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색깔 속에 숨다
J는 여러 번 말했다. "참새는 딱히 집이 없나 봐!"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좀 전에야 참새들의
거처를 알게 됐다. 집 울타리 너머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얕은 계곡이라 그런지 봄이
면 초록의 무성한 갈대가 자라고 여름의 계곡물
은 갈대 뿌리로 인해 정화(정수)되어 다슬기가
자라고 별의별 물고기들이 자생하며 살고 있다.
초록 숲을 이뤘던 갈대는 겨울이 되면 옅은 황토
빛 아이보리 색이 된다. 가까이에서 보니 줄기와
잎사귀 그리고 갈대꽃까지 겨울의 담담함이
서려 있다. 계곡의 날 선 바람으로 중심에서 자라
던 갈대들이 쓰러지면 묘하게도 얽히고설킨
갈대집이 만들어지는데. 좀 전에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울타리 너머로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
소리에 참새들이 놀랐는지 난리를 부린다. 갈대
사이에서 푸드덕거렸고 그러다 불 난 집 뛰쳐
나오는 들 쥐 마냥 요란스럽다.
겨울 햇볕이 따뜻한 낮에는 거두지 않은 해바
라기 씨앗과 풀씨를 따 먹느라 참새들의 집단
비행이 잦으며 후루룩 쏴쏴 몰려다닌다. 참새의
색깔은 어쩌면 이리도 겨울 갈대와 바짝 마른
해바라기 들판 같은지? 가을 추수철 논이나
정미소를 지나다 보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는 속담의 현장도 흔히 볼 수 있다.
집에 들어오며 텃밭을 보니 연잎처럼 크게
자랐던 케일 잎을 고라니들이 다 뜯어먹고
없다. 낮에는 우리 땅 밤에는 그들의 세상임에
틀림없다. 이웃들은 우리 부부에게 고라니와
산짐승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울타리를 치라며
채근한다. 대부분의 마을 밭들엔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고 심지어 밤에는 감전되는 번쩍
거리는 전선을 설치해 놓아 인간인 내가 봐도
잔뜩 경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