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려 하지 않는 네게서 배우는 역설-실내외 정원 만들기. 확장시키고 싶은 나의 품성은 반복과 기다림을 잘하는 것. 정반대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는 뭘 해도후딱! 제대로! 뭔가 새로운! 것이었다. 직업 아닌 살림에서도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2-3분을 참지 못하여 기계 안을 노려보거나, 시간을 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종료를 눌렀었다.
살아보니 내게는 지리적인 생활환경이 중요하다. 지금도익숙해지는 과정인 고요한산촌생활.나의 관심사에 들어온 많은 식물과 채소 꽃을 번식시키는 중이다.21세기 가치의 한 부분인 '비움' 대신 나는'늘이기 작업'을 부단히 지속하고 있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일상이 반복의 연속이니 이것을 즐기지 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언제쯤 달인의 경지에 도달하겠다는 생각이 없기에 할만한 것이다.
FASTER CHEAPER BETTER 일의 목표와 과정, 결과를 "빨리, 싸게, 멋지게"로 세팅시키고, 주변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며, 언제나 혁신적이고 새로운 방식이 최선이라 믿었던 시간. 그때는 그게 옳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경쟁력 있고, 북미 시장에서 끝없는 수요로 이어졌고, 자부심도 주었다. 맞바꾼 것은 심신을 부숴버릴 듯한 긴장감과 고통의 부분이 적지 않았다.큰 보상에도 인간이 이렇게만 살 수는 없었다. 목표로 삼았던 것에 대한 '애씀'은 지나고 보니 생애 주기중 30-50세 나이에 했던 거였다.
새 터에 자리를 잡으려니 필요한게 많아졌다. 남편 J는 몇 해 동안 가꾼 정원에서 잘라낸 가지로 장미, 수국 , 배롱나무, 무궁화, 좀작살나무, 분홍 아카시아, 말채나무, 사철나무, 목수국 등을 흙에 삽목을 하였고, 나는 아이비, 로즈메리, 베고니아, 제라늄 등을 물꽂이와, 다육이번식을 하였다.
양파 물 뿌리내리기는 하나의 사건이었는데, 초록 잎 잘라먹기를 여러 번 한 후, 시들해져서 물에서 쪼그라든 구근을 텃밭에 심었더니 이게 다시 양파가 되었다. 갑자기 '영생 양파'가 될까 봐 질려서 바로 요리에 써버린 적이 있다.영생에 대한 나의 이해는 - 존재가 그무엇이든본래의 존재,혹은분리된 어떤 부분이뿌리내려 다시 살거나, 씨앗, 자식처럼 다음 세대에 개체를이어가는 것 포함되는 게 아닌가 싶다.
봄이면 대부분의화분을 밖으로 내놓는다. 비워진 공간으로 인해 속이 시원해진다. 몇몇은 주차장 문을 지키게 하고, 어떤 것들은 느티나무, 단풍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연의 빛과 비, 그늘을 받으며 늦가을까지 있게 한다. 밖에 두었던 화분들은추위가 오면다시 집 안으로 들인다. 빈 공간보다 뭔가 푸릇함이 채워진 공간 11월은 따뜻해서 좋다. 볼성사납게 뻗친 가지들을 잘라 물꽂이를 한다. 찬 기온 때문에 식물대나 물이 쉽게 상하지 않아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잘 뿌리내린 삽목 가지들은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그동안 습관처럼 붙어있던 내 입술의 불평을 사라지게 한다.
가끔 외국보다 더 이방의 느낌을 주는 이곳의 삶에 용기를 주기도 한다. 이곳의 물과 공기로 잘 뿌리내린 네가 있으니!
해만 뜨면 부엌과 다용도실을 지나 나무 계단을 내려선다. 곧이어 금색 꿀벌이 붙어있는 회색 문을 열고 나만의 서재로 들어선다. 통창 앞에는 하나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넷이 된 초록과 나의 산촌 생활과 같은 시간을 보내며
자란 테라코타 화분을 마주 보게 된다. 이런 생활 중에도 아이러니하게,어젯밤 꿈에고급 가구에 진열된 거대한 금박 접시와 그릇을 보며 감탄하고 서 있는 나를 보았다. 이쯤 되면 매연을 마시러 도시로 한번 나들이를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