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가정원(동문:세상의 풍경)

정원-배움의 현장

by 이경희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고, 땅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정원을 만든다. " -작자 미상-



가을 여행의 첫날은 '순천만 정원'으로 정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동문만 보고, 서문은 내년 봄 꽃들이 활짝 피었을 때 와서 만끽하다 갈 생각이라 여유롭다. 나와 J가 좋아하는 장미는 종류도 많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향기까지 매혹적이니 꽃의 여왕으로 손색이 없다.



칸나는 보통 구근으로만 번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씨앗을 파종해보니 어렵지 않게 성공적이었다. 칸나는 꽃도 좋지만 연두와 진녹색인 커다란 잎의 넉넉함이 멋지다. 주홍과 빨강 이외에도 황금색과 분홍, 아이보리, 오렌지색 칸나를 순천만에서 처음 보게 되어 그 자리를 떠나기가 아쉬웠다.




나무들 아래 잘 손질된 잔디밭이 있다면 나로선 만족할만한 정원이다. 여기는 한술 더 떠서 잔디밭 위로 꽃 무릇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꽃무릇 구근을 주문하여 정원에 심었으니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짐작되시리라. 꽃무릇은 추운 겨울을 지나야 만 꽃을 피우니 늦더라도 가을에는 정원에 묻어둬야 한다.


순천만 정원과 인근 낙원 읍성의 꽃무릇



나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배우는 게 좋다. '정원사의 브런치'라고 이름 지은 것은 지금부터 정원 관련 공부를 하고 경험하여 제대로 된 정원사가 되기를 희망해서다. 순천만 정원을 둘러보니 울타리 목이나 담장의 형태와 재료에 의해서도 정원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져 보였다. 담장 위에 자랄 적합한 식물들을 눈여겨보았는데 돌담 아래 야생화는 얼마나 앙징맞던지!



몇몇 나라의 미니어처 정원도 있었다. 네덜란드 정원은 풍차와 어울리는 꽃들을 색으로 구분하여 배치함으로 화려함을 선보였다. 9월이었기에 튤립은 볼 수 없었고, 그 나라의 상징인 나막신 소품 배치는 영리한 발상이었다.



여행에서 속이 확 트이는 시원함을 맛 본건 순천만의 지형적인 특성을 정원에 끌어들인 부분이다. 다리를 놓아 육지에서 떨어진 회오리 언덕을 연결하여 초록 잔디를 따라 원형으로 올라가면 안에서 밖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마치 달나라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보는 풍경과 비슷한 상황이다. 작은 섬처럼 보이는 언덕을 내려오면서 시원한 물을 즐길 수 있게 배치한 정원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정원에는 나무와 식물 그리고 꽃만 있어서는 밋밋하다. 정원과 어울리는 돌과 항아리 분수와 조형물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돋보인다. 이런 요소들은 재미와 포인트 역할 외에도 정원에 생동감과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어 좋다.



석류, 수국, 베고니아

특별했던 것은 누구나 용기 내어 시도해 볼 수 있는'한평 정원'이었다. 공모를 했는지, 수상자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곳에서 추명국의 실물을 처음 보았는데 돌 틈에서 피어난 모습에 가슴이 설레었다.



정원 뒤편으로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져 있다.


큰 나무 아래에는 작은 꽃들 그다음엔 덤불과 중키 정도의 식물들이 돌담과 조화를 이뤄 공간마다 변화와 통일을 잘 만들어내고 있다.



화살나무는 주로 울타리 목이나 정원 한편에 무리 지어 심겨 있다. 하지만 이 나무는 낱개로 심어 가지와 잎들이 자연스럽게 자라야 아름다움이 더 발휘된다는 개인적 소견을 갖고 있다.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화려한 단풍으로 존재하기에 정원수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나는 이 나무에 반하여 집 정원 곳곳에 굵직한 화살나무 20그루를 심었다. 본디 화살나무와 단풍나무는 야생에서 자라던 것들이라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도 왕성하다.



온실이나 베란다에서 상록수나 열대식물 선인장류들을 키울 수 있다면 사계절 정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중국, 이탈리아, 터키, 독일, 일본 정원을 보면 각 나라의 건축 양식과 기후, 문화와 더불어 정원이 발전된 것을 알 수 있다.



정원에 물을 채울 돌확이나 작은 연못을 만들어 보는 것도 아이디어다. 물고기와 수련 수초들이 자라는 모습은 정원의 풍성함을 더해 준다. 순천만 정원 곳곳에는 세련된 쉼터들이 자리하고 있다. 널찍한 정자에서 동행끼리 기다란 벤치에서 쉬어 가거나 바람 그늘 아래에서 한잠을 잘 수도 있다. 나는 바람 그늘 속에서 순간 깊은 잠에 들었었다.



'현장이 답이다'라는 말이 있다. 순천만 정원에서 보고 눈으로 배운 것들은 이곳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자신이 만들고 가꿀 정원의 꿈에 대한 크고 작은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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