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그 아이가 내 나라요
개요: 액션, 한국
개봉: 2020. 09. 23.
감독: 최재훈
출연: 장혁(태율), 김현수(태옥), 조 타슬림(구루타이), 정만식(민승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바랍니다.
1623년 음역 3월 12일, 조선 15대 왕 광해는 궁궐에 침입한 반정군에 쫓겨 몸을 피해 어느 건물에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곧 그곳에도 반정군의 무사들이 들이닥칩니다.
당시 광해의 호위무사였던 ‘태율’은 광해군을 잡으러 온 무사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이기지 못합니다. 보다 못한 광해군은 스스로 그들 앞에 나서서 잡혀갑니다.
이때 민승호는 광해에게 묻습니다. 이 대화가 참 의미심장합니다.
“전장에 나선 장수들에게 형세를 보아 투항하라는 밀지를 내리신 것이 사실입니까?”
“승호야! 그 누구의 신념도 백성의 목숨보다 중할 순 없다. 하물며 임금일지라도 말이다”
참으로 훌륭한 임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를 구한답시고 목숨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상황을 봐서 지겠다 싶으면 투항해서 목숨을 건지라는 임금의 배려이지요. 이런 임금을 가진 백성들을 참 평안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광해군이 폐위되자 ‘태율’은 산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딸과 함께 조용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태율은 싸움의 영향으로 인해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이 태율의 병을 치료해 주다가,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태율’에게 하나의 처방을 내려줍니다. 마을의 어느 기방에 가서 자기 이름을 대면 약을 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빨리 가보라고 말합니다. 그 기방이 자신에게 은혜 갚을 게 있으니 청을 들어줄 것이라 합니다. 태율은 이미 포기한 듯 마을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태율의 딸 태옥은 아버지의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함께 마을로 내려가 기방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기방의 여자 주인은 고개를 흔들며 그 스님이 오히려 신세 진 것이 많다며 어림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약재는 고위층이나 구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약재라며 어림없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산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시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청나라 사신들이 조선 여자들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그걸 막아 서던 여자의 남편은 사신의 무사들에게 엄청 두들겨 맞습니다.
태율은 딸과 함께 그런 치욕적인 광경을 목격하지만, 다른 사람의 사건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그냥 못 본척하고 지나갑니다.
이때 당시 청나라 사신들은 조선의 임금에게 처녀들을 공녀로 바치라고 하면서 압력을 행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처녀를 구하지 못하자 급기야 대감 댁의 딸까지 공녀로 끌려가게 생겼습니다. 그러자 대감들은 앞다투어 공녀로 내놓기 위해 수양 딸을 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자기 딸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으니까요. 참으로 이기적인 생각이지요.
청나라 사신의 우두머리로 온 사람은 ‘구루타이’입니다. 그는 청나라 황제의 조카라고 하는데 조선 말도 잘 하고, 무술 실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조선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여자들을 끌어다가 노예로 삼아 팔아먹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무술 실력까지 겸비한 그들의 행패를 막을 길 없는 조선의 대감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녀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목요 대감은 기방에 수양딸 할 만한 애를 찾아달라는 부탁합니다. 기방 주인은 며칠 전 아버지 눈에 좋은 약을 구하러 온 태율의 딸을 기억해 내고, 그녀의 행방을 찾아 수양딸이 되라고 종용합니다. 그러면 아버지 눈에 쓸 약도 구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구슬립니다.
딸 태옥은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선뜻 허락을 합니다. 양반집 수양딸로 들어가는 게 산에서 사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더 나을 수 있고, 아버지 눈에 좋은 약도 구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니까요.
나중에 아빠 태율이 알고 반대하지만, 태옥은 자신도 양반집 딸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며 고집을 피우고 결국 그 집 수양딸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대감 댁에 들어가 고운 한복으로 갈아 입자마자 청나라 사신들이 그 집을 덮쳐 사람들을 모두 끌어내고 죽입니다. 그러다 대감의 딸과 수양딸까지 둘 다 공녀로 데리고 갑니다.
자신의 딸이 청나라 공녀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율’은 결국 청나라 사신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갑니다. 혼자의 몸으로 들어가 그 많은 검객들을 다 물리치고, 총을 들고 쏴대는 소총수들까지 모두 베어버립니다. 과연 조선 제일 검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되자 구루타이를 따르던 조선 최고의 검객 ‘민승호’가 그의 앞을 막아섭니다. 예전에 그는 광해를 끌고 갈 때 마지막으로 겨뤘던 그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태율’이 이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때 둘이 나누는 대화가 또 가슴을 뜨끔하게 만듭니다. 먼저 민승호가 말합니다.
“물러나거라”
“이게 당신이 말하는 신념이오?"
“난 나라가 다시 끝동에 놓이려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나에게 그 아이가 내 나라요”
그렇습니다. 나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백성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입니다. 나라를 구한답시고 백성들을 함부로 죽이는 사람들이 꼭 들어야 할 말입니다. 자기 가족, 자기 이웃 하나 구하지 못하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서 무슨 나라를 구한다는 소리를 하느냐는 거지요.
둘은 여러 합의 경합이 오간 후, 결국 민승호는 태율에게 지게 됩니다. 태율의 칼끝이 목 앞까지 가서 멈추고 돌아옵니다. 목숨은 살려준 것이지요. 그러자 그걸 지켜보던 ‘구루타이’가 뒤에서 나타나 “졌으며 죽어야지” 하면서 바로 그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조선 최고의 검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나 싶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구루타이와 ‘태율’의 싸움이 벌어집니다. 구루타이는 과연 엄청난 무술실력을 발휘합니다. 태율의 딸 태옥을 끌어다 놓고, 자신을 이기면 살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태율은 눈에 불을 켜고 그와 싸우지만 그의 실력을 이기기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루타이의 애인이었던 외국 여자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그녀가 태옥을 목에 쇠사슬 채워서 끌고 온 것이죠. 그녀가 죽는 걸 보자 구루타이는 흥분을 해 이성을 잃게 됩니다. 그러자 그의 검술에 허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틈을 타 태율은 그를 물리치게 됩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딸 ‘태옥’을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1. 누구의 신념도 백성보다 더 중할 순 없다.
그렇습니다. 백성들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임금이라면 당연히 백성들의 목숨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의 대감들이나,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정치인들조차도 아직 자신의 안위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좀 깨우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나에겐 이 아이가 나라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특별히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가족부터 행복하게 구하는 것이 먼저란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가족이나 이웃도 구하지 못하면서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겠다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정확히 단 한 사람 구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거지요. 참으로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3. 무사들은 무표정에 말이 없어야 하는가?
여기 나오는 태율은 표정에 변화가 없다. 말도 굉장히 짧게 한다. 싸움을 잘 해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재미가 하나도 없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아무 말이 없고, 볼 것이 많은 시장을 걸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화가 없다.
이런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지옥을 사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목숨이 붙어 있다고 다가 아니다. 웃음과 감탄, 그리고 재미있는 수다가 있어야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제발 얼굴 표정 좀 풀고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