수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합니다.


 그러자 다른 교수들의 항의가 빗발칩니다. 그러다 결국 학교에서는 김경호 교수를 징계 및 재임용 거부를 해 퇴출시킵니다. 그 이후 2003년 3월에 재임용 탈락 교수 심사법이 생기면서 그는 외국에 있다가 귀국합니다.

2005년 9월에 법원에서 성균관대학교 재임용 심사 과정에서 김 교수에 대한 평가는 절차적 위업이라는 판결을 받아 내었으나, 교수 지위 확인 청구는 기각됩니다. 판사가 그 학교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2심에서 박봉주 판사가 이 사건을 맡았고, 그에게 기대를 했지만 학교 측에서 ‘교수로서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자료 제출만 받고 거기다 김 교수가 학생 증인을 요청한 것은 기각합니다.


그러자 2007년 1월 15일, 실제 민사소송을 맡았던 고등법원 박봉주 부장판사에 대해 석궁 테러 사건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는 준비해 간 석궁으로 위협하면서

“박봉주 판사! 자백하시오. 왜 법을 어겼는지?”


겁에 질린 판사는 가까이 다가온 김 교수와 함께 몸싸움을 하게 되고 이 와중에 김 교수의 석궁이 우발적으로 발사가 됩니다. 하지만 이 화살은 벽에 맞고 튕겨져 나가 구부러진 채 그들 옆으로 떨어집니다.


이때 마침 경비원들이 달려와 김 교수를 제압하고 그를 경찰에 넘깁니다. 그런데 판사는 김 교수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그를 엄벌에 처할 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쏜 화살이 자신의 배에 맞았고 2cm의 상처가 생겼다며, 그때 피가 묻은 런닝과 와이셔츠, 화살 등을 증거물로 제출합니다.


하지만 김경호 교수는 석궁을 쏘지 않았고, 둘이 다투는 가운데 석궁이 발사돼 벽에 맞고 튕겨져 나왔으며 그로 인해 화살이 부러졌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피해를 본 판사 측에서는 증거를 조작해 부러진 화살은 어디론가 숨겨 버리고, 누군가의 피를 묻히고 구멍을 낸 셔츠를 증거물로 제시합니다.

그러자 김경호 교수는 셔츠에 묻은 혈흔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하고, 벽에 맞고 부러진 화살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판사는 그의 주장을 한 방에 일축합니다.


사건이 있던 날, 법원은 전국의 법원장 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사건을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규정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며 뉴스에 크게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 김 교수가 어떤 증거를 들이대도 그걸 무시하면서 오로지 많은 형량을 때리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김경호 교수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마저도 판사의 권위에 굴복해 말도 몇 마디 꺼내지 못합니다.

답답하게 생각한 김경호 교수는 변호사를 바로 해임하고 다른 변호사를 찾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알코올 중독 증상을 갖고 있는 박준 변호사입니다. 그래도 그는 불의에 굴하지 않고 똑바로 싸워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김경호 교수는 교도소 내에서 늘 법전을 옆에 끼고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법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판사가 조금이라도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면 바로 법조문을 들이대면서 똑바로 하라고 소리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앞에 있는 검사한데, 업무태만 죄로 고소한다고 소리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를 당해 본 일이 없던 판사들은 모두 기가 막혀합니다. 그러다 재판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다 결국 아주 냉철하고 원칙주의자로 소문난 판사가 다시 배정되지만, 김경호 교수는 오히려 잘 됐다고 소리칩니다. 원칙대로, 법대로만 하면 자신이 분명 이기고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모두가 법대로 하지 않고, 판사 검사 의사 경찰 경비원까지 모두 한통속이 되어서, 없는 죄를 만들어 내어 덮어 씌우고 있으니까 말이죠.


제삼자 입장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참 어이가 없습니다.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법부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재판 시작 전부터 한 명의 국민을 저렇게 죄인으로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현실에 울분이 솟아납니다.


김경호 교수가 ‘재판이 어땠습니까?’ 하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하는 답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직종이라 할 수 있는 판사 검사가 되었으면, 진정 억울한 사람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고, 해결해 주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권력의 편에 서서 국민들을 노예나 개돼지 취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결국 김경호 교수의 증거물이 허위라는 주장은 묵살되고, 김경호 교수는 결국 4년형을 선고받고 2011년 1월까지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키워드]

1. 기득권층의 권력을 보호하는 사법부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그들 기득권층의 권력을 보호하는 것이 더 우선인 기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이야 어떻게 되었던 판사를 향해 대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해진 법과는 상관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처벌하는 사법부를 볼 수 있습니다.


2. 내가 당당하면 기죽을 필요 없다.

또한 그런 무소불위의 무시무시한 사법부를 향해 정면 도전하는 한 남자의 용기 있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우리 대부분은 권력 앞에 서면 왠지 주눅이 들고 작아집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당한 것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따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김경호 교수는 그들의 권력에 하나도 겁내지 않고 조목조목 따지고 드는 대목이 참 멋있게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국민들 위에서 군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전혀 겁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당당하다면 그들 앞에서 주눅 들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3. 공부를 해야 한다.

내가 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걸 깨우칩니다. 김경호 교수가 교도소 내에서 늘 법전을 들고 다니며 공부를 하는 것처럼 나도 저렇게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책을 보고 공부를 해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4. 정의의 편에 서야 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박준’ 변호사처럼 돈이나 권력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편에 서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이 있어야 이 사회가 똑바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도 돈과 권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참으로 존경해야 할 변호사와 교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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