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을 없애는 전쟁 로봇 제조 현장
개요: 드라마, 전쟁/ 미국
개봉: 1996. 02. 17.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매튜 모딘(조커/ J.T.데이비스), 아담 볼드윈(애니멀 마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군대에 징집이 돼 끌려가서 훈련을 받고 전쟁터에 나가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 현장이 어떤 것인지 실전 경험과 비슷하게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얼마나 무서우며, 얼마나 잔인한 지 확실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신병교육대의 훈련 모습이, 우리가 군에 갔을 때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욕설과 인격 모독에 인간으로서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던 곳이었습니다.
이 영화도 그러한 비인간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신병교육대는 원래 평범했던 사람들은 전투 기계로 만듭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명령한 대로 움직이게 하는 로봇을 생성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풀 메탈 자켓’이 바로 그런 의미이겠지요.
꼭 이렇게 교육을 해야 교육 효과가 더 좋은 것일까요?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말살하고 구더기라고 평하며,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별명을 붙여서 부르면서 욕설과 폭력 얼차려 등을 사용해 강압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도록 합니다. 교관 하트만 상사는 로렌스가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이렇게 말합니다.
“딱 3초 내에 웃는 인상을 안 지우면 눈알은 파내고 쪽박은 빠개 주겠다!”
그러면서 훈련 중에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고 뺨을 때리며 지속적인 구타와 멸시, 무시, 인격 모독이 이어집니다.
이 방식이 처음에는 효과가 좋고 사람이 금방 변하는 것 같지만, 엄청난 후유증을 낳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걸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많은 전쟁을 보여주지 않고 저격병과의 작은 전투를 보여주면서도 전쟁의 참혹함과 무서움, 살 떨림을 여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커와 로렌스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머리를 깎고 신병교육대에 입교해 훈련을 받습니다. 하지만 로렌스는 몸이 뚱뚱하고 동작도 느리고 겁이 많으면서도 늘 웃는 표정으로 인해 교관에게 늘 지적을 받습니다. 이런 사람은 군대에서는 고문관이라고 하면서 왕따를 시킵니다. 보다 못한 교관은 조커에게 분대장을 시키면서 로렌스를 도와주라고 합니다. 조커는 로렌스에게 총을 조립하는 법, 워커 끈 매는 법, 높은 장애물을 오르는 법 등 자상하게 지도를 해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렌스가 자신의 사물함에 빵을 숨겨두었다가 교관에게 들키게 되고, 그 사건으로 교관은 로렌스가 그 빵을 다 먹는 동안 다른 동료들에게 얼차려를 시킵니다. 당연히 다른 동료들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졌겠죠.
깊은 밤, 불만이 많았던 동료들은 자다가 몰래 일어나, 수건에 비누를 감은 무기로 미웠던 로렌스를 두들겨 패기 시작합니다. 자다가 갑자기 몰매를 맞은 로렌스를 밤새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 날부터 로렌스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눈빛이 달라졌고 씩씩한 목소리로 변합니다. 그리고 사격도 아주 잘하고 그야말로 교관이 원하던 해병으로 변했습니다. 오죽하면 교관이 칭찬을 다 하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성공적으로 8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퇴소를 앞두고 있는 저녁이었습니다. 마침 조커가 불침번을 하고 있었는데 침상에 있어야 할 로렌스가 없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화장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걸 느끼고 그쪽으로 갑니다.
조커가 화장실 문을 열자, 로렌스는 변기 위에 걸터앉아 탄창에 실탄을 꼽고 있습니다. 조커가 이 사실을 교관이 알면 난리가 날 거라면서 빨리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로렌스는 훈련 때 배운 제식 동작을 하면서 큰 소리로 구호도 외칩니다.
이 소리에 놀란 동료들이 침상에서 모두 일어나고, 교관도 자다가 놀라서 화장실로 뛰어옵니다. 교관은 로렌스를 보자마자 또 욕설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로렌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총으로 교관을 향해 바로 쏴 버립니다. 그러자 교관은 가슴에 총을 맞고 바로 쓰러집니다.
조커가 놀라 어안이 벙벙해진 사이, 로렌스는 총구를 자기 입에 물고 자신을 향해 또 한 발의 총알을 발사합니다. 그렇게 로렌스는 자신의 생을 끝냅니다. 이게 바로 강압적인 교육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설령 모든 걸 꾹 참고 지냈다 할지라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로렌스보다 더 악한 악마가 자리 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전쟁터에 가면 아이와 여자 민간인에게까지 총을 쏴 대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악마가 되는지 모릅니다.
조커와 동료들은 8주간의 훈련을 마친 후 모두 베트남으로 배치됩니다. 다행히 조커는 고교 시절 신문 반에 활동했다는 이유로 종군기자가 됩니다. 그래서 후방의 다낭에서 취재활동만 하며 편하게 지냅니다. 그러자 조커는 편한 것의 좋은 것을 모르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전투지역에 배치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실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훼이로 가게 됩니다. 이때 헬기에서 기관총을 쏴 대던 병사가 조커에게 소리칩니다.
“뛰는 놈은 다 베트콩이고 안 뛰는 놈은 고단수 베트콩이지”
“어떻게 여자와 아이를 죽일 수 있죠?”
“쉽지. 그것들은 느리니까. 전쟁이 그런 것 아닌가?”
인간성을 상실한 병사들이 베트남을 그렇게 지옥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함이고, 누굴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아무 생각도 없는 무슨 로봇처럼 그저 쏘라면 쏘고 죽이라면 죽이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조커는 전투 현장에 도착하지 마자 보게 되는 것이 구덩이에 누워있는 시체들입니다. 그는 시체들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시체는 석회로 덮여 있었다.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났다. 살아 있다는 건 좋다는 것”
그러다 조커는 부대원들과 함께 수색을 나가게 됩니다. 탱크가 앞에 가고 대원들이 총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순간 갑자기 폭탄이 터지면서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맨 앞에 가던 소대장이 총에 맞고 쓰러집니다. 이제부터 장난이 아닌 진짜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들은 분대장의 명령에 따라 조금씩 폐허가 된 건물로 다가갑니다. 그러고는 건물 안으로 총을 쏘면서 적들을 물리칩니다. 조그마한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기쁨에 들떠 영상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등 의기양양하게 보냅니다.
그러다 간밤에 북베트남군이 퍼퓸 강 너머로 철수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정찰을 나갑니다. 그렇게 폐허가 된 건물을 수색하고 있을 때 한 병사가 인형이 버려진 걸 보고 주우려고 하다 폭탄이 터져 죽게 됩니다.
그들은 또다시 앞으로 전진하다 앞을 살피러 갔던 흑인 병사가 저격수의 총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그 병사를 구해와야 하지만 저격수가 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다 참다못한 병사 하나가 그를 구하기 위해 뛰어갔고 그 병사도 저격수에 의해 총에 맞게 됩니다.
그러자 또 한 명의 병사가 그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분대장인 카우보이에게 병사들을 데리고 그쪽으로 오라고 소리칩니다. 그들은 한꺼번에 그곳으로 다가갑니다. 그러던 와중에 통신을 하던 분대장이 또 저격수의 총에 맞고 쓰러집니다.
이제서야 저격범의 위치를 파악한 이들은 몰래 건물 위로 올라가 거기 숨어 있던 저격범을 잡습니다. 이 와중에 주인공인 조커는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동료가 와서 저격범을 죽이고 그를 구해줬습니다. 그런데 그 저격범은 놀랍게도 깡마른 베트남 여자였습니다.
아직 죽지 않은 저격범이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다른 병사들은 그녀를 놔두고 쥐 밥이 되게 하자며 그렇게라도 동료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조커는 그녀를 도저히 놔두고 갈 수 없다며, 동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녀에게 총을 쏴 편히 죽게 해 줍니다.
이렇게 실제 전투를 하는 장면은 폐허가 된 불타는 건물에서 총격 몇 번 오간 게 전부이지만 그게 오히려 더 살벌하고 지옥처럼 느껴집니다. 살인 병기가 된 군인들이 거기에서 생존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제대로 해 나가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곳에서 생긴 트라우마가 그들을 계속 괴롭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을 너무 잘 느껴지게 표현을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저절로 생겨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1.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을 전쟁 기계로 만드는 일은 중지 되어야 한다.
전쟁은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생명은 무엇으로 보상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주 죄도 없는 민간인들까지 무작위로 아무 생각없이 죽여 대는 전쟁이 제발 사라져야 합니다.
2. 강압적인 리더십의 결말
강압적으로 훈련시키던 교관은 결국 로렌스의 총에 의해 죽게 됩니다. 사람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무너지게 되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성격에 따라 훈련하는 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신병 훈련소 같은 경우에는 어떤 사람이든, 어떤 성격이든 상관없이 같은 기계 안에 넣어 돌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엄청난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무조건적인 강압적 리더십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맞는 일을 주고 잘 이끌어 줘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3. 작지만 크게 표현한다.
훈련소 생활을 조금 보여주면서도, 교육과 훈련이 얼마나 많이 잘못돼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줍니다. 전투 장면도 조금밖에 보여주지 않지만 그 어떤 큰 전투보다 더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명작이라고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