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고생하는 거 아냐?
어느 날, 신체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회의를 열었습니다. 모두 각자가 가진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코가 말했습니다.
"여러분!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 우리 중에 혼자 놀고먹는 못된 백수가 한 놈 있습니다. 바로 저하고 제일 가까이 사는 입이라는 놈인데, 그 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는 혼자 다하고, 먹고 싶은 음식은 혼자 다 먹습니다. 이런 의리 없는 입을 어떻게 할까요?"
그 말에 멀리 있던 발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저도 입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 주인이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 무거운 몸으로 몸짱 만들겠다고 뛰니 발이 아파 죽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 입이 혼자만 많이 먹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손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게다가 입은 건방집니다. 먹을 때 자기 혼자 먹으면 되지 않습니까? 개나 닭을 보세요. 그것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잘 먹는데, 입은 날 보고 이거 갖다 달라 저거 갖다 달라 심부름을 시키고 자기만 먹습니다. 정말 메스꺼워 견딜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눈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비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깁시다. 앞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절대 보지도 말고, 냄새 맡지도 말고, 입에게 가져다주지도 맙시다."
그 제안이 통과되자 모두가 합심하여 입을 굶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를 사흘쯤 되었습니다. 그러자 제일 먼저 손과 발이 후들후들 떨었습니다. 눈도 앞이 가물가물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불만을 토로했던 코도 사방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로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입이 드디어 입을 열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러면 우리가 다 죽습니다. 제가 저만 위해 먹습니까? 여러분들을 위해 먹는 것입니다.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입술도 깨물고, 혀도 깨뭅니다.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며 삽시다."
그 말에 다른 신체기관들도 수긍하고 예전처럼 자기의 맡은 일을 해서 건강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이런 실수를 많이 저지르는 것 같습니다. 축구에서 11명이 똑같이 뛰지만, 골인을 넣으면 앞장선 공격수가 제일 칭송을 많이 받고 박수갈채를 받습니다. 그걸 보면, 수비를 했던 수비수들은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는 건 지휘자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휘자에게 불만을 갖기 시작하면 오케스트라 전체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입니다. 나만 열심히 일하고 부장이나 사장은 놀고먹으며 내 몫까지 돈을 다 벌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불만을 가진 내가 놀고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신체의 각 기관들이 서로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해 줄 때 내 몸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고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소속된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만을 갖게 되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불만을 가진 동안 계속 불행하게 됩니다. 그러면 나만 손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