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날-서리! 서리!! 서리!!!

흙과 서리가 만든 '주상절리'

by 이경희

아침 산책길 풍경-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

그랜드캐년이 아니다. 땅 위의 부드러운 흙이 차가운 기온과 서리로 인해 흙계의 '주상절리'를 만들어 놓았다.


이끼와 겨울채소 이불이 된 케일 담요


전원으로 이사 온 첫 해 겨울이자 12월 1일 아침. 꿈속에서 초록의 해안가를 미끄러지듯 걷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침실로 흘러들어온 커피 향기! 천천히 일어나 긴 머리카락을 틀어 올려 묶고 밖으로 나갔다.


간 밤에 눈이 왔다면 모든 걸 덮어버렸겠지만 얼음 같은 서리로 인해 풍경이 카랑카랑하다. 몇 개 남지 않은 감은 아이스 셔벗이 되어 늙은 나무에 매달려 있다. 분주히 오가던 다람쥐도 요 며칠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아침은 남편이 준비했다. 버섯볶음, 총각무김치, 취나물, 냉이나물, 달걀찜 그리고 생선찌개다. 그는 나날이 발전 중이다. 나의 발전 역시 그에 못지않다. 재료만 있으면 뭐든 후 딱 만들어낸다. 믿기지 않겠지만 난 지난 십여 년 밥 해 먹는 일 없이 살았다. 일과 그럴만한 환경 때문이었다. 해서 퇴직 후 부부의 '식사 준비'는 각자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뭐든 만들어본다.


남편이 준비한 아침 밥상


나의 굵고 확실한 메뉴: 매운 통오징어 구이


콩 밭 어귀의 감나무, 시루봉 길의 감나무


아침과 점심 식사에 에너지를 쏟아서 인지 아니면 열심히 일하다 멀리까지 다녀온 산책 때문인지 저녁식사는 간소하게 하자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비빔밥에 우엉차를 나눠 마시고 별이 빼곡한 하늘 아래를 배회하다 이 글을 쓴다. 오늘 하루 역시 담담하고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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