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성 참정권 운동
개요: 드라마, 스위스
개봉: 2018. 06. 28.
감독: 페트라 볼프
출연: 마리 루엔베르게르(노라), 맥시밀리언 시모니슈에크(한스)
네이버평점: 9.18
난 작년에 양성평등전문가 교육을 받았습니다. 거기에서 양성평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고,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양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하도 뿌리 깊게 박혀 있던 고정관념이라 나도 모르게 양성평등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양성평등에 관련된 내용이고, 스위스에서 여성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과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도 권리를 찾기 위해 시위를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위스는 1971에야 여성이 투표권을 가지게 됩니다. 유럽에서도 가장 늦게 이뤄진 거죠. 그런데 말썽이 일자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남성들끼리만 투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간절한 바람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합니다. 모든 권리가 저절로 생긴 것 같지만 처음에는 이런 목숨을 건 투쟁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때 힘든 결정을 하고 용기 있게 일어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결국 관철해 내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럼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1971년, 스위스의 한마을.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한 가정주부. 그녀가 남편의 태도에, 여성에게 불공평한 세상에 분노한다. 그리고 여성의 참정권을 위한 투쟁에 뛰어들어 외친다.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다”
“나는 여성이다. 장난감도 애완동물도 아니다”
“모두 일어나서 ‘더는 안 돼’라고 외치세요”
“여성들이여 단결하라”
이렇게 당시의 실제 여성들이 시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그러다 이런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스위스 1971년. 우리 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는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 마을이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변화가 없는 곳인지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한 가족이 나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들 둘입니다. 거기다 시아버지를 직접 모시고 있네요. 여기서 엄마가 ‘노라’이고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에 배웅해 주고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시아주버님의 집이었습니다. 그녀는 형님에게 부녀회에도 나와서 잠깐씩 집안일에서 벗어나 보라고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2층에서 음악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조카 ‘한나’가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시위를 하는 듯합니다.
아직 10대 여학생인데 오토바이를 탄 껄렁한 남자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이유로 외출을 금지 당했다고 합니다. 부모는 동네 사람들이 그녀를 ‘동네 자전거’라 부른다며 그것 때문에 엄청 속상해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노라’는 자신이 설득해 보겠다면서 같이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합니다. 형님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했고, 둘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조카 여자아이는 그 사이를 못 참고, 오토바이 탄 남자친구를 불러 둘이 도망을 가 버립니다.
한편 노라의 남편은,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소목부 부장으로 승진을 합니다. 월급도 인상이 되고요.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면 바로 승진한 자리로 이동하라며 여사장이 호의를 베풉니다. 그리고 2월 7일 여성 투표권에 대한 투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면서 팸플릿을 나눠줍니다. 여성이 참정권을 행사해도 되는가에 대해 남자들이 투표를 하는 것이죠. 여성 정치화 반대 행동 위원회도 있다면서 거기에 가입하고 기부금을 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투표권을 원하지 않는 수많은 스위스 여성을 대표한다고 합니다. 사장 자신도 여자이면서 직원들에게 은근히 반대하라는 압박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노라의 집에서는 승진 축하 파티가 열립니다. 오랜만에 형님 가족과 주인공인 동생 가족이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승진을 축하한다는 건배 한번 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이후에는 나이 많은 아버지가 큰 아들에게 질책을 하기 시작합니다. 농장을 팔았다는 이유입니다.
동생이 아버지에게 그건 밥 먹는 자리에서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며,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며느리가 나서자 입도 벙긋하지 못하게 합니다. 시아버지가 빈 맥주 병을 들어 보이자, 작은며느리는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맥주를 새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형님 가족의 약점인, 딸의 행실까지 들먹입니다. 밥맛 다 떨어지게 만드네요. 그러면서 큰 아들에게 ‘네가 남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다그칩니다. 큰 아들과 다른 가족들도 아무 말 못 하고 분위기가 침울해집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가족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늘 밥상에서 아버지의 훈육이 시작되었지요. 그래서 밥을 먹다 말고 뛰쳐나간 적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음식 맛을 즐길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이 가장 괴로운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식사가 끝나고 자기 방에 왔을 때, 노라의 남편은 ‘우린 딸이 없어서 다행이야’라고 말을 합니다. 최소한 임신은 안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러자 노라는 여자 혼자 임신하는 것 아니라며 일침을 놓습니다. 이것도 바로 여성차별의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남성은 괜찮고, 여성은 안 된다는 생각이 그겁니다.
그러다 노라는 남편에게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늘 집에서 양말 빨고 청소하고 하는 것이 지루하다는 것이죠. 그러자 남자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아이를 낳자고 합니다.
이렇게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에 대해 개념이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무조건 돈 위주로만 생각하니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자신이 승진해서 이제 돈을 더 많이 벌 건데 무슨 돈이 더 필요하냐는 생각만 있는 겁니다. 돈을 떠나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엄청난 재미가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죠.
노라는 남편 한스의 반응에 실망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은 여성 참정권에 대한 책자를 보게 됩니다. 그러고는 여자들도 투표에 참여하고 사회에 정정당당하게 참여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서서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노라는 부녀회에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브루니’를 만납니다. 그러고는 함께 이 큰 문제를 앞에서 추진해 보자고 다짐하게 되지요.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갑습니다. 여자들이 설치고 다니는 것에 대해 싫어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녀들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까지 외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결국 노라와 그녀와 뜻을 같이 하는 부인들이 가사노동에 대한 파업을 일으킵니다. 밥이나 빨래 청소 등을 하지 않고 집을 나와서 따로 한 장소에 모여 투쟁을 벌입니다. 투쟁이라고 해 봐야 현수막 몇 개 붙여 놓고, 대책을 세우며 함께 노는 것이지만요. 여하튼 집을 떠나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그녀들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각 집집마다 며칠 동안 엄마나 아내가 없으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남편들이 찾아와 협박을 하고 겁을 줘도 여자들은 똘똘 뭉쳐 자기들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참지 못한 남편들이 한밤중에 그녀들이 모여 있던 숙소에 덮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내를 한 명씩 강제로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이때 남성들의 행동에 분을 참지 못한 ‘브루니’는 충격을 받고 쓰러져 죽게 됩니다. 이 정도 되면 포기할 것 같은데도, 주인공 ‘노라’는 끝까지 투쟁해서 결국 여성들의 참정권을 쟁취해 냅니다.
1. 양성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만연해 있는 차별적인 생각이나 발언 등을 더욱 조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곳에 같이 살면서도 남자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피부 색깔에 따라 차별을 두면 안 되는 것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2. 가정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는 돈을 벌어오는 일에 대해서는 높게 인정하고,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는 일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파업을 하자, 이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 가볍고 무거운 일은 없습니다. 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걸 인정해 줘야 대화가 될 것 같습니다.
3.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투쟁을 해야 한다.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렇게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욕을 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녀들이 앞서서 권리를 찾아 놓으면 자신들도 큰 혜택을 볼 것이면서도 괜히 욕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이 더 무섭습니다. 또한 우리가 지금 누리는 권리나 자유도, 누군가 앞에서 싸우고 희생했기에 가능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