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색 차 나무 꽃

순천만 정원과 죽녹원의 9월

by 이경희


2015년 9월 21일

J와 가을 여행을 떠났다. 하루를 쉬었다 올

일정이어서 서두르지 않았다. 꼬막정식을

먹고 낙원 읍성의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다

순천만 정원의 절반을 둘러보고 나니 하루가

끝났다.


죽녹원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뭔가 몸에

감기지도 포근하지도 않은 이불은 느낌이

별로라 발치 아래로 밀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좋은 컨디션으로 찾아 나선 죽녹원!



햇빛 한줄기가 대나무 사이로 비쳐 드니 크림

차 꽃은 더없이 아름답다. '세계 대나무 제'

는 잊은 채 관람객이 적은 대숲에서 탄성을

자아내며 우리는 쉬었다 걸었다를 반복했다.


그때 만난 한 무리의 중학교 남학생들! 그들이

중2라면 다들 알리라.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들에게 중년의 우리도 그러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쉼터에서 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들과 마주쳤다. 나는 무심하게 앉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포도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오~ 계속 만나네요!" 나와 남편은 씩 웃기만

했다. 다음 쉼터에서는 이 아이들이 우리를 몹시

반가워하기까지 했다. 한 입에 다 털어 넣어도

시원치 않을 따끈한 땅콩빵을 자꾸 권했다.


시크한 기운을 내뿜던 어른 둘이 미안스러워

하며 그 어린 친구들의 간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지? 얘들아! 고마웠어. 선입견에

잔뜩 사로잡혀 엉뚱한 시선 돌림을 한건 어른인

우리였다.



죽녹원에서의 시간은 짙은 초록이었다.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의 할머니들을 한 무리 만났을

때는 우리가 먼저 다가갔다. 사진도 찍어드리고

친구끼리 이렇게 다니면 얼마나 좋은 지도 이야기

하며.




새싹과 꽃이 만발할 봄과 5월에 다시 가보고

싶은 죽녹원과 순천만 정원은 대단했다. 캐나다

'부차드 가든'은 정원 디자인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세계인이 모여드는 유명지이고 나 역시

그곳에서의 감동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정원은 적어도 10년에서

2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갖춰져 가는

것인데. 무르익은 죽녹원과 다듬어 가는 중인

순천만 정원은 앞으로 부차드 가든 못지않은

멋진 Korea의 대표 정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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