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와 나

26화. 아티맘 이야기 ⑦

돌봄과 작업을 병행하는 이야기들

by 명선


26화. 아티맘 이야기 ⑦


사실 힘들지 않아도 된다


성공한 여성 창작자들은 많다. 그중에는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본받을 만하며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영웅처럼 비범한 재능을 지닌 여성들의 이야기는 나같이 소소한 동네 예술가는 감히 따라 하지 못할 것들이라, 괜스레 보다 좋은 재능을 주지 않은 운명의 신을 쏘아보게 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대단한 성공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바라는 전부일진대, 가끔은 ‘이렇게까지 힘들게 작품 활동을 해야 하나’ 하는 의문도 든다. 내가 무슨 봉준호 감독처럼 될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열일곱에 영화를 처음 꿈꾸기 시작할 때야 원대한 꿈이 있었겠지.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이 되는 것보다는 내가 만든 작품으로 나와 만난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내 주변 내 지역의 사람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치유와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나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도 영화를 만들고 나누는 동안 내 마음을 치유하고, 긍정과 열정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 또한 힘들고 괴롭기보다 즐겁고 유쾌하면 좋겠다. 이제는 힘을 주고 전전긍긍하며 쫓기듯 만드는 게 아니라 힘을 빼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만들고 싶다.


그래서 슈퍼맘의 이야기보다는 평범한 엄마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성과보다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위로받고, 함께 꿈꾸며 그저 고된 일상에 서로가 서로에게 소소한 미소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사실은 우리가 힘들 필요가 없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육아를 하는 것이 힘들다면 육아를 힘들게 하는 환경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창작을 하는 것이 힘들다면 창작을 힘들게 하는 환경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원래 다 힘든 것이 아니라 원래 우리는 다 행복해야 하는 것이 맞다.


*슈퍼맘 - 육아와 집안일, 직장 일을 모두 잘하는 엄마


책 『포포포 매거진』

책 『돌봄과 작업 1, 2』


나는 독립서점 나들이를 좋아한다. <동네서점>이라는 독립서점을 등록한 사이트를 기준으로 보면 대구에는 무려 24곳의 독립서점이 있다. 아직 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방문한 아홉 군데의 독립서점은 좋은 책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진열되어 있어서 모두 애정하는 장소들이다. 그리고 그곳들에는 ‘여성’을 주제로 하는 책장들이 있는 곳도 꽤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책들 중 부모 창작자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책 3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포포포 매거진>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합니다’라는 슬로건에서 이제는 ‘내 안의 잠재력’이라는 키워드로 부모 창작자들의 일상과 작업물을 공유하는 잡지다. 반년 혹은 계간으로 발행되고, 간혹 프로젝트성 모임이나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 권의 잡지 안에서 다양한 성별과 나이대의 아이를 가진, 마찬가지로 다양한 성별과 나이대의 부모들이 작성한 글들을 볼 수 있다. 책을 사서 모으는 걸 좋아하는 나는, 종종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눈으로 훑으며 충족감과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그 시선이 <포포포 매거진>에 닿으면 조금 다른 감정이 이는데, 그 감정의 이름은 든든함이다. 책을 펼치면 ‘성공하려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강연이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최대한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돌봄과 작업 1, 2>


육아에서 돌봄의 문제로 확장된 개념을 알려준 책이다. 여성 창작자들이 감당하고 견뎌내고 있는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엄마라는 정체성과 나라는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는다고 말하는 나는 사실은 몇 개의 자아가 더 있다. 딸, 아내, 며느리까지 더하면 총 다섯 개다.

이 책은 춘추전국시대 같은 정체성의 전쟁터에서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다양한 분야의 엄마들이 각자 독립된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는 겪어 보지 못한 분야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공감되는 부분을 밑줄로 그으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혼자의 문제일 때보다는 여럿의 문제일 때 내게 지워지는 부담이 가볍게 느껴지는 법이다. 혼잣말을 하듯 담담히 적어 내려간 글이지만, 마치 내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에 마음의 돌덩이가 하나 둘 치워진다. 지금 혼자서 외롭고 힘들다면 애씀을 잠시 멈추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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