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 팻말을 넘어서.....
연초에 남편에게 정색을 하며 부탁했던 것의
효과를 오늘 경험했다. 단조로운 산책로를
싫어하는 나를 위해 새로운 길을 물색한 J!
집 앞 언덕에는 강남에서 왔다는 건축주가
풀빌라를 짓고 있다. 산골에 강남스타일의
풀빌라가 들어설 줄이야! 찹쌀떡으로 유명한
산촌의 빵집 이름이 '뉴욕제과'라 웃었던
일이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풀빌라 현장의 반대편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쇠파이프를 길게 가로질러 걸쳐놓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파이프를 뛰어넘어 더
들어가 보니 철대문에 '출입금지'를 붙여
놓았다. 짐승과 사람이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
이었는데 이해관계를 앞세워 선전 포고문처럼
네 글자로 보초를 세워 놓았다.
모험과는 담을 쌓은 듯 살던 J는 철대문 옆 공간
으로 들어가 보자고 했다. 하기야 세상의 모든
지시문을 따를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안에 들어가
보니 밖으로 보이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풍광이 펼쳐졌다. 자갈 깔린 주차장은 널찍했고
오래전에 심긴 나무들은 적재적소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돌계단으로 구획 지어진 공간은
'비밀의 정원' 같다.
계곡 쪽에는 우람한 소나무 군락이 있었는데
물가에 뿌리를 내리고도 저렇게 잘 자라다니!
소나무의 껍질은 홍색으로 투명하게 드러나 근사
하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3분의
1 지점 까지를 어슬렁거려 본 것만으로도 양보와
이해 없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봄이 오면 풍경은
초록으로 덮여 더 절경이 되겠지만 서로를 향한
날을 세우고 있는 도시 투자가와 원주민 사이는
어떻게 될는지?
내일은 마을 단합대회가 있다. 우리 부부는 처음
으로 이 낯선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잠시 살다
떠날 것이 아니고 자연이 멋진 이곳을 고향으로
삼을 것이라서 매사가 조심스럽다. 좋은 이웃들을
기대하며 먼저 나 스스로도 그들에게 좋은 새 이웃
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편은 그간
받았던 교육 중 '삼척 말기'를 특별히 명심하자고
했다-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이다.
귀촌자들에게 신신당부하는 교육 끝 조언이니
이유가 있을터! 다행인 것은 아는 게 없고, 잘난 게
없고, 그다지 가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