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함께 스며든 시간과 사람들
2016.1월 10일. 일요일
오후 4시! 낮잠에서 깨어났다. 가지 말라며 말리
는 두 아이를 다독인 뒤 우리는 서울을 떠났다.
석양의 강렬함 때문에 썬글레스를 썼다 벗었다를
번갈아 하던 중 고속도로 가로등이 일시에 켜지는
순간을 보며 도시를 벗어났다. 고속도로 외곽은
점점 검은 산의 실루엣만 보였고 J와 나는
터널들을 수없이 지났다.
겨울의 초저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애잔하다. 나탈리 콜의 'Unfortgettable''Wh
en I fall in love' 그리고 '쉬리'의 ost로 유명한
'When I dream'이 뒤를 잇는다. 호 세페
리차노의 'Once there was a love'에 이르러선
애잔함의 정점에 이른다. 노래와 함께 스며든 지난
시간과 사람들은 노래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오래전 멕시코와 브라질 친구 둘과 밴쿠버를 출발
하여 캐나디안 로키산을 향했던 그 밤이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당시 캐나다에서는 오밤중이나
새벽에 차량이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24시간과는 사뭇 다른 넓디넓은 나라의 밤이었다.
밴쿠버에서 벤퍼. 제스퍼, 레이크 루이스, 캐나디안
로키까지의 소요시간은 쉬지 않고 달리면 12시간
이 소요되었다. 기껏해야 최장거리가 5시간이면
해결되는 나라 ' Korea'에서 온 나는 뒷자리에
앉아 큰 땅에서 무한질주를 일삼던 두 여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반쯤 드러누웠다.
노래도 불렀다가 각자의 나라 이야기도 했다가
우리가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달리고 또 달렸지만 검은 산과 별빛 조각들
밖에 없었다. 다른 차로 떠난 스위스 일본 한국
또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과는 연락조차 불가했다.
숙소를 예약했지만 도저히 도착이 불가하여
주유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셋이서 눈을 붙였다.
벤프에 이튿날 아침에 도착해서는 예약해 둔
숙소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알고 길거리
병원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나는 문을 걸어 잠근
뒤 간이 샤워 수준의 몸단장을 하고 부서지는 햇살
아래로 나갔다. 서로의 아침 세수를 묻지 않은 채
벤프의 아름다운 거리를 건들거리며 걷고 있었다.
다른 차로 이동했기에 만날 기약이 없다고 여겨
졌던 일행은 하룻밤을 넘긴 뒤 쏘다니던 거리에서
재회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만 해도 대면대면
했던 우리는 반가워서 팔짝팔짝 뛰었다. 레이크
루이스와 캐나디안 로키의 장대한 풍광은 여기서
는 생략키로 하겠다.
모든 이미지 출처:Pinterest
Banff , Jasper국립공원/ Lake Louise/Cana
dian Rockies의 Grizzly Bear와 Elk
노래가 흐르던 밤으로의 여정은 문경 IC를 빠져
나오며 끝났다. 집집마다에 전봇대를 세워 자동
으로 가로등을 켜주는 우리나라가 좋다. 잘 다녀
왔노라며 며칠 동안 혼자였던 집에게 말을 건다.
목조로 지어진 집은 온천물에 몸을 담근 듯 안온
하다. 얼려놓은 밥 한 덩이를 삶아 볶은 멸치와
사이다처럼 쏘는 김치와 함께 먹으니 별미다.
우리의 도착을 아이들에게 알린 뒤 깊은 잠 속
으로 빠질 겨울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