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의 천사.... 9 to 9
장선생 부부를 만난 건 지난여름 이후 처음
이다. 그의 시골집 앞 풍경은 수려했고 대기업
퇴사 후 그의 삶은 은둔한 철학자처럼 보였다.
서재에는 영성을 일깨우는 철학책들과 고전
들이 주인의 현재를 반영하며 그의 공부를 지지
하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 시와 기업
체가 협의하여 태양광 발전 장치를 저수지
표면에 띄움으로써 조용하던 마을이 살벌해
지기 시작했다.
붉은 글씨의 현수막이 겹겹이 걸리더니 마을
주민과 설비 주체들 간의 갈등 또한 도를 넘는
듯 보였다. 마을 노인들과 농부들은 시설물들이
미치는 영향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익만 앞
세운 설비 주체들의 감언이설들을 상대하기
버거웠으리라. 지역민을 쉽게 보고 쥐도 새도
모르게 마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던
그들에게 복병이 있었으니 장선생이었다.
길고 긴 시간 현장을 오가며 조율과 합의를 통해
서로가 양보하는 어느 선에서 해결을 보았고
마을에는 보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번에 만나
보니 시골 마을 활성화에 대한 그분의 청사진이
흥미롭다. 일을 실행하려면 필요한 게 사람인데
젊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까지 가족 단위의
이주를 하실 분들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이 분의
영향력과 조용하고 헌신적인 카리스마에 감동한
것이겠지!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게 아니라 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다.
그 문제에 도움을 주고자 장선생의 지인들과
마을분들이 함께 폐교를 빌렸다고 한다. 넓은
교실에서 그는 우선 마을 아이들 5명과 서울에서
소문을 듣고 내려온 1명에게 공부방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무료로 자신
의 집 서재에서 하던 일을 이제 폐교로 옮겨
체육시간까지 있는 넉넉한 인성함양을 실천 중
이었다. 공부는 아이들 스스로 목표를 정하도록
유도한 자율 학습이었다. 선생님 역할의 장선생
은 교실에 앉아 함께 책 보고, 질문하면 알려주고,
안정된 마음으로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도 나누며 지내는 듯했다. 아이들은 반항과
예민함 대신 자기 주도적 학습인에 재미를 붙여
가는 중이었다.
타인을 위한 일은 한 시간만 해도 생색내고 싶지
않은가? 이 분은 농사짓느라 바쁘고 지식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웃의 부모들을 대신하여 아이
들과 함께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넓은 운동장과 폐교 곳곳을
가꾸며 이주할 젊은 사람들과 마을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며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그
분은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끌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들이 자신에게 맡겨지겠냐며 소박한
미소를 지었다. 장선생! 이웃의 필요를 헤아려
헌신하는 귀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칠판에 써 놓은 여섯 아이의 겨울방학
자율학습 계획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