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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Oct 24. 2021

이 나이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게 가능할까?

5년 뒤, 10년 뒤에도 이런 고민 한다고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 나는 내 나이가 정말 버거워"라고 느낀 것은 35세 즈음이었다. 당시 나의 생애 플랜은 딱 50세 정도주변의 기대치 수명 맞추고 세상을 떠나는 거였다.


  이유는-엄마의 심장병이 최악일 때 나를 임신하셔서, 내가 병약하다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고, 자주, 심하게 아프기도 했다. 열아홉에 만난 남자 친구 [지금은 나의 시어머니가 된 권 여사님께]건넨 나의 사진을 보시고는, "인중이 짧아 단명할 거야"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어린 영혼에포기부터 끌어내는 생각 없는 말이다.



 

 이쯤 되니, 무의식적으로 뭔가를 압축적으로, 빠르게 살다가, 50세 정도 세상을 하직하고 우주를 떠돌거나, 땅 속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인생은 주변의 암시와는 아주 달랐다. 듣기만 해도 센 철강제품을 만드는 남자들이 대부분인 회사에서 십여 년간 해외 근무를 했고, 퇴사했다. 서울로 왔고, 애초 계획했던 수명 50을 넘겨버렸음을 알았다. 51세였다.


 

 늦잠 자다 비명을 지르며 출근하지 않았음에 놀라,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던 것도 두어 번 하니, "아! 나 이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구나"하고 안심했다. 사회적인 일 없는 인생 3 모작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생각을 그제야 했다. 미술관과, 고궁 방문, 정원 여행, 문화센터 강좌, 도서관 방문 등을 두어해 부지런히 하였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재미없 도시 생활을 떠나 정원을 가꾸며 산지가 7년 넘었다. 정원 가꾸기만큼이나 좋아했던 그림과 글쓰기. 그러나 무던히 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이거 다 해서 뭐하지?"였다.  당시 '90세에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분의 후회가'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분은 60세에 퇴직하여 준비된 연금으로 살다 보니 어느덧 90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도 정정한 자신에 당황하며 30년을 죽을 날만 기다리며 보냈던 아쉬움에서 벗어나 영어부터 시작하여 외국어를 늘여가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   


 꽃과 새가 지천인 정원을 가꾸며, 길어진 Covid-19 시간 동안 여러 장의 화조도와 만병도를 그렸다. 미술 장르 중 '한국의 미'를 잘 표현한 것인 민화는, 근래에 알게 되었지만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날마다 해서 뭐하지" 답답한 마음이 수시로 올라왔고 돌파구를 찾는 심정으로 공모전에 도전했다. "90세에 이런 생각 들면 곤란한 거 아닌가?" 이럴 때 주변인들의 역할이 크다.


 

"인간의 마음은 섬세하고 예민해서 겉으로 드러나게 격려해주어야 비틀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워낙 굳세고 튼튼해서 한번 격려를 받으면 분명하고 꾸준하게 그 박동을 계속한다.

-마야 안젤루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글처럼 자식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는 가족들의 인정과 격려가 필요했다. 공모전필요한 작품 사진을 찍어, 큰 화면에 띄워 고칠 부분에 대한 의견은 막내가 해주었다.  미국에서 공부 중인 큰 아이는 날마다 엄마의 그림이 자신에게 얼마나 힘을 주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했고,  남편 J는 볼 때마다 느낌과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나흘간 더 다듬은 뒤, 그림 이미지 파일을 서울로 보냈다.


  민화계의 리더인 정병모 교수가 심사를 맡았고, 당선자들을 위한 전시회가 인사동 갤러리에서 열렸. 도록 한 페이지를 차지한 나의 그림은 작업을 지속해나갈 활력을

주었다. 지금  그림은 보령 시청에 전시 중이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거란 계획은 없다. 다만 '한국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정원'각도로 표현해보고 싶다.


 

 서양화에 비해 뒤늦게 알게 된 우리 그림-미술 전공자가 아닌 자유스러움 나의 장점이며, 그래서  멀리 보고 긴 호흡을 하며 해나가기에 더없이 좋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은 나의 삶에 길을 내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임안다. 날마다 습관이 된 그림 그리기로 인, 마음의 근력 훈련이 되어 잔잔한 기쁨 속에 살고 있다.


 어느 때 보다 너나없이 격려가 필요한 시대다. 나는 습관적으로 늦은 오후면, 남편이 하루 동안 한 일에 대해 '숙제 검사' 한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 따른다. 오늘 정원에서 무슨 일을 했고, 텃밭 수확은 어느 정도 했으며, 복분자 옮기는 작업, 장미정원에 대한 새로운 계획들을 듣고는 그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했냐?", "어떻게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잘 끝냈냐?라고, 급기야 "너무 감동받고 놀랐다"라고 "오늘 치킨 시킬까" 등등...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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