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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Jul 16. 2022

매미소리

매미소리 – 전남 진도의 다시래기 풍습


[정보]

개요: 드라마, 가족, 한국

개봉: 2022. 02. 24.

감독: 이충렬

출연: 이양희(덕배), 주보비(수남), 서연우(꽃하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줄거리와 결말]

 매미 소리가 진하게 울려 퍼지는 여름, 진도 어느 바닷가에 있는 집. 7살쯤 된 조그만 여자아이가 2층 다락방에서 자다가 1층으로 내려옵니다.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방안을 몰래 훔쳐봅니다. 거기에는 자신의 아빠와 다른 여자가 몸을 섞고 있는 광경이 보입니다. 이때 할머니가 아이를 강제로 끌어내 아랫방에 넣고 문을 잠가버립니다. 


 아랫방에 들어간 아이는 그곳에 자신의 엄마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농약을 먹고 숨이 넘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는 문을 두드리며 엄마가 아프다며 아빠를 애타게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러다 어른이 된 그 아이가, 다시 7살쯤 된 딸을 데리고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 진도로 내려옵니다. 바로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장례를 치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 덕배(이양희)는 조금 전까지 죽은 엄마가 누워있는 관을 붙들고 그렇게 서럽게 울어 대다가 갑자기 광대가 되어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합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궁금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게 진도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다시래기’라고 하는 풍습입니다. 출상 전날 밤 초상집 마당에서 광대들과 상여꾼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드는 것입니다. 망자의 극락왕생을 바라고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진도에 ‘다시래기’라는 풍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여하튼 다시래기 공연을 제대로 관람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이렇게 자기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광대가 되어 다시래기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어릴 때 집을 나갔던 딸이 20년 만에 돌아옵니다. 영화 처음에 나왔던 그 딸입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에게 자신의 딸을 키워달라고 부탁합니다. 


 여기서 아빠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냉정하게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아버지 ‘덕배’는 다시래기 전수자가 되어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이 소원이고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그거 하나만 붙잡고 살아왔고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딸은 아빠가 ‘다시래기’ 공연을 하면서 인간문화재가 되기 위해 엄마와 자신까지 버린 것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엄마가 죽는 날 그렇게 심하게 울던 매미소리 때문에 매미소리에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매미소리만 들리면 엄마가 농약을 먹고 사지를 떨며 죽어가던 모습이 떠올라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던 거죠. 그래서 자신의 딸이 늘 매미채를 들고 다닌 것이었습니다. 


 여하튼 자신의 성공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만 가득한 딸과의 갈등을 그린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아버지는 결국 성공 대신에 사랑을 택합니다. 그토록 원하던 다시래기 전수자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었는데, 자신의 딸과 손녀를 위해 그걸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가 우리 가슴에 절절히 메아리칩니다. 


다 부질없지 부질없어 일장춘몽 다 꿈이여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여 이것저것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라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간다




[키워드]

1. 성공에 대한 지나친 야망이 행복을 잃게 만든다.

 그렇습니다. 우린 가까이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성공을 위해 행복을 짓밟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주로 그렇습니다. 자신의 아내와 딸 하나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면서 죽은 사람 극락왕생을 빌고 초상집을 기쁘게 해 주면 뭐합니까?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는 막 대하고, 밖의 모르는 손님에게는 그야말로 상냥하게 대하는 행동 말입니다. 뭐가 더 소중하고 중요한지 모르는 바보 같은 행동입니다. 


2. 다시래기 공연

 진도에 이런 공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참 좋은 풍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슬퍼하는 건 맞지만, 그걸 꼭 슬픔으로만 대해야 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웃음으로 슬픔을 넘어서는 모습에서 짠한 감동이 왔습니다. 

 다시래기 공연은 자살한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건 진짜 바람직한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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