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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황 Dec 24. 2021

[방구석음감005]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Solo)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악

오늘 방구석에서 감상할 음악은 첼로곡입니다. 바흐 또는 바하로 불리는 위대한 작곡가의 곡으로  ‘여섯 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또는 ‘무반주 첼로 조곡’이라고 불립니다. 첼로 하나로 연주되는 곡으로 클래식 장르에서는 독주곡에 해당됩니다. 역사상 첼로라는 악기를 위한 최고의 곡이라고 하며 성경에 비유해 ‘구약성서’라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신약성서’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의미합니다.


이 곡은 바흐가 작곡했지만 1900년대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200년간 묻혀있던 음악을 명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가 발견했다고 알려진 음악입니다. 1889년 파블로 카잘스가 13세일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고서점에서 우연히 악보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진 음악입니다. 오랜 기간 연구를 하였고 12년 후에 처음으로 공개 연주를 하였다고 하며  첫 레코딩은 그의 나이 48세 때인 1925년에 진행했습니다. 이후 98세로 소천하실 때까지 평생 이 곡을 연구하고 연주했습니다. 카잘스는 이 악보를 발견한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악보 상점에서 바흐의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견했다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인 신비가 이 악보 속에 들어 있다. 나는 그때까지 어느 누구에게서도 이 곡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 코레도르 [파블로 카잘스와의 대화] 1956년-
(유재후 지음, "LP로 듣는 클래식" 인용)

제게 이 곡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라고 하면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직장인에게 스트레스는 늘 함께 있는 떼어놓을 수 없는 영혼의 단짝 같은 존재입니다. 여러 스트레스가 있지만 사람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사람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직장인의 퇴사 사유 중 ‘사람’ 이 힘들어서는 늘 높은 순위에 올라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누군가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람에 의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보통 비발디나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듣지만 때론 정말 큰 상처를 받거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되면 늘 꺼내 듣는 음악이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위로받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음악으로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한다면 전제로 제가 선택하는 음악은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중 1번 곡은 CF에서 많이 나와서 들어보면 바로 “아~”하고 아실 겁니다. 


제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에 대해 소개드릴 음반은 두 개입니다. 이 음악의 스테디셀러인 피에르 푸르니에의 음반과 바로크 당시의 연주를 재현하고자 한 안너 빌스마의 음반입니다.


▶ 피에르 푸르니에 음반

https://youtu.be/-tAA4HVaFjU

이 음반은 제가 정말 오랜 기간 좋아했고 수 없이 들었던 음반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첼리스트 피에르 푸르니에는 프랑스 출신 첼리스트로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는 분입니다. 우아하고 따뜻한 첼로 소리를 들려주시는 명연주자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LP 재킷의 사진을 보고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동경하던 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저는 우아함과 거리가 먼 살찐 아저씨입니다만...


▶ 피에르 푸르니에 연주 모습


제가 오랜 기간 CD를 두 번이나 사면서 들었던 음반을 내치고 최근에 더 많이 듣는 음반이 있는데 바로 바로크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의 1992년 음반입니다. 그가 1979년에 연주한 첫 번째 음반도 좋지만 두 음반 중에서는 1992년 음반을 좀 더 좋아해서 소개드립니다.


▶ 안너 빌스마의 음반

이 음반의 악기는 특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앨범 재킷에 표기되어있지만 1992년에 스미스소니안 협회가 소장한 스트라디바리우스‘세르베’를 빌려서 녹음한 특별한 음반입니다. 녹음에 사용된 세르베 servais라는 악기 이름은 이 악기를 20년 넘게 소유했던 벨기에 첼리스트 세르베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합니다.

 

안너 빌스마는 본래 17세기에 제작된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의 첼로를 쓰고 있습니다. 바로크 첼로입니다. 현대 첼로와 다른 점은 바닥에 고정하는 엔드핀 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리로 첼로를 고정하면서 연주합니다. 이 음반은 아니지만 아래 연주 영상을 보시면 일반적인 첼로 연주와 차이를 아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XL95vwU92qo


이 곡을 세상에 알린 파블로 카잘스의 역사적인 음반도 있지만 음질이 좋지 못한 부분이 있어 연주 영상으로는 소개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곡을 듣고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파블로 카잘스의 음반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이제 2021년 한 해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바흐의 첼로 음악과 함께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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