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부터 쓰는 아침
달력의 숫자 하나가 바뀌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로 이어졌을 뿐
삶의 방향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새해의 아침
나는 내 마음의 기준을 다시 본다
한 줄기 환한 빛이 안쪽을 비추는
깊고 울림 있는 동굴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말을 아끼려는 결심은 이미 익숙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스스로에게 가볍지 않기를 바란다
남편 J와 함께 하는 하루가 편안한 이유는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곁에서 나는
오래 묵은 우울과 무기력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생을 살만하다고 여기며 지내고 있다
연초이지만 사정이 허락되어
열여덟 달을 꽉 채운 이현이까지 포함하여
여섯이 함께 여행을 떠날 것이다
어디 가느냐 만큼이나
누구와 가느냐에 마음이 놓이는
가족여행이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지!”라는 결심 대신
어떤 어른으로 살 것인가는 정해두었다
말은 줄이고
서로에게 부담과 무리가 없어야 된다
날씨는 차고 공기는 맑다
집을 감싸고 선 산속 나무들 사이로
몇 시간 후면, 겨울 빛이 스며들 테고
그 풍경 앞에서
나의 마음에는 잔잔한 파도가 일 것이다
더 나아가겠다는 생각보다
지금에서 흐트러뜨리지 않는 일이 남았다
나는 이 자리에서
그 상태로 새해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