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깨어 있기

'아침고요 수목원'의 별빛 야경

by 이경희


눈 쌓인 문경을 떠나 서울로 왔다. 도시와 사람, 차들이 함께 모이면 용광로가 되는 것인지 서울엔 눈이 다 녹아버리고 없다. 아침나절 법륜스님의 '지금 여기 깨어 있기'를 읽고 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 인생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해탈, 열반이라고
합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좋고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추우면 추운대로 좋고 또
더우면 더운 대로 좋아요."




우리는 늘 현재의 자기 직분을 놓칩니다.
무언가를 배우러 와 놓고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고, 가르치러 왔는데 그걸 방임하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
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도움을 준 사람을 욕
하기도 합니다.

지금,왜,여기,-이 세 가지에 늘 깨어 있으면
삶에 후회라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에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고 보면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스님의 명쾌한 말씀과 지혜로운 삶의 처방에 도움을 받고 산다.



서울에서 함께 모인 우리 가족 넷. 오후의 겨울 나들이를 물색하다 가평 '아침 고요 수목원'으로 정했다. 다들 만반의 겨울 채비를 한 뒤 가평으로 출발했다. 한강을 지나고 청평 호수를 지나며,운전하는 J를 제외한 세 사람은 흔들리는 차 속에서 퍼붓는 잠을 못 이겨 꿀 잠을 잤다. 4번째 방문이지만 겨울 야간개장을 보러 가긴 처음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시간이 가까워지자 카페로 밀려드는 파가 엄청났다. 통나무 건물에 앉아 추운 몸을 녹이고 있자니 캐네디언 로키의 벤퍼, 제스퍼와 감성이 겹친다.



5시 20분 점등시간! 동시에 켜진 형형색색의 트리와 조형물에 함성이 터진다. 구석구석에는 계획과는 달리 미비했는지 아직 설치 작업 중인 것들도 있다. 우리 가족은 한국의 어떤 곳들을 마치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듯 환호하며 여행하는 공통점이 있다. 공항과도 먼

거리이고 오가는 교통편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곳곳에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의 소리가 들린다. 외딴 산속 수목원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바닷속 멸치 떼처럼 몰려다니는 우리의 모습이라니!~




구경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허기졌다. 가평엔 잣이 유명한지 잣 두부와 춘천 닭갈비 막국수 집들이 즐비하다. 식당을 잘 고른 것이 분명했다. 압력솥에 새로 밥을 지어 통째로 가져다준다. 순두부와 우렁쌈밥 제육볶음과, 비빔밥 등이 어우러져 식욕이 돋는다. 비트감 넘치는 유행가를 들으며 우리는 서울로 ~서울로 향했다.


가평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의 야경은 끝없다. 세상 어느 도시가 물과 함께 어우러져 밤이 이렇게 아름다울까? 도시의 불 빛 때문일까? 의기투합하여 겨울을 만끽하는 우리 넷의 마음 때문일까? 새콤달콤 쫄깃한 젤리를 먹으며 돌아온 집! 방금 세 식구는 골아떨어졌다. 나는 이 밤

브런치에 가평의 정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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